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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에서 채식 선택권 보장하라!

학교 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학생·학부모 24명이 헌법소원을 냈다.

이번 헌법소원은 녹색당이 지난해부터 청구인들을 모집하며 준비해 온 것이다. 비건(계란·우유 등 유제품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인 이들은 ‘육류 위주’로 구성돼 있는 학교급식 식단으로 인해 헌법상 기본권인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구인들은 아토피나 알레르기 등 건강적인 이유, 환경·동물 보호에 대한 신념, 종교적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비건식을 하고 있다. 이날 제출된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는 그동안 학생 청구인 등이 학교급식을 먹으면서 겪었던 ‘불이익’들이 빼곡히 적혔다.

학부모인 한 청구인은 “여름에 도시락이 쉬어서 아이가 밥을 굶거나, 식단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학교에서 외부활동을 했을 때 식사에서 항상 배제된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 청구인들의 자녀들은 이러한 이유로 학교를 자퇴하고, 홈스쿨링을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다른 청구인은 “직장에서 급식을 먹을 때 밥과 김만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며 “교사인 저는 물론, 비건을 지향하는 학생들 역시 건강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제11조 1항 ‘영양관리’에서 “학교급식은 학생의 발육과 건강에 필요한 영양을 충족할 수 있으며, 올바른 식생활습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규칙은 ‘식단 작성 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곡류 및 전분류, 채소류 및 과일류, 어육류 및 콩류, 우유 및 유제품 등 다양한 종류의 식품을 사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곡류, 채소, 과일이 언급되어 있긴 하지만 실제 학교급식에서 ‘육류’가 없는 식단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소수 학교를 제외하곤 대부분 별도 채식 식단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들은 육류 위주의 학교급식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면서 건강에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건강권이 침해됐고, 채식주의자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별도의 식단을 제공받지 못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또 헌법재판소가 ‘학교급식’에 대해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영양 공급 차원을 넘어 교육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시한 것을 들며, “학교급식은 청구인들의 교육받을 권리의 전제이자 조건”이라고 했다.

이날 ‘학교급식’을 먹는 학교 구성원들 외 다른 채식주의자들은 군대나 병원 같은 ‘공공급식’에서도 채식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함께 제기했다. 군대처럼 단체급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는 입법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것이다.

이들은 청구서에서 “육식을 줄이는 것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데 있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8월 승인한 토지이용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사료 곡물, 콩류, 과일, 채소, 견과류 등 식물성 식품으로 이루어진 균형식’, 즉 ‘채식’을 제시했다.

녹색당은 “채식을 지향하는 것은 먹을거리에 대한 기호를 넘어 건강을 돌보고 동물을 착취하지 않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기후 위기 대응 실천”이라며 “채식 선택권 보장은 양심의 자유, 자기 결정권, 건강권, 평등권, 환경권 등과 결부돼있다”고 헌법소원 취지를 밝혔다.

이어 “공공 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라며 “채식인이 소수라는 이유로 국가가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헌법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헌법소원의 대리를 맡은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채식주의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공포는 상상 이상”이라며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어 헌법소원을 청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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