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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E 코리아, 패밀리 레스토랑 방해시위 재판

오늘(3월 3일) 오전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2019년 12월 25일에 있었던 DxE의 방해시위에 대한 재판이 있을 예정이다.

직접행동 DxE(Direct Action Everywhere – Korea)는 동물해방을 위한 장기 로드맵과 핵심가치를 공유하고 풀뿌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비폭력 직접행동에 임하는 동물해방 활동의 커뮤니티다. 방해시위는 비인간동물에 대한 폭력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폭력을 방해하고 멈추기 위한 다양한 활동으로,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동물착취 사회를 낯설게 하기 위한 비폭력 직접행동 시민불복종의 일환이다.

재판에 앞선 활동가들의 변론문과 스피치 전문을 싣는다.

<은영 활동가의 변론문>|
오늘 저는 판사님에게 동물해방을 위하여 우리가 왜 직접행동을 하는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와 법체계와 시장은 저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기 사업장 여기 시장이 아니라 저기 국회로 가라. 아니 청와대로 가라. 아니 저기 거리 광장으로 가라. 아니 그냥 너네들끼리만 놀고 되도록 밖으로 이야기하지 말아라.

판사님 저는 네, 국회 앞으로 청와대 앞으로 광장 안에 가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역사는 수많은 정치적 투쟁을 거쳐 지금의 제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이곳 민주 시민의 일원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정치적 의제를 이곳저곳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법정에 서서 제가 가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와 더 나은 사회로 우리가 변화하기 위한 토대에 대해서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사님, 역사가 그러했듯 제도가 보장하는 형식적인 공론장만으로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직접행동에 대한 고민 없이 제도적 공론장으로 논의의 장을 한정 짓는 것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직접행동이 보장되지 않는 형식적인 공론장에서는 제아무리 혁신적인 의제가 등장할지라도 수동적 의제로 퇴색될 뿐입니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의제는 공론장 안에서 다수에게 쉽게 공감되지 못하고 쉽게 무시되며 폭력적으로 좌절되기 십상입니다. 지금의 공론장은 폭력적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공론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들이 말할 수 없게 언어를 빼앗아두고, 이들이 전혀 접근할 수 없도록 공론장을 구조적으로 차단해 두고, 이런 구조를 외면한 채 내세우는 제도적 공론장은 결국 현실을 보지 않고 다시 한번 은폐하며 내몰아내는 폭력입니다.

판사님과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더 나은 사회로의 변화를 위한 무수한 시민불복종과 직접행동이 뒷받침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시민불복종은 불의한 법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며 부패한 국가 권력이나 부정한 기업 등이 저지른 잘못을 폭로하기 위한 행동입니다. 제국주의 시대 간디가 주도한 인도의 소금 행진에서 우리는 반전 평화의 비폭력 가치를 배웠습니다. 마틴 루터 킹의 흑인민권 운동을 통해 사회 전면에 들춰진 인종차별의 야만성을 보았습니다.

국내에서는 군사정권의 횡포에 저항한 민주항쟁이 있었습니다. 한진중공업의 부당해고와 대공분실 고문에 맞선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크레인 고공시위와 희망버스가 있었습니다. 2001년 서울역 지하철 선로를 가로막으며 등장한 20여 년간의 눈부신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있습니다.

이러한 투쟁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공론장은 더할 나위 없이 작고 볼품없었을 것입니다. 앞선 투쟁으로 우리는 더 넓고 다양한 공론장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담론을 더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지구의 곳곳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헌신적인 용기를 내어 더 나은 사회변화를 위하여 우리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비폭력 직접행동을 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폭력적인 쿠데타에 수많은 사람들이 항거하여 일어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폭력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숲을 지키기 위해서, 자본의 야만성을 멈추기 위해서 활동가들이 나무를 끌어안고 함께 파괴되며 스러져가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주저 없이 무너질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비폭력 직접행동에 기생하여 살아갑니다. 시민불복종은 우리가 쉽게 잃어버리는 가치를 되살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시민 행동입니다. 다수의 횡포와 죽음을 가로막을 가장 강력한 민주주의의 힘이 바로 이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에 있습니다.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은 빼앗긴 자가 거대한 폭력에 전면으로 대항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비폭력의 힘을 가집니다. 저처럼 평범하고 힘없는 작은 개인이, 반드시 이야기되어야 하지만 이야기되지 않는 사회의 소수자들이, 우리가 언제도 잃지 말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들은 비폭력의 힘으로 비로소 사회에 구현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비폭력이라 함은 마주하는 것입니다. 끔찍한 폭력을 목격하고서도 외면할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비폭력이 아닙니다. 비폭력은 진실됨이며 비폭력은 연대이며 비폭력은 모든 존재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사랑과 희망의 이름입니다. 판사님 지금 이 멋진 법원에서 너무나도 분리되어 있는 동물들의 현실은 참혹합니다. 비참합니다. 권리의 이름이 붙여질 수조차 없는 현실입니다. 인류의 종말이 애석하게도 이곳 동물의 현실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끔찍한 관계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연대와 희망을 더는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판사님 비폭력 직접행동은 우리가 내몰고 가두어 찢겨내고 있는 그 참혹한 동물의 현실로 성큼성큼 다가가는 것입니다.

소중한 비폭력의 가치를 담은 직접행동으로, 우리는 동물의 현실이 있는 레스토랑으로 성큼 다가갔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레스토랑은 누구나 행복한 시간을 나누기 위해 이용하는 공간이며 동시에 동물의 끔찍한 현실이 다시 한번 처참하게 가려지는 공간입니다. 우리는 그런 패밀리레스토랑에 들어가 연대의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온 세상에 캐롤이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에 마찬가지로 사랑의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불렀습니다. 판사님 현장에서의 비폭력 직접행동으로 이 사회에 동물의 이야기를 강력하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동물이 체계적으로 끔찍하게 수탈되는 것이 어느새 너무나도 당연해진 이 구조 속에서 영업장에 가해진 업무방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을 그저 업무방해로 낙인찍는 동물에 대한 사회적인 혐오를 판사님, 우리는 마주해야 합니다. 업무방해로 은폐하는 폭력적인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구조적으로 은폐되며 평생의 삶이 철저히 고통받는 이들의 현실에 비하면 정말 찰나의 순간일 뿐인 연대의 노래입니다. 노래는 전혀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저 혁명적인 행동일 뿐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희망의 불을 지피는 이 행동은 이미 전 지구적인 풀뿌리 운동으로 어디에서나 정정당당하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어느 식당 하나의 폐쇄를 목적으로 하지도 않으며 식당 안의 어느 누구도 우리는 원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잠깐의 노래를 마치고 제 발로 그 패밀리레스토랑을 걸어 나왔지만 우리의 혁명적인 행동을 통해 결국 노래가 멈추지 않고 더 멀리 더 혁명적으로 패밀리레스토랑을 넘어 온 사회에 퍼지기를 바랍니다.

<섬나리 활동가의 스피치>
안녕하세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동물들의 외침이 이 서울 한복판, 견고한 서울을 찢고, 정의의 여신이 서있는 이 법정까지 도달했습니다.
재작년 크리스마스였습니다. 30여명의 동물해방론자들이 VIPS라는 식당에서 사랑과 해방을 전했습니다.
VIPS는 Very Important Person’s Society, 대충 엄청 중요한 인간들의 사회라는 뜻이랍니다.
참 웃기는 말입니다. 뭐가 그리 중요할까요? 제가 보기에는 무엇이 중요한지 하나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가려진, 온 지구를 집어 삼키는 도살장, 농장의 그 거대한 고통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무고한 이들의 토막난 사체 앞에서 폭력을 감추고 그것을 사랑이라 포장하기에 급급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 산타와 예수의 이름을 빌어 동물해방을 전했습니다. 사랑과 해방을 전했습니다.
그 비폭력적인 캐롤송 부르기 행동으로 우리가 오늘 업무방해라는 죄명으로 법정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부른 그 노래가, 본질적으로는 동물들의 외침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 학살위에 세워진 사회에 균열이 난 것입니다.
우리, 노래를 멈추지 맙시다. 모든 동물이 자유로울 때까지 멈추지 말고 나아갑시다.

<은영 활동가의 스피치>|
여러분 우리는 이 아름다운 노래를 이마트에서도 불렀죠? 크리스마스에는 온 세상에 울려퍼지는 캐롤을 패밀리레스토랑에 들어가 불렀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이 아름다운 연대의 노래를 너무나 두려워합니다. 세상이 너무나 어둡고 세상이 너무나 아프고 세상이 너와 나 그리고 나아가 동물의 고통까지 정말 무감각하게 느끼기 때문이에요.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 기대어 비로소 공존할 수 있는 동물의 가치를 완전히 까먹어버렸습니다. 너무나 불행해진 세상은 사랑의 노래를 그저 업무방해로 낙인찍습니다. 우리의 노래는 전혀 폭력적이지 않습니다. 사회가 변화를 두렵게 느낄 뿐입니다. 우리가 그리고 이 사회가 동물의 현실을 함께 마주하고 노래하기 시작한다면 세상은 금새 변화할 수 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노래는 아름답고 우리의 노래는 혁명적인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 저는 왜 직접행동을 하는지, 왜 직접행동을 해야만 했는지 자신있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리고 해방이 오는 그날까지 직접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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