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로 달걀 맛을 구현한 미국 푸드테크 기업 ‘저스트(Eat JUST)’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코넬대에서 아프리카학을 전공한 조시 테트릭 대표(40)가 2001년 대체 단백질을 연구하다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아프리카에서 7년간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던 그는 “물을 적게 쓰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낮추면서 값은 싼 단백질원을 공급하겠다”는 일념으로 창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그의 경영철학에 많은 이가 공감했고 투자로도 이어졌다. 투자자 명단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비롯해 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제리 양 야후 창업자, 피터 틸 페이팔 창업자, 왈도 세브린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 등이 등재돼 있다. 한국에서는 SPC그룹이 투자자 대열에 합류했다.
하반기에는 SPC를 통해 ‘저스트 에그(JUST Egg)’ 제품을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구 환경 문제, ‘축산이 필요 없는 고기’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이때, 미국 대표 푸드테크 스타트업 CEO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인터뷰는 매일경제와의 서면과 화상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Q. 아시아에서는 친숙한 녹두에서 식물성 단백질을 추출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식물성 단백질’이란 표현 대신 ‘인공 달걀’이라는 콘셉트로 브랜드를 만들고 마케팅을 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A 실제 완성한 제품이 그런 달걀의 향과 맛에 매우 가깝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미쉐린가이드 선정 셰프와 함께 요리 시연을 해봤는데요, 당시 시식했던 많은 분이 실제 달걀 요리와 다를 바 없다며 놀라워했습니다. 이것이 저희가 ‘저스트 에그’라고 명명하며 마케팅한 이유입니다.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단백질로 매일 먹는 달걀처럼 요리하고 맛볼 수 있게 했다는 점만으로도 행복합니다.
Q. 타깃 고객은 비건(높은 기준의 채식주의자)인가요.
A 그렇지 않아요. 저는 비건입니다만 비건이 아닌 이 중에서도 저스트 에그 팬이 많습니다. 우리도 비건만을 위한 제품이라고 홍보하지 않습니다. 최근 고객 분석을 해본 결과로는 저스트 에그 고객의 77%가 비(非)채식주의자입니다. 고기를 좋아하는 고객도 저스트 제품을 거리낌없이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이에요. 자연스레 환경보호도 되고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오히려 요즘 우리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채식주의자에게 ‘좀 더 어떻게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하나’ 하는 게 고민일 정도입니다(웃음).
Q. 1㎏의 고기를 생산하려면 곡물 소비량이 소는 12~14㎏, 돼지는 6~7㎏, 닭은 2~3㎏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대체육이 나왔지요. 저스트 에그는 실제 달걀 생산 대비 얼마나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나요.
A 매년 사업계획서 혹은 감사보고서 같은 문서 대신 사회 변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향력 보고서(Impact Report)’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2020년 버전을 소개해보면 저스트 에그는 일반 달걀 생산 대비 물을 98% 적게 사용하고 탄소 배출량은 93% 더 적으며 기존 동물사료 생산 대비 토지를 86% 적게 사용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라고 자부합니다. 더불어 저스트가 생산하는 제품과 용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액체형 저스트 에그의 플라스틱 병은 재활용이 가능하고요, ‘folded JUST Egg’ 포장지도 재활용 가능한 골판지 소재만 씁니다. 저스트 에그는 콜레스테롤이 없고 일반 달걀 대비 단백질 함유량은 22% 높게 나와 건강에도 좋습니다.
Q.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결국 사업성이 중요하겠죠.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습니다. ‘저스트’에 위기입니까, 기회입니까.
A 분명 기회입니다. 올해 3월만 해도 월마트에서 전년 동월 대비 86%나 판매량이 급증했을 정도로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더불어 올해 4월 내놓은 냉동 신제품 ‘frozen folded JUST Egg’는 미국 상위 5대 슈퍼마켓에서 대기업 제품을 밀어내고 냉동식 아침식사 부문 2위를 차지하는 등 판매 열기가 뜨겁습니다. 또 스테디셀러인 12온스(355㎖)짜리 액체형 저스트 에그 한 병이 미국 소매점에서만 전년 대비 79% 이상 판매됐습니다(멀티아울렛 자료). 6월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제품 출시 후 지금까지 실제 달걀 환산 기준 약 5000만개를 판매한 금액과 맞먹는 매출을 올린 셈입니다.
저스트에서 최근 내놓은 냉동 제품 ‘폴디드 저스트 에그’.
Q. 아직 제품을 접해보지 못한 입장에서 말씀드려볼게요. 한 번은 호기심에 사겠지만 재구매하는 비중이 커야 결국 사업이 잘될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A 저스트 제품은 냉장과 냉동 제품으로 크게 나뉩니다. 지금까지 주력으로 키워온 액체 제품은 냉장 형태로 유통되는데 스크램블 등 다양한 달걀 요리로 만들 수 있죠. 실제 이 제품을 구매해본 많은 고객이 재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종전 유기농이나 동물복지 달걀 대비 저렴하기도 하거니와 그냥 부어서 요리하면 그만이니 편리하고 실용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최근 내놓은 냉동 제품은 보관 기간이 좀 더 길어졌고 요리하기도 쉬워 재구매율이 더 높은 편입니다. 더불어 마요네즈 대체재인 ‘저스트 마요(Just Mayo)’, 쿠키 반죽, 케이크 믹스, 드레싱 등 40가지가 넘는 제품 구색을 갖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Q. 일부 푸드테크 기업이 만든 대체육은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사용해 한국은 물론 많은 국가에서 수입이 금지되기도 했습니다. 저스트는 이 부분에서 자유로운 편인가요.
A 저스트는 시작부터 유전자 변형을 거치지 않은 녹두를 기본 원료로 정했습니다. 계약재배한 녹두를 바탕으로 가루를 만들고 여기서 단백질을 추출합니다. 여기에 기름과 물 그리고 기타 성분들을 혼합해 인공 달걀을 만듭니다.
Q. 한국에서는 SPC그룹과 손을 잡았는데요.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었나요.
A 일단 SPC그룹은 국내외 소매점, 레스토랑 등 다양한 채널을 갖고 있어 판매처 측면에서 경쟁력이 탁월했습니다. 더불어 최신식 제조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SPC 경영진이 설비를 들여와 한국에서 직접 생산해보자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부분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생산한 제품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야 한다면 한국에서는 SPC가 정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SPC 입장에서도 저스트 제품을 팔면 팔수록 더 건강한 식품 생태계를 만든다는 걸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국 소비자는 언제쯤 제품을 접할 수 있을까요.
A 현재 SPC와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올해 말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스트의 기술을 가져와 SPC가 한국에서 직접 제조하고 공급할 예정이에요. 슈퍼에서 파는 액상형 저스트 에그 유통 외에도 액상 스크램블, 에그 샌드위치 등 SPC그룹 매장에 들어가는 다양한 메뉴와 협업한 제품도 함께 나올 겁니다.
Q. 한국 시장에서 과연 저스트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A 오랜 기간 한국 시장을 연구했고 직접 가보기도 한 결과 한국은 굉장히 열정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에 친화적이었습니다.
또 비건 문화도 빠르게 받아들이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식품과 환경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빠르게 진출하기를 원했습니다. 한국 1인당 달걀 소비량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도 서둘러 진출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Q. 궁극적으로 저스트가 꿈꾸는 건 뭔가요.
A 저는 당장은 대체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른 어떤 회사보다 더 많은 식물성 달걀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만 해도 벅차니까요. 지구상에서 사람들이 섭취하는 달걀의 대부분이 식물성이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전 세계인이 아침에 액체형 저스트 에그를 프라이팬에 붓고 스크램블 에그나 오믈렛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면 가슴이 뜁니다. 이런 모습이 일상화되면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건강한 식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요. 가치를 더 중시하는 식품 생태계가 저스트로 인해 자연스레 정착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SPC 같은 훌륭한 파트너를 더 많이 찾아내는 한편 기술은 발전시키고 비용은 낮추는 방안도 찾고 있어요. 세상을 좀 더 멋지게 바꾸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