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닷물에 기대 살아가던 켈프 숲이 더워진 바다에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문제는 단지 풍경의 손실이 아니라, 어류와 무척추동물의 서식지, 해안 침식 완충, 지역 경제를 한꺼번에 떠받치던 기반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 성게를 걷어내고 더 강한 켈프를 심는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가 여러 대륙에서 동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 생태계 복원 사업은 흔히 장기전이지만, 켈프 숲의 감소 속도는 경고등을 켰다. 그리스트가 전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간 전 세계 켈프 숲의 40퍼센트에서 60퍼센트가 사라지거나 크게 훼손됐고, 감소 속도는 산호초보다 빠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위기를 되돌리기 위한 해법은 단순 식재를 넘어, 포식자 회복, 위성 기반 감시, 선택 교배 연구, 새로운 시장 설계까지 얽힌 복합 처방으로 전개되고 있다.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는 앞서 보도한 엘니뇨 시작과 농업 가뭄, 지구 에너지 불균형과 온난화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켈프 숲이 사라지면 무엇이 무너지는가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켈프 숲이 단순한 해조류 군락을 넘어 해안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라는 현실이 있다. 켈프 숲은 빽빽한 잎 구조로 파도를 약화시켜 해안 침식을 줄이고, 물고기와 무척추동물, 해양 포유류에게 은신처와 산란장을 제공해 왔다. 영양염이 풍부한 얕은 연안에서 광범위하게 분포하던 켈프 숲은 한때 전 세계 해안선의 상당 구간에서 관찰됐다.
그런데 지금 켈프 숲을 뒤흔드는 압력은 복합적이다. 농업과 연안 개발에서 기인한 수질 오염, 저층 트롤 어업의 물리적 교란, 성게 개체수의 폭발이 겹친다. 그 위에 가장 큰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해양 온난화다. 켈프는 차갑고 영양염이 많은 바닷물이 필요해, 수온이 오르면 성장과 번식이 꺾이고 서식 범위가 뒤로 밀린다. 결국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물다양성 보전이 아니라, 해안 지역의 수산업 기반과 재난 완충, 관광과 레저 산업까지 얽힌 사회적 복구 작업으로 확장된다.
해양 온난화와 ‘성게 사막’이 만드는 회복 불가능 구간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가 특히 어려운 이유는 생태계가 어느 지점을 넘으면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그리스트 보도에서 소개된 호주 그레이트 서던 리프에서는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긴가시성게가 서식 범위를 넓히고, 암반 지대가 ‘성게 황무지’로 바뀌는 현상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 황무지는 겉보기엔 바닥이 깨끗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먹이가 되는 켈프가 거의 사라진 저생산 생태계다.
더 심각한 점은 성게가 장기간 버티며 켈프의 재정착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이다. 성게는 먹이가 부족해도 낮은 대사 상태로 오래 생존하다가, 켈프 새싹이 보이면 다시 먹어치우며 회복의 발판을 끊어버릴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켈프를 심기 전에 성게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 현장에서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의 첫 단추는 이식이 아니라 성게 제거와 밀도 관리가 된다.
탄소 흡수 기대와 과학의 경계, 그래도 커지는 이유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가 최근 더 큰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탄소 흡수에 대한 재평가다. 그리스트가 인용한 2023년 문헌 검토는 켈프의 탄소 저장 잠재력이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켈프는 지구에서 성장 속도가 빠른 생물군에 속하며, 면적당 탄소 흡수량이 열대 우림 수준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흡수’와 ‘장기 격리’는 다르다. 켈프가 흡수한 탄소 중 상당 부분은 낙엽과 유사한 찌꺼기 형태로 바다에 풀리고, 물고기 등 먹이망을 거치며 비교적 빠르게 순환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부는 연안 해류를 타고 심해로 이동해 장기간 남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에 발표된 두 연구를 바탕으로, 매년 약 6200만 톤의 탄소가 연안에서 심해로 운반된다는 추정치도 소개됐다.
여기서 다시 핵심 제약이 등장한다. 과도한 수온 상승은 켈프의 생존을 직접 위협하거나 성장률을 낮춰 탄소 흡수 자체를 줄인다. 즉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는 기후 완화의 만능 해법이라기보다, 기후 충격으로 붕괴하는 연안 생태계를 회복시키며 부가적 기후 편익을 기대하는 접근에 가깝다. 이 균형 감각이 정책과 투자 판단에서 중요해지고 있다.
성게를 줄이고, 포식자를 되살리고, 시장을 붙이는 방식
현장에서의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는 ‘무엇을 심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먼저 바꿀 것인가’에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자주색 성게가 특히 중북부 연안의 불켈프 숲을 압박하고 있다. 그리스트 기사에서 소개된 연구진은 더 효율적인 성게 덫을 개발하고, 성게 껍질의 자원화를 통해 제거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한다. 성게 껍질에는 칼슘과 질소 등 식물 영양 성분이 있어 비료 원료로 활용될 수 있고, 노르웨이의 해산물 기업이 성게 껍질을 분쇄해 골분 비료를 대체하는 광물성 비료 원료로 쓰는 사례도 언급됐다.
생물학적 조절도 병행된다. 성게의 천적인 해바라기불가사리는 2013년 시작된 불가사리 소모성 질병 이후 개체수가 90퍼센트 줄었다. 최근 과학자들이 원인 세균을 분리해 대응 가능성을 높였고, 일부 수족관에서는 항생제로 치료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있다. 야생 방류를 위한 내병성 개체군 확보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질병 대응과 생태계 방류는 동시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또 다른 포식자인 해달도 변수가 된다. 모피 거래로 급감했던 해달은 일부 지역에서 회복했고, 해달이 정착한 곳의 켈프 숲이 더 나은 상태를 보인다는 관찰이 이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켈프 숲 복원 프로젝트는 ‘심기’만의 사업이 아니라, 먹이망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생태계 관리로 재정의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