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코스강을 위협하는 산유 폐수: ‘헬스케이프’ 한가운데 흐르는 강의 경고

2026년 5월 초, 뉴멕시코 남부의 한 시골 도로 갓길은 장기 가뭄 속에서 이례적으로 질퍽했다. 웅덩이 옆에는 약 덩이만 한 회색 소금 덩어리가 놓여 있었고, 진흙에는 하얀 결정이 반짝였다. 현장을 찾은 Oilfield Witness의 열화상 촬영 담당자 찰리 배럿은 누군가 유전 현장에서 나온 산유 폐수, 즉 produced water를 흘리거나 버린 흔적일 수 있다고 봤다. 페코스강으로 합류하는 블랙강과 불과 1마일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산유 폐수는 원유와 가스를 뽑아 올리는 과정에서 함께 솟구치는 고염도 오염수다. 석유 성분과 유전 화학물질이 섞이고 방사성 물질이 포함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오염수가 뉴멕시코의 건조화와 맞물려, 페코스강 같은 ‘물이 더 필요한 강’의 하류를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Grist가 소개한 Capital & Main의 보도는 페코스강이 퍼미안 분지의 거대한 유전지대를 관통하며 겪는 위험을 ‘아름다운 강이 헬스케이프 한가운데 흐른다’는 말로 압축했다.

산유 폐수는 앞서 보도한 엘리펀트 뷰트 저수지 가뭄 경고등, 2026년 1.4퍼센트까지 떨어진 물이 말하는 것, 네팔 손실과 피해 기금 청구 2000만달러, 홍수 피해액의 0.7%에 그친 이유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가뭄 속 강변을 따라 늘어나는 산유 폐수 이동

뉴멕시코와 텍사스에 걸친 퍼미안 분지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원유·가스 생산지다. 하지만 생산이 늘수록 원치 않는 부산물도 불어난다. 뉴멕시코에서는 평균적으로 원유 1배럴을 생산할 때 산유 폐수가 3배럴 이상 나온다. 유정과 유전이 노후화될수록 물이 더 많이 섞여 나오는 이른바 워터링 아웃 현상까지 겹쳐 폐수 비중이 커진다.

이 산유 폐수를 모아 운반하고 지하 깊숙이 재주입하는 ‘평행 산업’이 도로망을 타고 커졌다. 남부 뉴멕시코의 고속도로와 외진 도로에는 산유 폐수를 실은 대형 트럭이 하루 종일 오간다. 배럿이 본 것처럼 도로변에서 염분 덩어리와 염결정이 발견되는 장면은 운반 과정의 누출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염분과 독성 물질이 섞인 물이 강으로 스며들면 하천 생태계뿐 아니라 농업용수와 지역 식수에 장기적인 부담을 남길 수 있다.

뉴멕시코 주 규정은 산유 폐수의 유전 외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 결과 폐수를 밖으로 쓰지 못하는 대신, 처분과 주입이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입정 실패로 독성 물이 분출하는 사고와, 주입에 따른 지진 활동 증가가 문제로 떠올랐다고 보도는 전했다. 산유 폐수를 둘러싼 위험은 ‘어디에 쓸 것인가’의 논쟁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처리하고 어디에 쌓아둘 것인가’라는 안전 문제로도 이어진다.

플레어링 금지 이후에도 남은 배출, 강가의 일상으로

배럿의 일은 열화상 카메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 배출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가 촬영한 화면에는 주택 인근에서 작동하는 플레어가 여러 개 잡혔다. 뉴멕시코가 2022년 이후 거의 모든 플레어링을 금지했는데도, 한 장면에서 4개의 점화된 플레어가 확인됐다고 한다.

플레어링은 천연가스를 태워 버리는 방식이다. 배관 규격에 맞지 않거나 압력이 과도하거나, 설비 정비 과정에서 발생할 때 기업이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불완전 연소나 부수 오염물질 배출 문제를 안고 있고, 태우더라도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메탄이 그대로 대기 중으로 새는 벤팅보다 기후 영향이 덜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건강 부담이 남는다.

페코스강 하류는 ‘관리되는 수로’에 가깝다. 강물은 농장과 목장을 거쳐, 퍼미안 분지 한가운데를 지나며 계산된 물로 배분된다. 이런 구간에서 플레어링과 저장 탱크 배출이 반복되면, 강변 생태계는 빛과 소음, 대기오염에 상시 노출된다. 배럿은 생태학과 야생동물 관리를 전공했고 텍사스 주 정부 산림·야생 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소음과 조명이 종을 강에서 밀어내 지역적 절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유 폐수 문제는 물의 오염 위험이 핵심이지만, 그 배경에는 대기 배출과 서식지 교란이 결합된 ‘산업 복합 압력’이 존재한다.

줄어드는 유량과 커지는 유혹, 산유 폐수 ‘정화 후 사용’ 논쟁

페코스강의 근본적인 고민은 물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를 보면 약 40년 동안 페코스강 상류 산지의 연간 적설량이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고, 상류 도시 페코스의 유량 측정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뉴멕시코 주지사 미셸 루한 그리셤의 50년 물 행동 계획은 2070년까지 하천 수자원이 25퍼센트에서 30퍼센트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수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산업계는 산유 폐수를 처리해 유전 밖에서도 쓰는 방안을 해법처럼 제시한다. 실제로 해당 계획에는 유전 폐수를 처리해 더 넓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구상이 담겼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어떤 독성 화학물질이 완전히 제거됐는지 100퍼센트 확신하기 어렵다며 반대한다. 보도에 따르면 규칙 변경 시도는 법적·행정적 난관에 부딪혀 한 차례 중단됐고, 다시 추진되고 있지만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 논쟁은 ‘물 부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라는 정책 딜레마를 드러낸다. 기술적으로 정화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더라도, 비용과 책임, 장기 모니터링, 사고 시 피해의 귀속 문제가 남는다. 강은 상류의 적설 감소와 하류의 산업화라는 이중 압력을 받는다. 물을 더 확보하려는 유혹이 커질수록 산유 폐수 같은 고위험 수원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 당국의 기준과 감시 역량이 사회적 쟁점이 된다.

이 문제는 식품 시스템에도 연결된다. 페코스강 물은 농장과 목장에 공급돼 지역 식품 생산의 기반이 된다. 가뭄과 수질 악화가 겹치면 관개와 가축 음용수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이는 사료 작물 생산과 축산 비용에 영향을 준다. 지속가능한 식품 체계를 고민하는 소비자에게도, 물 부족 지역에서 화석연료 산업이 수자원 위험을 키우는 구조는 중요한 배경 정보다.

멸종위기종 보호 후퇴와 강 주변 380개 유정, 누가 감시할 것인가

페코스강 유역에는 사구 세이지브러시 도마뱀과 텍사스 혼셸 담수조개 같은 멸종위기종이 산다. 한때 보호 대상이었던 레서 프레리치킨은 2026년 초 개체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 어류야생동물국이 멸종위기종법상 보호를 공식 해제했다.

보도는 연방 차원의 규제 변화도 소개했다. 2026년 7월 초 미 내무부는 ‘해를 끼침’의 정의를 직접적인 부상이나 죽음으로 좁히는 방향으로 바꿨고, 소음과 서식지 파괴는 더는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7월 말에는 위기종과 유사한 보호를 제공하던 이른바 블랭킷 룰을 철회했고, 식물과 동물 보호 비용, 즉 원유·가스 생산 비용 증가 요인을 고려하도록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런 변화는 유역의 개발 압력을 상대적으로 키울 수 있다.

퍼미안 분지의 유정 가운데 페코스강에서 반 마일 이내에 있는 유정이 뉴멕시코 구간에만 380개, 산유 폐수 처분을 위한 주입정도 11개가 같은 거리 안에 있다고 한다. 강변과 산업시설이 이렇게 가까울 때는 작은 누출과 운영 부주의도 누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뉴멕시코 주의 하천 물 배분과 의무 이행을 맡는 뉴멕시코 주 인터스테이트 스트림 커미션의 해나 라이즐리 화이트 국장은 적설량이 ‘상상 이상으로 절벽처럼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그는 산유 폐수의 정화 활용이 모든 문제의 해답은 아니지만 여러 도구 중 하나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기술과 재정 유인이 맞물려야 한다고 했다. 물 부족이 심해질수록 정책 선택지는 더 고통스러운 것이 되고, 그때 규제의 완급은 야생동물과 지역 주민, 농축산업, 에너지 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페코스강을 둘러싼 산유 폐수 논쟁은 단지 한 지역의 환경 분쟁이 아니다. 기후변화가 물을 줄이고, 화석연료 생산이 오염 위험과 배출을 키우며, 규제 체계가 흔들릴 때 생태계와 지역 경제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강이 마를수록 물의 출처와 안전 기준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해진다.

More from this stream

Recomended

코퍼스 크리스티 담수화 사업, 가뭄 해법이 왜 ‘재정 재난’ 문턱으로 번졌나: 해수담수화 논란의 경고

텍사스 코퍼스 크리스티가 가뭄 대응책으로 추진한 해수담수화 사업이 재정·정치적 부담으로 번지며 도시 운영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해수담수화의 비용, 에너지, 환경 정의 쟁점을 짚는다.

벼농사 지속가능성의 열쇠, 콩과 작물 덮개작물: 질소 비료 과다의 역설을 끊다

중국 벼농사의 질소 비료 과다 사용이 토양 미생물의 질소 고정 기능을 약화시키며 비료 의존을 키운다는 연구가 나왔다. 덮개작물로 콩과 작물을 도입하면 질소 순환과 토양 건강을 회복하고 투입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후 피드백 경고: 영구동토층 메탄 등 자연 배출이 온난화를 최대 30% 키울 수 있다

영구동토층·습지·산불·담수에서 늘어나는 온실가스가 2100년까지 추가로 0.2~0.4도 온난화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기후모델의 ‘자연 피드백’ 공백이 탄소예산을 더 관대하게 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연비 규제 완화의 진짜 비용: 운전자 부담과 탄소배출이 함께 늘어난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 규제를 완화하며 ‘차값 인하’를 내세웠지만, 유가 상승기엔 연료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화되던 CAFE 기준 후퇴가 탄소배출과 대기오염, 에너지 안보에도 미칠 파장을 짚는다.

트럼프 시대,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이 미국 자동차 배출을 붙드는 마지막 안전망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배출 규제를 대폭 후퇴시키면서 미국 자동차 탄소정책의 공백이 커졌다. 그 틈을 메우는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은 전국 시장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소송과 의회 공방으로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 위기 속 풍력·태양광 발전이 영국 가스 수입 59억파운드 줄였다

호르무즈 위기 이후 영국에서 풍력·태양광 발전이 기록적으로 늘며 가스 발전과 LNG 수입 의존도를 낮췄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스 가격 급등 국면에서도 전기요금 충격을 완화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