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물은 더 이상 물건이 아니다.” 최근 한국 사회는 개 식용 종식 입법과 함께 동물학대 처벌 강화, 유기동물 문제 해결 등 굵직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의 빈틈은 많고, 법의 언어로는 다 담기지 않는 생명의 고통이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또 법정에서 직접 싸우는 인물이 있다.
동물의 법적 지위 인정을 위해 활발히 활동중인 박주연 변호사를 만났다. 그녀는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이사로서 동물보호법 및 축산법 개정안 작업을 이끌고 있으며, 동물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책은 어떻게 쓰시게 된 건가요?
2012년부터 변호사가 됐는데 그때 거의 같이 관심을 갖게 돼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작년 2년쯤 전인, 2023년 그때쯤이 한 12년 차 됐을 거예요. 그래서 그냥 뭐 이제 사실 열심히 할 때도 있었고, 좀 더 열심히 할 때도 있고 이렇긴 하긴 했는데 그 사이에 제가 많이 뭔가 사례가 쌓였잖아요. 그리고 뭔가 계속 생각을 하던 것들이 있고 좀 답답한 부분도 있고 해소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이걸 좀 어딘가 쓰고 싶어도 제가 이제 칼럼은 쓰고 있지만 칼럼은 또 지면에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걸 어떻게 하나.
개인적인 에세이나 이런 걸 좀 쓰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이걸 좀 계속 하다 보면 결국 이게 1~2명의 영웅이나 이런 사람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어요.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공유해야 변화가 오니까요.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거나 극단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도록 쉽게 읽히는 책을 쓰고 싶었습니다. 마침 제 칼럼을 본 출판사에서 제안이 와서, 법 개정 내용과 여전히 부족한 지점까지 담아 에세이+법 해설 형태로 책을 냈습니다
- 시간이 지나며 바뀐 생각도 있나요?
큰 변화라면 ‘개 식용 종식’이 실제로 입법적 해결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엔 희망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 나가자”는 톤이었는데, 최근 정부 정책 회의 등에 참여하다 보니 시민이 바라는 청사진과 정부의 청사진이 다르다는 걸 실감합니다. 예컨대 반려동물 대규모 생산•판매 규제 요구가 높지만 산업 규모가 너무 커져 반영이 잘 안 됩니다.
또 추진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산업 규모 탓에 규제가 어려워지는 일도 많습니다. 크게 시작했다가 반쪽으로 끝나는 경우가 잦아요. 일부만 반영되고 시민은 여전히 화가 나 있고, 정부는 “할 만큼 했다”고 말하는 구조죠. 그래서 요즘은 “이게 정말 바뀔까?”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정부의 경우, 개 식용 문제 해결이 거의 유일한 성과라고 봅니다.
- “동물권 운동 내에서 온건·급진 간 갈등이나 연대의 어려움은 어떤가요?”
동물권 내부에도 급진•온건 간 갈등이 있습니다. 모두 같은 이상을 향하지만, 모두가 채식하는 유토피아는 비현실적이니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온건•전략적 주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마저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그래도 연대는 필요해요. 저희도 환경단체와 함께할 때가 많습니다.
저희 단체(PNR)은 반려동물만 다루지 않고, 모든 동물의 존중을 전제로 산양 관련 소송 등도 합니다. 그래서 환경단체와 연대하는데, 그분들은 동물을 종 단위로 보고, 우리는 개체 단위로 보는 경향이 있어 다른 점이 있습니다.단체마다 적성이 다르고, 개인의 동기도 다양하니 통제보단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사람마다 비거니즘•인권운동을 하는 이유가 다릅니다. 도덕, 지속가능성, 지구 환경 등 목적이 다양하죠. 그래서 통일된 정답을 강요하기보다, 다양한 논의가 계속되면 어느 정도 상식으로 수렴됩니다. 앞서 말한 길고양이 논쟁도 대중의 기본 교육 수준이 중요합니다.
해외 섬 지역 연구중 일부를 근거로 “외국은 길고양이를 살처분 한다, 한국은 길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중성화(TNR)하는게 문제”라며 캣맘을 공격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물론 캣맘 중에도 관리가 미흡한 경우가 있지만, 그래서 최근엔 관리형 급식과 TNR 동시 진행이 표준이 되어가죠. 그런데 일부 커뮤니티의 근거 없는 선동으로 팩트체크 없이 여론이 흔들립니다.
그 결과 잘 운영되던 현장에도 민원 폭탄이 떨어집니다. 제가 진행 중인 사건 중 하나가 부산 을숙도 사례예요. 사람을 통해 길고양이가 섬에 들어왔고, 지자체, 수의사단체와 협력해 관리•TNR을 7년간 해왔습니다. 조류 피해 보고도 없었죠. 그런데 고양이 혐오 정서가 부각되며 사업 취소•급식소 철거 요구가 생겼고, 국가기관이 민원만 보고 연구•조사 없이 철거를 결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렇게 급히 철거하면 고양이도, 새도 모두에게 더 나쁜 결과가 올 수 있어요. 현재 행정소송으로 다투고 있습니다. 민원만으로 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왜 소송이 가능한지 궁금할 수 있죠. 이 건은 행정소송이고, 피고는 국가유산청입니다. 원고는 부산에서 길고양이 관리 사업을 지속해온 단체이고, 저희가 대리하고 있습니다. 행정소송 경험과 동물 이슈 이해가 필요해 의뢰가 온 케이스예요.

말 나온 김에 법인격 얘기를 하면, 원래 인격이 없는 주체에 법적 인격을 부여하는 개념입니다. 자연이나 동물에도 직접 법인격을 부여하거나, 신탁•대리형 모델로 보호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돌고래 관련 법인격 부여 논의가 있고, 해외엔 인도의 갠지스강, 뉴질랜드의 왕거누이 강 사례가 있죠.
동물, 자연도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보호 규정만 있고 집행이 안 되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한국에선 누군가 대신 고발할 수는 있지만, 그마저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권리 주체’ 개념이 나온 겁니다. 제 생각을 말하자면, 국내 현황은 아직 미진합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움직임(조례 등)이 있지만, 아직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단순보호대상과 권리 주체는 다릅니다. 권리 주체가 되면 자기 명의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죠. 방법론으로는 말씀하신 신탁•대리•후견 등이 있습니다. 동물은 스스로 소송을 수행할 수 없으니, 누가 대리할 자격이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독일에선 그 자격 요건(연수, 활동경력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한국에서도 산양 관련 소송을 하며 후견인 제도를 차용하려 했습니다. 없는 제도를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제도를 활용하자는 접근이었죠. 그래야 사법부도 움직일 확률이 높구요. 미성년자나 성년후견인처럼 대리 체계를 적용해 보려 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국내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민간 자율 기준의 단체가 이런 중대한 문제에서 기준점이 되는 현실도 있습니다. 국가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해 오히려 민간 기준에 의존하는 상황이죠. 개인적으로는 동물을 대변할 ‘신뢰 가능한 단체’가 아직 부족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안락사에 대한 입장도 다릅니다. 저는 수의학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고통이 입증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보지만, 어떤 단체는 더 쉽게 안락사를 선택합니다. 동물의 의사는 우리가 알 수 없으니, 누가 동물의 이익을 잘 대변하느냐가 큰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해외에 비해 전문성•신뢰성을 오래 축적한 단체가 적은 것도 현실입니다.
-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있잖아요. 어떤 한계와 문제점이 있나요?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출발이 구색 맞추기였습니다. 1988 서울올림픽 전후 국제시선을 의식해서 만들어졌고, 초기엔 학대에 대해서도 벌금형 수준의 처벌밖에 없었어요. 이후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부분 개정을 거듭해 지금에 이르렀고, 최근 나름 전면 개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지점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대표적으로 개 도살이나 불법 번식 같은 문제들이 불거질 때마다 시민단체나 언론이 목소리를 내니까, 정부도 마지못해 조항을 손보는 식이었죠. 한국은 아직 동물의 행복권에 접근하지도 못했습니다. 여전히 고통을 주지 않을 정도만 규정하고 있어요. 출발점이 동물을 소유물로 보고, 도의적 보호 대상 정도로만 취급합니다. 그러다 보니 때리거나 죽이는 극단적 학대만 아니면 괜찮다는 수준에 머무는 것 같아요. 사실 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야 하고, 심지어 고통받지 않을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학대 범위에서 빠진 게 많아요. 잘못된 소유자에게 맡겨져 밥은 먹지만 극도로 불행하게 사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학대로 보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인이 신고해 방문한 집에서 반려견 사체가 있었고 다른 개들도 있었는데, 공무원이 “밥은 주고 있네요”라며 돌아간 사례가 있어요. 이렇게 관점이 좁아 동물의 행복•복지까지는 아직 멉니다.
그래서 한국은 제도를 확대해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요. 동물을 ‘감각과 감정을 가진 생명’으로 존중한다는 출발점이 부실해요. 법적으로 소유물이 아닌 생명체로서의 권리를 명시해야 합니다. 법인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럽처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혹은 “지각•감정 있는 생명체로 존중된다”는 선언을 헌법•민법•특별법에 박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만 동물보호법 집행이 강합니다. 학대 처벌이 강하고, 학대 시 소유권을 바로 박탈하는 주가 다수예요. 한국은 이런 점이 부족합니다.
- 그럼 변호사님은 어떤 나라의 모델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이상향으로 보는 나라는 스위스입니다. 스위스는 동물별 복지 기준이 매우 구체적이에요. 예를 들어 개는 산책이 복지 요소고, 고양이는 다른 요소가 있듯 종별로 세세하게 정해놓습니다. 위반 시 피해가 발생해야만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스위스는 기준 자체를 집행합니다. 한국은 목줄 2m 규정이 있어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실제 다치거나 죽어야만 법이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한국은 최소 수준에서 정체돼 있고, 타 국가는 ‘동물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를 종별로 연구해 디테일하게 규정합니다. 그래서 스위스 모델이 이상적이지만, 한국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다만 일부는 조금씩 도입되고 있습니다.
조금씩 진전은 있지만, 동물복지는 아직 멉니다. 복지를 실현할 주체는 소유자•영업자인데, 이들의 의무를 디테일하게 규정해야 해요. 현실에서는 주로 학대 법정형 상향 같은 부분만 받아들여집니다. 재범률이 높아 학대자 사육금지 같은 제도는 도입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번 정부 공약 및 동물복지종합계획에도 들어가 있어요. 근본적으로는 반려동물 입양•판매 구조 자체를 법제화로 바꾸는 게 빠릅니다. 돈만 있으면 쇼핑하듯 사고 버리는 현실이 가능하니까요. 등록도 의무지만 과태료 수준이라 지방은 등록률이 낮습니다. 법이 너무 물러서 그래요. 법이 먼저냐 인식이 먼저냐 답은 없지만, 결국 법이 인식을 끌고 간다고 생각해요. 개 식용도 입법으로 정리됐듯, 강한 법이 누적되면 인식도 바뀝니다.
- 한국에서 동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바꿔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이 참고 대상에 오르곤 합니다. 결국 동물에 대한 태도는 사회 성숙도의 지표라고 봅니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정부는 “더 나아진 정책”을 내세우고 싶어 복지법 개편을 이야기하지만, 본질은 내용입니다. 정부는 동물복지기본법 제정도 검토 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저는 민법에서 동물의 ‘물건’ 지위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법원행정처 등에서 체계 붕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난관이 큽니다. 그러나 실제로 체계 붕괴 우려는 과장된 면이 있어요. 독일도 “물건은 아니지만 물건 규정을 준용”하는 방식으로 큰 혼란 없이 운영합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상징적 성격의 기본법에 치우치려는 경향이 있어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민법부터 손보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과 교감이 생기면 동물권 문제에 관심이 생기곤 합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먼저 “길러보라”고 할 수는 없죠. 많은 사람이 무겁다고 느끼는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장처럼 다양한 세대가 섞인 곳에서 젊은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동물 이야기를 꺼내 보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해요. 관심 없는 대중을 움직이는 데는 “동물권”보다 건강•기후 같은 내 이익을 전면에 놓는 내러티브가 효과적일 때도 있습니다, 고기 없는 월요일, 학교 급식 채식일처럼 접근하면 저항이 낮습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어야 대중화 될 것 같아요. 또 실천의 난이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서로를 시험하고 정죄하는 문화도 문제입니다. 각자의 생활조건이 다르고, 완벽을 강요하면 지속하기가 어려워요. 대중적 노출과 지속적인 존재감이 중요해요. 한국은 채식•사찰음식 등 자원이 많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유기동물 문제를 깊이 보고 있어요. 입양될 수 있었던 개가 기회를 못 얻어 안락사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구조적으로는 공급(생산•판매) 축소, 시설 운영 개선이 정답이지만 단기 해법이 되진 않습니다. 당장의 과밀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과제입니다.
안락사에 예산을 쓰기보다 살리는 데 쓰는 방향이 낫습니다. 가정 임시보호를 활성화하면 시설 과밀을 분산하고, 가정에서 치료•사회화를 거쳐 입양률을 높일 수 있어요. 자격 심사와 지원 체계를 갖춘다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임보가 입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더 정착•확대되면 좋겠습니다. 결국 “누가 해결해 주길”이 아니라 우리가 연구하고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