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에너지 전환이 체감 속도로 전개되는 해이면서도, 동시에 화석연료가 ‘역대 최고치’를 찍은 해로 기록됐다. Energy Institute의 최신 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를 토대로 Carbon Brief가 제시한 6개 차트는, 청정전력이 2025년 세계 신규 에너지 공급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바람과 햇빛이 늘린 전력이 석탄, 석유, 가스 같은 개별 화석연료를 제치고 ‘새로 늘어난 에너지’의 최대 공급원이 된 것은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이 성과는 ‘승리 선언’과는 거리가 있다. 2025년 전 세계 총에너지 공급은 1.7% 증가해 600EJ를 처음 넘어섰고, 석탄과 석유, 가스, 원자력, 수력까지 모든 에너지원이 동시다발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청정전력이 커졌는데도 화석연료가 줄지 않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기후위기 대응, 산업 경쟁력, 전기요금, 그리고 식품 산업과 소비 트렌드의 지속가능성까지 연결되는 이 ‘동시 상승’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청정전력은 앞서 보도한 데이터센터 전력 대안으로 떠오른 분뇨 바이오가스, 기후해법인가 공장식 축산 연장인가, 시카고 대기질 모니터링 네트워크, 시민권 민원에서 277개 센서까지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청정전력이 커졌는데, 왜 모든 에너지원이 최고치를 찍었나
Energy Institute 통계 리뷰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은 10EJ 늘어 1.7% 증가했다. 총량이 커진 만큼 석유, 석탄, 가스는 물론 원자력과 수력, 풍력과 태양광까지 전원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석탄은 2025년 166EJ로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고, 2014년에 형성됐던 이전 고점을 2.8% 웃돌았다.
이 지점에서 핵심은 ‘추가로 생긴 수요’가 여전히 크다는 사실이다. 전력 수요는 2025년 3% 늘어 전체 에너지 증가율 1.7%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 전기화가 확산되면 청정전력의 역할이 커지지만, 동시에 경제 전반의 에너지 소비가 계속 증가하면 화석연료의 절대 사용량이 쉽게 줄지 않는다. 청정전력이 신규 증가분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분명하지만, 배출량을 실제로 낮추려면 총수요 관리와 화석연료 감축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경고도 담겨 있다.
숫자가 만든 착시, 1차 에너지와 청정전력의 ‘가시성’ 문제
통계 리뷰는 ‘총에너지 공급’이라는 1차 에너지 중심 지표를 사용한다. 여기에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석탄, 석유, 가스, 원자력은 연료가 가진 에너지 입력을 크게 잡는 반면,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는 전력 출력이 기준이 된다. 화석연료는 연소 과정에서 막대한 열 손실이 발생해, 실제로 경제에 ‘유용한 일’로 전환되는 비율이 낮다. Carbon Brief는 이를 1차 에너지의 함정으로 설명하며, 대략 3분의 2가 유용한 에너지로 전환되기 전에 손실된다고 지적했다.
대표 사례로 운송 부문을 보면 105 단위의 에너지가 투입돼도 실제 ‘에너지 서비스’로 남는 것은 20 단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런 구조에서는 1차 에너지 기준으로 화석연료의 비중이 실제보다 과대 표시될 수 있다. 과거 통계 리뷰는 재생에너지를 화석연료 대체량으로 환산해 보여주는 방식도 썼지만, 2025년부터는 중단했다. 청정전력 중심의 전기화가 확대되면 같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공급 에너지 총량’ 자체가 줄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변화다.
이 맥락은 청정전력 확대가 단지 발전 믹스의 변화를 넘어 산업 공정, 난방, 수송의 전기화를 견인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식품 산업에서는 냉장 물류, 가공 공정의 전기 보일러 전환, 전기 기반 열펌프 도입 등이 확산될수록 청정전력의 기후효과가 커진다. 대체단백과 비건 제품 시장도 전기화된 생산 설비와 저탄소 전력 조달이 경쟁력 요소가 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청정전력의 성적표, 2025년 신규 에너지원 1위와 전력 증가분 100% 충당
6개 차트가 던진 가장 직관적인 메시지는 청정전력의 성장 속도다. 2025년 풍력과 태양광은 전년 대비 18.3% 증가했고, 두 전원을 합치면 2025년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증가분에서 가장 큰 기여를 했다.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풍력과 태양광의 합산 증가분이 석탄, 석유, 가스 같은 개별 화석연료 증가분을 넘어선 첫 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 부문에서는 더 선명하다. 2025년 전 세계 전력 생산은 약 940TWh 늘어 3% 증가했는데, 이 증가분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저탄소 전원이 충당했다. 화석연료 기반 발전량은 전체적으로 정체에 가까웠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은 수력이나 원자력보다 많아졌다는 점이 제시됐다. 청정전력 확대가 ‘신규 수요의 흡수’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전력 수요 확대의 원인을 특정 부문으로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통계 리뷰는 2025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처음 포함했고,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 전력 수요의 2%를 차지하며 2025년 증가분의 15%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Carbon Brief는 별도 자료를 인용해, 데이터센터보다 산업과 난방, 운송의 전기화가 더 큰 성장 동인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확산, 전기 기반 공정 전환, 도시 난방의 전기화가 진전될수록 청정전력 확대의 ‘수요처’는 더 넓어진다.
이 흐름은 소비재와 식품 시장에도 직접 연결된다. 식품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을 늘리는 이유는 비용 안정성뿐 아니라 공급망 배출량 관리와 수출 규제 대응에 있다. 동물복지와 비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는 시장에서는 제품의 원료뿐 아니라 제조 공정의 전력 탄소강도까지 브랜드 신뢰의 일부가 되고 있다.
화석연료 비중 86.2%라는 현실, 청정전력 확대로 충분한가
통계 리뷰 기준으로 2025년 화석연료는 전 세계 1차 에너지 공급의 86.2%를 차지했다. 이는 기록상 최저치이지만, 여전히 압도적 비중이다. 과거에는 원자력 확대가 화석연료 비중을 1986년 91%까지 낮췄지만, 이후 성장 둔화가 나타났고 최근 10년은 풍력과 태양광의 급성장이 비중 하락을 견인해왔다.
여기서 정책적 질문이 생긴다. 청정전력이 신규 에너지원 1위가 됐는데도 화석연료의 절대 소비가 유지되거나 증가한다면, 배출량 감축 경로는 더 가파르게 설정돼야 한다. 전력 부문에서 청정전력의 성장이 확인된 만큼, 다음 관건은 전력 외 부문의 전기화와 효율 개선이다. 통계 리뷰가 지적하듯, 청정전력 중심 시스템은 연소 손실이 적어 같은 경제활동을 더 적은 에너지로 수행할 여지가 크다.
사회적으로는 전기요금과 산업정책의 균형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계통 투자, 저장장치, 수요관리 같은 비용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반면 화석연료 가격 변동과 수입 의존 리스크를 줄여 에너지 안보를 높인다는 논리도 강해지고 있다. 청정전력 확대는 기후와 안보, 산업 경쟁력의 교차점에서 논의되는 의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