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닥치고, 무력 충돌과 산림 파괴가 겹치며 토지가 빠르게 황폐화되는 부르키나파소에서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느냐’는 질문은 생존과 직결된다. 이런 조건에서도 농생태학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농가가 관행 농가보다 수확량과 소득, 식량 비축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Food Tank가 소개한 Altus Impact, Groundswell International, Association Nourrir Sans Détruire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동부 지역 소농 400여 가구 자료를 바탕으로 재배 방식별 헥타르당 수익성을 비교한 결과, 농생태학을 3가지 이상 적용한 ‘고도’ 실천 농가는 관행 대비 수확량이 77퍼센트 높았고, 순소득은 67퍼센트 더 많았다. 보고서는 기후 충격이 상시화된 사헬 지역에서 농생태학이 생산성과 회복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농생태학은 앞서 보도한 영국 농업을 살릴 대안으로 떠오른 식용 콩과작물, ‘렌틸콩’ 연구 프로젝트 착수, 서유럽 산불, 2026년 여름을 태우다: NASA가 포착한 대형 산불의 조건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위기 속 농업, 수확량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고서가 주목한 배경은 단순한 생산성 저하가 아니다. 부르키나파소는 극한 강우와 홍수, 심각한 가뭄이 반복되고, 무력 충돌과 산림 파괴가 맞물리며 대규모 토지 황폐화와 이주, 식량 불안을 겪고 있다. 유엔 난민기구는 2024년 말 기준 부르키나파소의 국내 실향민이 200만 명을 넘는다고 보고했다. 농업과 목축이 생계 기반인 인구가 큰 나라에서, 토양이 무너지고 물이 불안정해지면 생산량 감소는 곧바로 가계의 부채, 끼니, 이동 여부로 이어진다.
이런 조건에서 농생태학은 ‘환경에 좋은 농법’에 그치지 않고, 농가가 버티는 시간과 선택지를 넓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Food Tank에 따르면 Groundswell International의 서아프리카 지역 조정관 츠암바 부르구는 이번 평가가 농생태학이 인구 증가를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수확량을 올릴 뿐 아니라 농가와 가구의 소득을 높인다는 점을 수치로 보여주기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즉 이 보고서는 기후위기 적응과 빈곤 완화, 지역 안정이라는 정책 의제와 직접 맞닿아 있다.
400여 가구 데이터가 보여준 농생태학의 ‘성과’
Transformational Agroecology in Burkina Faso 보고서는 부르키나파소 동부의 소규모 농가 400여 가구 데이터를 분석해, 관행 농업부터 전환 초기, 그리고 농생태학을 고도화한 실천까지 여러 유형을 비교했다. 핵심은 투입재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물과 토양을 붙잡아 작물의 생육 조건을 개선하는 농생태학적 기술 묶음이 경제 지표로도 이득을 냈다는 점이다.
보고서가 ‘고도’ 농생태학으로 분류한 농가는 자이, 하프문, 저경운, 잔재물 소각 금지, 돌 경계선 장벽, 나무의 농가 관리 자연재생 같은 실천을 3가지 이상 적용한 경우다. 자이는 작은 구덩이를 파서 물을 모으고 토양 수분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고, 하프문은 반달 모양의 둔덕과 웅덩이를 만들어 빗물을 모아 침투를 늘린다. 이런 기법들은 강우가 짧고 강하게 내리거나, 반대로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는 조건에서 작물 뿌리 주변의 수분과 토양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과는 숫자로 드러났다. 고도 농생태학 농가의 수확량은 관행 농가보다 77퍼센트 높았고, 전환을 막 시작한 농가와 비교하면 거의 2배였다. 식량 비축에서도 차이가 컸다. 고도 농생태학 농가의 중앙값 식량 보유량은 300킬로그램으로, 전환 중인 농가의 3배 수준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식량이 바닥났다고 답한 비율은 고도 농생태학 농가가 13퍼센트였던 반면, 전환 중인 농가는 45퍼센트였다. ‘농생태학’이 생산량 지표를 넘어 가정 내 식량 안정성에 연결된다는 점이 수치로 제시된 셈이다.
금융 지표도 주목된다. 고도 농생태학 농가의 부채는 8달러로, 전환 중인 농가의 35달러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이들이 농촌 은행과 금융기관에서 신용도가 더 높게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ANSD의 실행이사이자 공동 저자인 알리 디아누는 Food Tank에 농생태학이 작물, 임산물, 가축 등으로 소득원을 분산시키고 생활 수준을 지키는 데 기여하며, 부채가 줄고 재무 건전성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순소득은 농생태학 실천이 적거나 없는 농가보다 67퍼센트 높았다.
토양 재생이 왜 기후 적응과 직결되는가
보고서는 농생태학의 환경적 효과를 ‘토양 재생’으로 요약한다. 토양이 회복되면 수분을 저장하고 천천히 방출하는 능력이 커지고, 강한 비가 내릴 때 표토가 쓸려 내려가는 침식 위험도 줄어든다. 보고서는 농생태학을 적용한 농가에서 토양 건강이 개선되고, 질소 고정이 이뤄지며, 뿌리 체계가 강화돼 침식에 덜 취약해졌다고 설명한다. 이는 가뭄 스트레스뿐 아니라 홍수 위험에 대해서도 완충 장치를 만든다.
사헬 지대의 기후 리스크는 농가의 거취를 좌우한다. 농업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가구는 도시로 이동하거나, 더 위험한 이동 경로를 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고서는 농생태학이 취약한 공동체가 가장 어려운 기후 조건에서도 땅을 지키도록 도울 수 있어 ‘기후로 인한 이주’를 완화하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이러한 연결은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 논의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생산성, 생태 회복, 사회 안정이 따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농생태학의 확산은 단순한 기술 보급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지역의 토양과 강우, 노동력과 가축 사육 방식에 맞춘 현장 지식이 필요하고, 전환기의 비용과 위험을 누가 분담할지에 따라 채택 속도가 달라진다. 그래서 보고서가 제시한 ‘경제적 성과’는 농민과 정책 담당자 모두에게 설득의 재료가 된다. 환경의 가치가 소득과 식량이라는 지표와 맞물릴 때, 전환은 도덕적 선택을 넘어 생계 전략으로 자리 잡기 쉽다.
화학 비료 중심 지원에서 유기 대안으로, 정책 전환의 쟁점
부르키나파소에서 농생태학은 농가 단위의 실천을 넘어 공공정책의 방향을 묻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Groundswell International, ANSD, Altus Impact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지역 단위에서 농생태학을 확산시키려 하며, 옹호 활동과 공동체 인식 제고 도구로 보고서를 활용하고 있다. 이미 여러 비정부기구에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디아누는 장기 목표로 부르키나파소의 국가 농생태학 전략 수립을 언급했다. 또한 공적 자금을 화학 비료 중심에서 유기 대안으로 전환하고, 혼합금융과 위험 완화 수단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논쟁과 맞닿아 있다. 단기 수확량을 위해 화학 투입재를 늘리는 모델은 토양 산성화, 생물다양성 손실, 수질 오염, 온실가스 배출과 연결될 수 있고, 국제 가격 변동에 취약한 농가를 ‘구매 의존’ 구조로 묶을 위험도 있다.
유기 비료와 토양 관리, 나무의 재생을 포함하는 농생태학은 동물복지와 대체 단백질 같은 소비 트렌드와도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지속가능한 식품 시장은 생산 과정의 탄소 발자국과 토양, 물, 생태계 영향을 점점 더 따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소농이 기후 회복력 있는 방식으로 생산한 곡물과 콩류는 지역 식량안보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식물성 식단 확대라는 세계적 흐름에서 공급 기반을 안정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보고서는 특정 식단 전환을 직접 다루기보다, 농가의 소득과 식량, 토양 회복이라는 기초 체력을 수치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하나의 쟁점은 지식의 주체다. 참여 기관들은 토착 실천에서 비롯된 농업 지식이 농민 중심으로 축적되고 확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외부에서 설계된 단일 처방이 아니라, 지역의 경험과 데이터가 결합될 때 농생태학은 기술 패키지가 아니라 지역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그 논의를 ‘농생태학은 성과가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려, 생산성과 재무 지표에서의 개선을 근거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