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도 축을 다시 그리게 한 역대급 엘니뇨, 캘리포니아와 식량 체계에 던지는 경고

동태평양에서 커지는 기록적 엘니뇨가 ‘이전 관측과 같은 축에 놓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다음 1년의 날씨와 재난 대응이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갔다. 엘니뇨는 단순한 바다의 따뜻함이 아니라, 폭우와 가뭄의 위치를 바꾸고 해수면을 끌어올리며 식량 가격과 수급까지 흔드는 전지구적 변동 요인이다.

Inside Climate News는 기후과학자 대니얼 스웨인과의 문답을 통해 이번 기록적 엘니뇨가 왜 ‘과학적 이름조차 붙이기 난감한 수준’으로 묘사되는지, 그리고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여러 지역이 어떤 형태의 위험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지를 짚었다. 기록적 엘니뇨가 커질수록 ‘비가 오느냐 안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집중될지와 사회가 그 충격을 흡수할 준비가 돼 있는지가 핵심이 된다.

기록적 엘니뇨는 앞서 보도한 기후변화 폭염이 만든 ‘불가능한’ 더위와 바다 기록, 그리고 오존층 구멍의 교훈, 탄소 저장 대두 개발 경쟁, 깊은 뿌리가 가뭄과 기후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다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기록적 엘니뇨가 ‘축 밖’으로 불리는 이유

Inside Climate News가 전한 설명에서 핵심은 규모의 감각이다. 대니얼 스웨인은 이번 기록적 엘니뇨를 두고, 과거 사례와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이라고 표현했다. ‘너무 커서 같은 축에 맞지 않는다’는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관측과 경험으로 쌓아 온 위험 인식의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와 대기 순환이 연동해 계절 강수 패턴을 바꾸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변동성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 위에서 작동할 때다. 바다가 더 따뜻해지면 대기에 공급되는 수증기와 에너지의 양도 커지고, 이는 폭우와 폭설 같은 극한 강수의 ‘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록적 엘니뇨가 예고하는 것은 단순히 따뜻한 겨울이나 비가 많은 계절이 아니라, 기존 기반시설과 방재 계획이 가정해 온 범위를 넘어서는 변동성의 확대다.

캘리포니아가 마주할 수 있는 ‘동시에 오는’ 위험

엘니뇨가 강해질 때 캘리포니아는 보통 강수 증가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기록적 엘니뇨가 곧바로 ‘비가 충분히 내려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수량이 늘어도 짧은 기간에 집중되면 홍수와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저수지 운영과 도시 배수 시스템에는 더 큰 부담이 걸린다. 반대로 지역과 시기별 편차가 크면 일부는 물 부족을 해소하지 못한 채 재난만 겪을 수도 있다.

이런 양극단이 공존할 때 사회적 비용은 급격히 늘어난다. 홍수는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 같은 기반시설을 훼손하고, 농경지 침수와 토양 유실을 부른다. 가뭄은 지하수 의존을 심화시키고 산불 위험을 끌어올린다. 기록적 엘니뇨는 ‘하나의 답’이 아니라, 물 관리와 재난 대응에서 동시에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스웨인이 극한 현상을 연구해 온 과학자로서 이번 현상을 주목하는 이유도, 이런 복합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과 연안 피해, 따뜻한 바다의 또 다른 비용

엘니뇨가 커질 때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축은 해수면이다. 엘니뇨는 바닷물이 팽창하고 바람과 해류 분포가 달라지면서 특정 해역의 해수면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미 장기적인 해수면 상승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런 단기적 상승이 겹치면, 해안 침수와 폭풍 해일 피해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안 지역의 피해는 단순한 재산 문제를 넘어, 식품과 물류 시스템에도 파급된다. 항만과 해안 도로는 공급망의 관문이다. 침수나 파손이 반복되면 물류 지연과 비용 증가가 발생하고, 이는 식품 가격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기록적 엘니뇨가 해수면 변동을 동반한다면, ‘기후 리스크가 해안선에서 끝난다’는 생각은 성립하기 어렵다. 바다의 변화는 곧 도시 경제와 생태계, 그리고 소비자 장바구니의 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농업과 식품 산업의 부담, 지속가능성 논의가 현실이 되는 지점

기록적 엘니뇨가 예고하는 변동성은 농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강수의 시기와 강도가 흔들리면 파종과 수확 일정이 어긋나고, 병해충 압력과 작물 품질 저하 위험이 커진다. 특히 캘리포니아처럼 다양한 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지역에서는 농업용수 배분, 노동력, 운송 일정이 서로 맞물려 있어 기후 충격의 연쇄 효과가 나타나기 쉽다.

식품 산업 역시 원료 조달과 가격, 보험과 금융 비용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된다. 폭우로 물류가 막히거나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면, 가공식품과 외식 산업까지 비용 압박을 받는다. 이런 상황은 지속가능한 식품 체계 논의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언어로 재편되는 계기가 된다. 원료 다변화, 물 사용 효율 개선, 재생농업 같은 접근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시에 소비자 행동도 영향을 받는다. 가격 변동이 커질수록 가계는 단백질과 신선식품 구매를 조정하고, 대체 단백질과 식물성 제품에 대한 관심이 ‘윤리’뿐 아니라 ‘가격과 공급 안정성’ 관점에서 재해석될 수 있다. 다만 기록적 엘니뇨가 특정 식품군의 가격을 어떻게 움직일지는 지역별 생산과 유통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단정 대신 경계와 준비가 필요하다.

More from this stream

Recomended

호주 캥거루 개체수 조절 논쟁, 기록적 캥거루 도살이 던진 질문

호주 전역에서 캥거루가 늘어나며 서식지 훼손 논란과 동물복지 반발이 충돌하고 있다. 호주수도특별구의 기록적 캥거루 도살을 계기로 재조림, 딩고 역할, 불임화, 소비와 정책 대안이 다시 쟁점이 됐다.

돼지 농장 분뇨 소화조가 암모니아를 늘린다? 연구가 던진 경고와 정책 공백

분뇨 소화조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해법으로 홍보돼 왔지만, 소화 후 잔여물에서 암모니아 배출이 3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암모니아는 PM2.5를 키워 주민 건강과 환경정의 논란을 증폭시킨다.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의 열쇠는 농민 우선: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을 위한 시장과 투자

기후위기로 농사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현장의 경고가 커진다. Climate Week NYC 2026에서 나온 ‘농민 우선’ 해법은 유기 전환을 가로막는 시장 공백, 장기구매 약정, 노동 안전과 의료 사각지대를 동시에 겨냥했다.

네팔 손실과 피해 기금 청구 2000만달러, 홍수 피해액의 0.7%에 그친 이유

네팔이 UN 손실과 피해 기금에 2000만달러를 요청했지만, 정부 추산 홍수 총 피해와 손실 27억달러의 0.7%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청구 상한과 재원 부족이 ‘신속 대응’의 시험대로 떠올랐다.

유엔 총회에서 충돌한 기후 비전: 브라질의 에너지 전환 vs 미국의 거부

유엔 총회 개막 연설에서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탈탄소와 산림 보호, 기술 이전을 통한 에너지 전환을 촉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는 메시지를 내며 유엔 총회 기후 비전이 정면 충돌했다.

트럼프 EPA 온실가스 규제 철회가 조지아 신규 배출을 2배로 키울 수 있는 이유

트럼프 행정부가 발전소 온실가스 기준 철회를 추진하면서 조지아의 신규 가스발전 배출이 2배로 늘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석탄 퇴출 지연이 겹치며 규제 불확실성이 전력계획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