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주의자’, 7월 15일 개봉… 여성 비건들의 13년 동물권 운동을 기록하다

동물권 다큐멘터리 <가능주의자>가 2026년 7월 15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여성 채식인 청년들이 지난 13년 동안 한국 사회에 비거니즘과 동물권의 언어를 어떻게 확산시켜 왔는지를 따라가는 아카이빙 다큐멘터리다. 돌고래 해방 운동부터 개 식용 종식 논의, 2024년 개 도살 금지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한때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던 변화가 현장에서 어떻게 축적됐는지를 여성 활동가들의 목소리와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가능주의자>는 동물권 영화이면서 동시에 여성들의 주체성에 관한 영화다. 사회적 무시와 조롱, “쉽게 선동당한다”는 편견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바꾸고, 거리와 법정, 영화와 기록의 장에서 변화를 만들어온 이들의 시간을 담았다. 작품은 동물권 운동을 단순한 캠페인으로 다루지 않고, 에코페미니즘과 비거니즘, 페미니즘 내부에서도 자주 주변화돼 온 동물권과 페미니즘의 교차성을 함께 조명한다.

공식 예고편: https://youtu.be/K5fSiLfbo7M?si=zfJVt5JKuy95L_rL

여성 비건들이 기록한 한국 동물권 운동의 13년

<가능주의자>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 동물권 운동의 주요 장면을 따라간다. 영화의 중심에는 돌고래, 차랑, 혜수, 지연, 민선 등 동물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해 온 여성 비건들이 있다. 이들은 개, 돌고래, 돼지, 소, 넙치 등 인간 사회에서 소비와 전시, 산업의 대상으로 다뤄져 온 동물들의 현실을 드러내고, 그 문제를 공론장으로 끌어올려 왔다.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거대한 조직이나 제도권 정치의 변화만이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변화가 시작되는 낮은 자리, 즉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자료를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자신의 생활을 바꾸며 버텨온 이들의 시간을 따라간다. 한국 사회에서 ‘비거니즘’과 ‘동물권’이라는 개념이 낯선 말에서 공적 의제로 이동하기까지, 그 과정에는 수많은 여성 활동가들의 반복된 노동과 기록이 있었다.

특히 2024년 개 도살 금지법 제정은 영화가 다루는 13년의 흐름에서 중요한 역사적 지점으로 놓인다. 개 식용 문제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문화, 산업, 생계, 윤리의 논쟁이 충돌해 온 사안이었다. <가능주의자>는 이 변화를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제도적 성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의제가 어떻게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사회적 설득을 통해 현실의 법과 제도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동물권 다큐멘터리 가능주의자 스틸컷 속 여성 비건 활동가들
다큐멘터리 <가능주의자> 스틸컷. 사진=이놀미디어

동물권 영화이자 에코페미니즘 영화

<가능주의자>가 다른 동물권 다큐멘터리와 구별되는 지점은 동물권 운동을 여성의 삶과 신념, 사회적 위치의 문제와 연결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동물 해방을 말해 온 여성들이 왜 자주 감정적이거나 순진한 존재로 취급됐는지, 왜 동물을 향한 연민과 분노가 사회적으로 낮게 평가돼 왔는지 질문한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에코페미니즘의 문제의식과 맞닿는다. 에코페미니즘은 자연과 여성, 동물이 근대 산업사회와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어떻게 비슷한 방식으로 대상화되고 착취돼 왔는지를 살피는 사유다. <가능주의자>는 이런 논의를 추상적인 이론으로만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식탁을 바꾸고, 소비를 바꾸고, 거리의 언어를 바꾸려 했던 여성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동물권과 페미니즘의 교차성을 드러낸다.

영화의 제목이 가리키는 ‘가능주의자’라는 말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모두가 현실성이 없다고 말할 때에도,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불가능하다는 말 앞에서 멈추지 않고, 아주 작은 실천을 계속 쌓아온 사람들. 영화는 이들을 거창한 영웅으로 만들기보다, 한국 동물권 운동의 기반을 아래로부터 바꿔온 시민적 주체로 기록한다.

영화제 거쳐 상업 극장 배급으로

<가능주의자>는 제작 단계부터 여성 창작자들의 협업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자료에 따르면 영화는 90%의 여성 창작 영상인들과 100% 여성 출연진이 함께 완성한 작은 영화로 소개된다. 제작은 비건먼지와 블루닷 필름이 맡았고, 배급은 이놀미디어가 담당한다. 박이윤정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연출작이며, 러닝타임은 79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다.

작품은 극장 개봉에 앞서 여러 영화제를 거쳤다. 2025 FICAA 국제동물환경영화제 페미니즘 섹션 수상작으로 소개됐고, 서울동물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토론토 국제비건영화제, 그리스 비건 영화제, 부산해운대국제동물영화제, ICJ 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 또는 초청됐다. 동물권, 여성, 생태, 비거니즘을 교차적으로 다루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독립 다큐멘터리 관객층뿐 아니라 환경과 사회운동에 관심 있는 관객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번 개봉은 작은 아카이빙 다큐멘터리가 대형 멀티플렉스 상업 극장 배급의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동물권과 비거니즘을 다룬 국내 다큐멘터리가 극장 배급망을 통해 더 넓은 관객과 만나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가능주의자>의 개봉은 동물권 의제가 영화제와 활동가 커뮤니티를 넘어 대중 관객과 만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개 식용 종식 이후, 동물권은 어디로 가는가

<가능주의자>가 개봉하는 시점은 한국 동물권 운동의 중요한 전환기와 겹친다. 개 식용 종식은 오랜 운동의 성과였지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그 이후에 더 넓어진다. 동물권은 개 식용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수족관의 돌고래, 공장식 축산의 돼지와 소, 식탁 위의 생선, 전시와 소비의 대상이 된 수많은 생명들이 여전히 인간 중심 사회의 바깥에 놓여 있다.

영화는 “동물 해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을 전면에 둔다. 이는 개별 동물의 보호를 넘어 인간의 생활 방식, 식품 산업, 소비 문화, 젠더 권력, 생태 위기까지 연결되는 질문이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심화되는 시대에 비거니즘은 더 이상 개인의 취향이나 식단 선택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것은 산업화된 식품 시스템과 인간 중심주의를 다시 묻는 사회적 언어가 되고 있다.

<가능주의자>는 그 언어를 한국 사회에 들여오고, 거리에서 버티며, 기록으로 남긴 여성들의 시간을 스크린에 옮긴다. 7월 15일 개봉을 앞둔 이 다큐멘터리는 동물권 운동의 과거를 돌아보는 기록이자, 앞으로의 가능성을 묻는 현재형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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