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배출한 온실가스를 줄여도, 자연이 ‘추가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구동토층과 습지, 산불, 호수와 강 같은 담수 생태계에서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이 2100년까지 지구를 0.2~0.4도 더 덥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2020년 이후 인간 활동이 만든 온난화를 최대 30%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추정이다.
문제는 이 자연 피드백이 많은 기후모델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면 앞으로의 온난화 전망치가 낮게 잡히고, ‘남은 탄소예산’도 실제보다 넉넉해 보일 수 있다. 몽가베이가 전한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의 최신 연구는 영구동토층 메탄을 포함한 자연계 배출을 한데 묶어 계량화하며, 감축 정책과 산업 전환의 시간표를 다시 보게 만든다.
영구동토층 메탄은 앞서 보도한 과학자도 축을 다시 그리게 한 역대급 엘니뇨, 캘리포니아와 식량 체계에 던지는 경고, 네팔 손실과 피해 기금 청구 2000만달러, 홍수 피해액의 0.7%에 그친 이유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자연계 온실가스가 ‘추가 온난화’를 만드는 방식
연구가 다룬 핵심은 ‘2020년 이후 추가로 늘어나는 자연계 배출’이다. 자연은 원래도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내놓지만, 지구가 더워지면서 그 배출이 더 커지고, 이 증가분이 다시 온난화를 밀어 올리는 구조가 문제로 지목된다.
영구동토층 메탄은 이 피드백의 대표 사례다. 북극권의 얼어붙은 토양이 녹으면 수천 년 동안 저장돼 있던 식물과 동물 유기물이 미생물 분해를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방출된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해빙이 가속되고, 해빙이 가속될수록 온실가스가 늘어나는 고리로 이어진다.
습지와 담수는 따뜻해질수록 메탄을 만드는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다. 호수, 늪, 강 등 담수 환경은 측정도 어렵고 지역 차이도 큰데, 연구는 이런 ‘관측의 사각지대’가 모델 불확실성을 키워왔다고 짚는다. 산불은 더 건조한 조건에서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수 있고, 연소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가 방출된다. 이 네 가지 요인을 합치면 2100년까지 0.2~0.4도의 추가 온난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추가 온난화의 절반가량이 메탄에서 온다는 점도 강조됐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열을 가두는 힘이 훨씬 강해 단기간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연구에서는 메탄의 강력한 온실효과를 전제로, 영구동토층 메탄과 습지 메탄의 증가가 ‘증폭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기후모델의 공백과 탄소예산 논쟁
연구가 던진 정책적 파장은 ‘모델이 놓친 것’에서 시작된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최근 평가에서 활용한 11개 지구시스템모델을 조사한 결과, 온난화로 유도된 습지와 담수의 배출을 포함한 모델은 없었다. 영구동토층을 포함한 모델은 2개, 산불을 포함한 모델은 5개에 그쳤다.
이 공백은 전망치의 체계적 과소추정 가능성을 의미한다. 미래 온난화가 실제보다 낮게 보이면, 특정 온도 목표를 넘지 않기 위해 ‘인류가 더 배출해도 된다’고 계산되는 남은 탄소예산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 즉 감축을 미뤄도 된다는 착시를 만들 위험이 있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추정에도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영구동토층 해빙이나 산불 이후 식생이 회복되면서 일부 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과정처럼 온난화를 상쇄할 수 있는 요인을 충분히 넣지 못해 과대평가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반대로 과소추정 가능성도 있다. 비교 사례로, 습지 메탄이 온난화 1도당 증가하는 규모를 연구에서 사용한 값의 약 2배로 추정한 다른 연구도 언급됐다. 또 이번 분석은 벼 재배 같은 농업 배출이나 산림 집단 고사 등 다른 원천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런 불확실성은 ‘정책이 다룰 수 있는 확실성’의 범위를 좁힌다. 다만 연구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영구동토층 메탄과 같은 자연계 피드백은 감축을 대체하는 변명이 아니라, 오히려 감축 속도를 더 높여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자연 배출에는 ‘스위치’가 없거나, 한 번 커지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감축은 필수, 그러나 ‘꺼지지 않는 배출원’이 남는다
연구는 인간 배출을 빠르고 크게 줄이더라도 자연계 추가 온난화가 2100년까지 계속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대기에 누적된 이산화탄소의 영향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감축이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라, 감축이 늦을수록 자연계 배출이 더 크게 반응해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에 가깝다.
연구 책임저자인 스파크 클라이밋 솔루션스의 샘 애버내시가 몽가베이에 설명한 핵심은 ‘우리가 줄일 수 있는 메탄부터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공급망에서의 누출, 특히 천연가스 누출을 막는 것은 즉시 가능한 수단으로 거론된다.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이면서도 대기 중 체류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빠른 감축이 단기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데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기후정책의 우선순위로 다뤄진다.
동시에, 영구동토층 메탄처럼 온난화가 임계점을 넘으며 급증할 수 있는 배출원은 인간이 직접 밸브를 잠그듯 멈추기 어렵다. 연구는 이런 ‘오프 스위치가 없는 배출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감축 정책의 안전판을 약화시킨다고 본다.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배경에는 이런 메탄 증가가 자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런던 로열 홀러웨이 대학교의 명예교수 이언 니스벳은 몽가베이에 보낸 의견에서, 특히 열대 습지에서 생물 기원 메탄 배출이 증가한다는 강한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 환경도 변수다. 파리협정 체제는 2도 미만 억제를 목표로 하지만, 배출 상위 국가들의 국내 정치가 협력을 흔드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이런 여건에서 자연 피드백까지 더해지면, 전력·산업만이 아니라 토지이용과 농식품 시스템 전반의 감축 속도가 더 중요해진다.
영구동토층 메탄과 식품 시스템, 소비의 연결고리
영구동토층 메탄은 얼핏 북극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식품 시스템과 소비 트렌드에 직접 연결된다. 우선, 추가 온난화는 가뭄·홍수·폭염의 빈도와 강도를 끌어올려 곡물 생산의 변동성을 키운다. 기후 리스크가 커지면 사료 가격과 축산물 가격이 동반 불안정해지고, 이는 식품 물가와 취약계층 영양 접근성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연결고리는 메탄이다. 연구가 자연계 메탄 증가를 경고하는 만큼, 인위적 메탄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분야의 상대적 중요성도 커진다. 식품 분야에서 메탄은 반추동물 장내발효, 분뇨 관리, 논에서의 메탄 발생과 연관된다. 이번 연구는 농업을 직접 계산에 넣지 않았지만, ‘자연계 배출로도 추가 온난화가 발생한다면 인위적 메탄은 더 빨리 줄여야 한다’는 함의를 제공한다.
이 흐름은 대체단백질과 식물성 식품 시장, 급식과 유통의 지속가능성 기준 강화 같은 소비·산업 트렌드에도 영향을 준다. 기업들은 공급망 배출뿐 아니라 기후 리스크를 가격과 조달 전략에 반영하고, 정부는 메탄 감축 목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기후 충격이 커질수록 사육 환경의 열 스트레스와 질병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 사육 밀도와 축사 환경 개선, 항생제 사용 관리 같은 과제가 함께 부각된다.
결국 영구동토층 메탄 같은 자연 피드백의 경고는 기후정책을 ‘전력 전환’에만 가두지 않고, 토지·농업·산림과 소비 구조 변화까지 포함하는 전방위 과제로 넓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