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에 도착해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두 사람이 있다. 이들은 오랜 세월 함께 하면서 사랑과 자비를 실천했다. 100세가 되자 스스로 단식을 함으로써 지구별과 조용히 작별을 했다. 그의 아내 역시 92세에 지구별을 갑작스럽게 떠날 때까지 자연 속에서 살면서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선물로 남겨주었다.
[소박한 밥상]은 헬렌 니어링이 독서를 통해 만난 재미있는 글들과 자신의 생각들과 살아온 삶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건강하고 조화로운 음식을 이야기한다. 화려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재료들이 아니라, 정확히 계량된 재료와 분량이 열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지구별 여행 중 먹거리에 관한 흔적이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은 건강한 노동을 통해 직접 기른 생야채와 과일, 곡물, 견과류를 위주로 한 채식으로 소식을 실천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두통을 전혀 모르고 살았고 감기나 몸살이 들면 단식으로 물과 사과즙만을 먹었다. 사흘쯤 지나면 건강이 회복되었으며 감기에 걸리는 것은 몸을 쉬어달라는 신호임을 알고 있었다.
작금의 건강법이나 다이어트에 대한 열풍과 그만큼 번성하는 의학산업과는 멀리 떨어져 있었던 그들의 삶은 건강, 그 자체였다. 자연적에 순응하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에 동화되어 사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삶.
헬렌은 ‘도서관 중독증’에 걸렸다고 스스로를 평가할 만큼 도서관을 찾는 일을 즐겼다. 그녀는 책을 읽다가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면 그것을 베껴썼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우리들과 함께 나눈다. 1608년, 휴 플래트 경이 말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상당한 분량의 실험 관찰 결과가 나왔다.
살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끝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내 냅킨을 펼쳐 어떤 이에게는 이익을, 어떤 이에게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보잘것없는 나의 재능을 건네주기로 한다.” 17세기의 그가 우리에게 자신의 재능을 건네주려고 한다. 활자가 없었다면, 아니 활자로 남겨진 책을 도서관 한 켠에서 발견해내어 우리에게 베껴서 전해주는 헬렌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헬렌과 스콧은 잠시 남프랑스의 지중해 해변에서 머물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세계 각지의 지인들을 식사에 초대했다. 그들에게 내민 요리는 그 지역에서 흔히 나는 야채로 만든 수프와 늘 먹는 푸른 채소를 섞어 샐러드를 만들고 껍질 벗긴 사과와 구운 귀리, 건포도, 꿀, 레몬주스로 만든 디저트 정도였다. 그런데 손님들이 놀라는 것이었다.
탄성을 연발하면서 요리책을 쓰라는 말을 몇 번 들은 헬렌은 고금의 요리책을 살펴보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녀는 채식인이었고 건강식을 선호하므로 수퇘지 스튜, 토끼 구이, 사슴고기 파이, 종달새나 공작새 요리, 멧돼지 푸딩 같은 요리는 무시했다. 가금류와 육류, 다진 고기류와 구이 등은 건너뛰었다. 그녀는 파스타, 피자, 튀김, 만두, 도넛, 롤빵, 크레커, 케이크, 쿠키, 파이, 캔디, 젤리는 모른 척 외면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더 소박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이었다. 맛은 혀를 행복하게 하는 음식의 기준이다. 얼마나 맛좋은 음식이냐가 음식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얼마나 적절한 영양를 공급할 수 있느냐, 그것이 그녀의 요리책의 목표였다.
헬렌은 요리책도 너무 많고 요리사도 너무 많고 요리도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쓰려고 하는 독특한 책은 진정한 건강에 관한 책이었다. 그녀가 제안하고 기술할 식이요법은 영양가 있고 인간의 몸에 무해하고 간소한 음식이었다. 복잡하고 세련된 사람들이 먹는 온갖 동물성 단백질이나 지방이 아닌, 설탕으로 뒤범벅된 음식이 아닌, 소박한 삶을 영위하는 소박한 영혼들을 위한 소박한 음식에 관한 책을 쓰는 것.
그녀는 책의 주제를 이렇게 정했다. ‘대충 말고 철저하게 살자’, ‘부드럽게 말고 단단하게 먹자’, ‘음식에서도 생활에서도 견고함을 추구하자.’ 겉멋으로 가득차 있으나 결국엔 인간의 몸을 소비하고 소모시키고 질병으로 인도할 그런 음식 말고, ‘뭘 해 먹을까’를 걱정하거나 호사스러운 요리 준비가 아닌, 육신에 건강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식사할 뿐, 미식에 빠지지 않는 검소하고 절제된 사람들을 위한 요리책.
그녀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요리책은 과식이 습관이 된 사람들, 시들해진 입맛을 자극하기 위해 미각을 우선하는 사람들, 과하게 조리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다고.
그녀가 베낀 글 중 1838년의 윌리엄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음식이든 씹는 기관인 치아를 최대한 사용하도록 조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조리라는 것에 드는 공력의 3/4은 치아의 사용을 막기 위해 행해지지 않던가.” 과식하면 병이 나거나 비만해진다. 비만은 곧 질병에 걸리는 카다란 입구이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굳이 일부러 먹을 필요가 없다. 위는 공복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공복과 만복의 적절한 시차가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배가 고플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극적인 양념을 넣지 않고도 음식을 맛있게 먹는 습관. 1600년에도 이미 이런 문장이 쓰이고 있었다. “인간은 제 이로 제 무덤을 파서, 적의 무기보다 더 무서운 그 무기로 인해 죽는다.”
1545년의 엘리어트 경은 이렇게 말한다. “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록 식욕이 강한 사람은 불행하다.”
헬렌은 말한다. 음식은 몸의 연료이다. 소화하기 쉬운 적당량의 음식을 몸에 공급해야 한다. 철철 넘치게 공급하면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요리책을 쓰라는 프랑스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요리사가 아니에요. 요리를 좋아하지도 않아요. 그냥 필요할 때만 음식을 만들죠. 그것도 동물 시체는 쓰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나는 날 때부터 채식이었어요. 도축한 고기는 음식을 만들기는 고사하고 막대기로 건들지도 않을 거에요.”
그녀는 늘 무언가를 먹기 직전에 식품실이나 지하실, 정원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 자리에서 대충 만들어 먹었다. 영양이 풍부한 음식일 뿐 기교 있게 꾸며내느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헬렌과 스콧은 많은 손님들의 방문을 받아야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20분 정도만 지나면 함께 앉아 식사할 수 있도록 식탁을 준비했다. 수프에 물과 토마토, 양파, 파슬리를 넣는다. 메밀가루를 넣어 5분 간 조리한다. 샐러드를 먹으려면 셀러리 몇 대와 피망 몇 개, 양상추를 잘라 넣는다. 지하실에서 디저트용 사과나 사과 소스를 내온다. 화려한 식탁은 아니지만 모두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아무도 허기질 필요가 없다.
헬렌은 요리책에 가능한 한 밭에서 딴 재료를 그대로 쓰고, 비타민과 효소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낮은 온도에서 짧게 조리하고, 가능한 한 양념을 치지 않고, 접시나 팬 기구들은 최소한 사용한다는 방침을 적었다. 음식은 소박할수록 좋다. 날것일수록 더 좋다. 섞지 않을수록 좋다. 이런 식으로 먹으면 준비는 간단해지고 조리가 간단해지고 소화가 쉬워지고 영양가는 높아지고 건강에 더 좋고 돈도 많이 절약된다.
헬렌은 여성이 지킬 자리가 반드시 부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성도 어디든 있고 싶은 곳에서 만족스럽게 일해야 한다. 그녀는 요리보다는 좋은 책을 읽거나 쓰기, 좋은 음악을 연주(실제로 그녀는 첼리스트였다), 벽 세우기, 정원 가꾸기, 수영, 스케이트, 산책 등 활동적이고 지성적이고 정신을 고양시켜 주는 일을 하고 싶어했다.
음식 만들기는 최소한으로 투자하고 밖으로 나가든지 음악이나 책에 몰두하는 삶을 살자.
필자도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을 살리는 음식은 굽고 튀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먹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고 고단백질, 고지방을 다량 섭취함으로써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질병뿐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적게 먹어서 질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과식함으로써 온갖 질병의 요람이 되어가는 것, 그래서 빠른 속도로 노화되는 것이 인간의 몸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비타민과 무기질 등 인간의 몸에 필수적인 대부분의 것들이 야채와 과일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한국 사람들의 식탁은 야채가 많다. 이것이 사실은 우리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흰쌀밥은 먹으나마나라는 사실을 안다. 우리는 지금껏 밥이 주식이고 반찬이 부식인 것으로 잘못 알아왔음도 알게 되었다. 반찬을 먹고 나서 마지막으로 약간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이라는 사실도 배우고 있다.
이제는 삼시 세끼 밥을 먹지 않는다. 배고플 때 먹는다. 늘 배부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인류에게도 죄악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간헐적 단식이 위에게 베푸는, 작지만 규모 있는 선물이라는 사실도 배우고 있다.
헬렌은 말한다. 사과 파이보다는 사과 소스나 사과를 날것으로 먹자. 감자를 먹으려면 튀기거나 으깨려고 소란떨 필요가 없다. 감자를 씻어서 오븐에 넣고 굽는다. 그냥 구워도 좋다. 날 귀리를 한두 컵 정도 그릇에 넣고 기름과 레몬즙, 건포도를 조금 넣으면 눈 깜짝할 새에 씹히는 맛이 좋고 영양도 좋은 음식이 준비된다. 그녀는 30분 이상 걸리는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 굽기, 튀기기를 생략하면 냄비와 팬을 끝없이 닦아야 하는 고역도 줄어든다. 맛보다는 영양이 우선이다. 맛보다는 경제성과 준비의 편리함이 우선이다.
그녀의 식사는 간단하지만 매일의 패턴은 다양하다. 아침에는 과일 또는 과일 주스와 직접 키운 허브를 우린 차를 마신다. 점심 때는 야채 수프에 삶은 곡물, 땅콩버터, 꿀, 사과를 곁들인다. 저녁에는 샐러드와 채소밭에서 따온 야채 요리, 과일을 디저트로 먹는다. 매일 다른 수프를 준비할 수도 있다. 곡물은 기장, 메밀, 귀리, 밀, 호밀이 될 수도 있다. 샐러드 역시 다양하다. 게절에 따른 야채가 얼마나 많은가. 디저트는 과일을 날것으로 먹거나 조리해서 먹는다.
그녀는 가능하면 과일 35%, 야채 50%(1/3은 녹색 채소, 1/3은 황색 채소, 1/3은 수분이 많은 채소), 단백질 10%, 지방 5%를 기준으로 한 식습관을 유지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초절주의로 유명한 두 사람이 만났다. 에머슨이 소로우에게 어떤 음식을 먹느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 소로우는 늘 말했다. 단촐하게 먹어라. 욕구를 절제하면 짐이 가벼워질 것이다. 잔치하듯 먹지 말고 금식하듯 먹어라. 20대의 한 동안을 월든 숲에서 자신의 오두막을 짓고 살기도 했던 소로우가 말할 만한 적확한 표현들이다.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정월 초하루, 부활절 등의 축일이면 미국의 주부들은 녹초가 되도록 일하고 과식한 이들은 배탈로 고생하지만 헬렌 부부는 음식을 먹지 않고 물이나 주스만 마시는 것으로 위장에게 휴식을 준다고 한다. 그들은 어처구니없이 화려한 잔칫상에 항의하는 의미로 금식한다. 과식한 사람들의 ‘폭식’에 반대하고 소화기 장애를 겪는 사람들과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표하는 의미로 절식한다. 또한 그들은 늘 일주일에 하루는 금식하고 음식을 만들지 않았다. 1년 내내 아침 식사는 조리를 하지 않는 음식을 선택했다. 봄이면 그들은 위장 청소도 할 겸 열흘쯤 사과만 먹었다. 사과를 원하는 만큼,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먹었다. 그렇게 금식하면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아서 좋다고 그들은 느꼈다.
1892년, 닥테 에메트는 이렇게 말했다. “과일 식이요법은 곡물과 야채 식이요법보다 양념도 덜 하고 조리도 덜 하고 준비하는 데 힘도 덜 든다…문명이 발전하면서 생활은 더 복잡해지고, 곡물과 야채에 양념도 더 많이 하고 혼합물도 더 많이 섞게 되었다. 결국 현대 조리법에서 요리사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한 목적은 오로지 고도로 복잡하고 교묘하게 양념한 요리와 소스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게 되었다.”
헬렌은 자신의 요리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독자들이여, 요리를 많이 하지 않는 법을 배우기 위해 이 책을 읽으시길.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ㅡ빨리, 더 빨리,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리ㅡ준비하자. 그리고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고, 곱게 바느질하는 데 쓰자. 자연과 대화하고, 테니스를 치고 친구를 만나는 데 쓰자. 생활에서 힘들고 지겨운 일은 몰아내자. 요리하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요리가 힘들고 지루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좋다. 가서 요리의 즐거움을 만끽하면 된다. 하지만 식사 준비가 고역인 사람이라면 그 지겨운 일을 그만두거나 노동량을 줄이자. 그러면서도 잘 먹을 수 있고 자기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원전 220년에 티투스가 말했다. “배고프지 않을 때도 식욕을 자극하며 먹으라고 부추기는 음식들은 조심해야 한다. 소박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가ㅡ야채, 근채류, 올리브, 허브, 치즈, 각종 견과ㅡ있지 않는가? 불을 피우지 않고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가장 적당하다. 준비하기 쉬운 데다가 이런 음식이야말로 가장 소박하기 때문이다.” 1685년의 조지 경은 이렇게 말한다. “생식은 자연스럽고 쾌적하다. 노고 없이 준비될 수 있고 햇빛에 의해 자체 조리되어 있으므로 자연스럽다. 풍족하게 음식을 낼 수 있으니 모든 목적에 맞아 떨어진다. 생식은 소화하지 못할 만큼 먹도록 식욕을 당기지도 않고 질병도 유발하지 않는다. 또 힘을 나게 하고 생명을 연장시킨다.”
헬렌은 주부의 가사 노동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은 식사의 일부나 전체를 날것으로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국에서는 천연 과일과 견과만 따 먹고도 살 수 있다. 과일과 견과야말로 가장 먹기 쉽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자연적인 음식이다. 또한 그것은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아 활기에 넘치고 생명과 영양이 충만한 음식이고 식물이 주는 생명력과 인체의 생활력 사이에 틈이 거의 없는 음식이다. 생야채와 생과일 등 가열하지 않은 음식은 가열을 통해 죽어버린 음식보다 풍부한 비타민을 제공한다. 가능한 한 살아 성장하는 상태에서 수확해 즉시 먹어야 한다. 태양, 공기, 토양, 비가 나름의 역할을 해서 우리 인간에게 살아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것들은 햇빛으로 익힌 음식이다.
녹색채소와 더불어 과일과 견과는 인체 기관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제공한다. 날것은 피를 깨끗하게 하고 건강을 유지시킨다. 샐러리와 피망을 조리하면 싱싱한 기운이 빠져버린다. 맛도 형편없이 변한다. 야채들을 불 위에 올리지 마라. 조리하는 것은 음식의 생명력을 파괴한다. 조리한 콩에서는 새싹이 트지 않는다. 열로 인해 효소는 다 파괴되어 버린다. 조리는 파괴이며 죽음이다. 생식 식이요법은 점점 몸을 건강하게 하고 원기 완성하게 한다. 살아 있는 조직으로 구성된 살아 있는 음식이 생식이다.
헬렌은 조리는 개개의 식재료의 진정한 풍미를 망친다고 말한다. 불을 이용해 조리하는 이유가 소화되기 쉽게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사실은 콩이나 복숭아를 조리해서 먹는 것보다 날것으로 먹는 것이 소화에도좋고 배설에도 좋다. 감자와 호박처럼 단단한 것은 굽는다.손님이 오면 콩을 껍질에 든 채로 큰 그릇에 담아 직접 까서 먹게 하기도 한다. 콩이 어리고 연하면 껍질 그대로 먹기도 한다. 여름이면 오이, 무, 달래, 쪽파, 애호박, 방울 토마토를 그릇마다 담아서 그냥 집어먹는다. 가늘게 채썬 당근과 샐러리, 피망, 컬리플라워를 그냥 먹는 것도 신선하다. 마구잡이로 섞어 과하게 조리한 음식을 피하고 소박하게 만들기 쉽고 건강에 좋은 날 음식을 좋아하도록 자신을 훈련시켜 보기를 그녀는 우리에게 권한다. 평소 요리해서 먹던 것을 날것으로 먹어보는 것이다. 곡물과 감자까지도. 자연이 준 푸성귀를 대체할 식품은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꼭 조리해야겠다면 불 위에서 최단시간 조리한다. 먹는 음식 중 최소한 절반은 날것으로 먹는 것을 목표로 세운다. 매식사에 반드시 일정 분량 날것을 먹어보자. 이렇게 하면 조리해서 죽었거나 독성이 있는 음식을 먹는데서 오는 폐해를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튀기기보다는 끓이고 끓이기보다는 굽고 굽기보다는 찐다.
하지만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날로 먹는 것.
헬렌의 친한 의사 친구 셸턴은 수십 년 간 건강 센터에서 생식을 제공한 경험을 소책자로 발간했다. 조리의 단점과 생식의 장점에 관한 것이다.
조리의 단점
1. 조리는 우유, 달걀, 육류 등의 단백질을 응고시켜 질기고 소화하기 힘들게 만든다. 영양가가 떨어진다.
2. 조리는 식품의 지방을 변화시켜 소화가 안 되게 하고 일부는 독으로 변질시킨다.
3. 조리하면 식품의 수용성미네랄이 많이 손실된다.
4. 조리는 기본적인 식물의 형태를 파괴한다. 구조가 깨지고 구성을 변화시켜 모든 식품의 기초 영양소에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유기 염분을 무기 염분으로 만들고 미네랄 성분을 손실시킨다.
5. 조리는 식품에 든 비타민을 파괴한다.
생식의 장점
1. 생식은 더 많이 씹어야 하므로 치아와 잇몸이 건강해진다.
2. 씹으면 충분한 타액 분비로 소화가 쉬워진다.
3. 오래 씹는 것은 과식을 막아준다.
4. 생식은 뜨거운 음식으로 인한 치아와 위의 손상을 막아준다.
5. 생식은 적절한 비율의 영양분이 들어 있다.
6. 생식은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없다.
7. 생식은 상한 음식을 먹을 일이 없다.
8. 생식은 시간과 음식물과 노동력을 절감시킨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의 삶은 소박한 삶이었다. 자연의 일부로서 건강한 삶을 살다가 지구별을 떠났다. 그들은 버몬트에서 19년을, 메인으로 옮겨 27년을 살았다. 그들은 직접 노동하고 땀을 흘려 농작물을 수확했다. 그들은 전국 각지로 순회 강연을 떠날 때에도 생식을 준비해 다녔다. 그들은 노동하고 공부하고 나누는 삶을 살았다. 먹는다는 행위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그리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우리가 이 지구별에서 행복하게 사는 길일 것이다.
행복이란 과도한 욕망을 내려놓는 일이다.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 조화롭게 사는 것이다. 인간의 한 생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사람답게 사는 일. 인간답게 사는 일. 소박한 삶에 있지 않을까.
* ebluenote@hanmail.net **필자/이서영. 북카페 <책 읽어주는여자 블루노트> 주인장. 작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