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론 브란도의 섬에서 출발한 직접공기포집, 햇빛과 염료로 대기 탄소를 빼낸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는 발상은 종종 거대 공장과 막대한 전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한 스타 배우가 빌렸던 남태평양 산호섬에서, 바닷물의 산성화를 실험하던 연구자들이 “거꾸로 하면 공기에서 탄소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생각은 10년 뒤 서호주 들판의 검은 상자 장치로 옮겨졌다. 핵심은 열이 아니라 햇빛, 그리고 빛에 반응하는 염료 분자다.

Environmental Health News가 전한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시애틀의 Banyu Carbon은 ‘직접공기포집’ 중에서도 햇빛으로 구동되는 방식을 내세운다. 화석연료 사용이 줄지 않는 현실에서 탄소 제거가 ‘감축의 대안’이 아니라 ‘감축과 병행할 보조 수단’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기술적 가능성과 비용, 시장 수요라는 난제가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직접공기포집은 앞서 보도한 호주 캥거루 개체수 조절 논쟁, 기록적 캥거루 도살이 던진 질문, 애리조나 민주당 트라이펙타, 물과 에너지 정책이 바꾼 2026년 선거 지형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테티아로아의 산호 실험이 직접공기포집 아이디어로 바뀌기까지

이야기의 출발점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타히티 북쪽의 환초 테티아로아다. 배우 말론 브란도가 1960년대 후반 99년 임대 계약을 맺어 개인 섬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Banyu Carbon 공동창업자인 해양학자 알렉스 가뇽과 줄리언 삭스는 2016년 무렵 이 섬에서 산호초에 대한 해양 산성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더 깊은 바닷물에서 탄소를 효율적으로 빼내 얕은 산호 서식지 쪽 물에 더해, 오염 증가로 바다가 더 산성화되는 상황을 모사해야 했다. 즉, 바닷물 속 탄소를 ‘옮기고 조절하는’ 일이 실험의 핵심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뇽과 삭스는 실험실 업무를 기후 해법으로 뒤집어 생각했다. 바닷물에서 탄소를 빼고 넣는 일을 하고 있다면, 방향을 바꿔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상이다.

직접공기포집은 말 그대로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다른 산업 공정에 쓰는 기술군이다. 기존의 탄소 제거 대부분은 조림 같은 자연 기반 방식이지만, 최근에는 직접공기포집을 포함해 다양한 ‘신규 탄소 제거’ 기술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옥스퍼드대의 스티브 스미스 연구자는 탄소 제거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주목받고 있으며, 여러 기술이 동시에 실험되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초기 단계 기술은 비용이 높고, 대규모로 검증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통 과제로 남는다.

염료와 햇빛으로 CO2를 잡는 방식, 열 대신 빛을 쓴다

Banyu Carbon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햇빛 구동’이다. 이 회사는 빛에 반응하는 탄소 흡수 분자인 포토애시드에 기반한 공정을 개발했다. 포토애시드의 이산화탄소 흡수와 방출 성질은 2013년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인 CSIRO 연구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anyu Carbon은 이 포토애시드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가뇽 연구팀은 약 3년 동안 상업 규모 적용을 목표로 화학 공정을 다듬었다.

현재 시연 장치는 서호주 퍼스 남쪽의 CSIRO 시험 부지에 설치돼 있다. 공정은 크게 두 단계로 설명된다. 먼저 공기를 빛이 없는 검은 장치 내부로 끌어들여, 물 기반 용액 속 염료 분자와 접촉시킨다. 이 용액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다음으로 용액을 패널로 보내 햇빛을 쬐면 염료가 산성을 띠면서 흡수했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방출하고, 그 결과 비교적 농축된 이산화탄소 흐름을 얻는다는 구상이다. 염료는 반복 사용되도록 설계됐다.

이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에너지 투입 구조 때문이다. 일반적인 직접공기포집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거나 흡수제를 재생하는 과정에서 열이 많이 필요해 전력과 열원 확보가 사업성의 핵심 변수가 된다. Banyu Carbon은 열 대신 햇빛과 공기를 주로 쓴다고 강조한다. 회사 측은 대규모 에너지 설비나 파이프라인 의존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상업 규모에서 어느 정도의 인프라가 필요한지는 향후 실증과 규제, 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연 장치가 12개월 동안 제거할 수 있는 탄소는 1톤 수준으로, 현재의 기후 오염 규모와 비교하면 극히 작은 양이다. 이번 시험에서는 포집된 탄소가 저장되지 않고 다시 방출되는 방식으로 운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가능성의 입증’이다. 직접공기포집이 에너지와 비용의 벽을 넘지 못하면, 탄소 제거 포트폴리오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숫자가 말하는 시장의 간극, 직접공기포집은 아직 ‘아주 작은 조각’

탄소 제거 산업을 둘러싼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통계에서 두드러진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탄소 제거 프로젝트가 연간 약 22억 톤의 탄소를 대기에서 제거하지만, 그중 99.9퍼센트는 조림 같은 기존 방식이 차지한다. ‘신규 기술’ 범주가 제거하는 양은 연간 약 0.002억 톤 수준이며, 직접공기포집은 그 안에서도 더 작은 비중에 머문다는 최근 과학 평가가 인용됐다.

그럼에도 정책과 기업의 기후 공약이 늘면서 탄소 제거 수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져 왔다. 2023년 McKinsey 보고서는 조건이 맞을 경우 2050년까지 시장이 1조 2000억 달러 규모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순탄치 않다. 직접공기포집 기업 Climeworks는 아이슬란드에 2개 시설을 운영해 왔지만, 2025년 무렵 경제 불확실성과 기후 정책 우선순위 변화를 이유로 인력 감축을 발표했다. 또 탄소 제거의 대표적 구매자였던 Microsoft가 투자 속도를 조정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Microsoft는 탄소 제거 조달의 속도나 물량을 조정할 수 있지만 야심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직접공기포집을 포함한 탄소 제거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는, 시장 자체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기차나 재생에너지는 기존 자동차 시장과 전력 시장에 판매할 수 있지만, 탄소 제거는 제거된 탄소가 곧바로 일상 제품이 되지 않는다. Carbon Removal Alliance의 지아나 아마도르는 기업이 탄소를 배출하는 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제거 비용을 기꺼이 내는 수요를 만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기후 정책은 정치와 경제 환경에 따라 흔들릴 수 있어, 수요 불확실성이 이 분야의 가장 큰 위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McKinsey의 마크 파텔은 금융 조달의 장벽을 강조했다. 성과 데이터의 검증, 프로젝트 일정 지연, 실행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대출과 투자가 붙기 어렵다는 것이다. 직접공기포집이 ‘연간 수십만 톤 이상’ 단위로 커지려면 장치의 신뢰도뿐 아니라 측정과 검증 체계, 장기 구매 계약, 저장 부지와 허가, 전력과 물 사용의 환경성 평가가 함께 요구된다.

비용 200달러 목표와 ‘감축 우선’ 원칙, 식품과 소비재 산업에 던지는 질문

Banyu Carbon은 2030년대 초까지 시설 1곳당 연간 50만 톤 수준으로 규모를 키우고, 톤당 200달러 비용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시연 단계와 비교하면 도약이 크다. 비용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어디에 저장할지, 어떤 기준으로 ‘영구 제거’로 인정할지, 지역사회 수용성과 생태 영향은 어떨지 같은 질문이 뒤따른다. 직접공기포집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산업에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기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사용처가 결국 다시 배출로 이어지면, 제거가 아니라 순환에 머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 저장 또는 매우 장기적인 고정이 가능한 활용 경로가 핵심이 된다.

이 기술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기후 정책의 ‘우선순위’를 되묻는 데 있다. 가뇽은 탄소 제거가 배출 감축을 대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가장 싸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탄소 제거는 애초에 배출하지 않는 것이라는 발언은, 직접공기포집이 자칫 화석연료 사용을 정당화하는 면죄부로 소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대목이다. 즉, 직접공기포집이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공정 효율화 같은 감축 정책과 병행돼야 한다.

식품 산업과 소비재 산업에서도 직접공기포집은 상징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Banyu Carbon은 투자금 850만 달러를 유치했고, H&M과 Shopify가 50만 달러 규모의 선구매 계약을 통해 구매자로 확보됐다고 밝혔다. 패션과 전자상거래 기업처럼 공급망 전반에서 배출이 발생하는 업종은, 단기간에 모든 배출을 없애기 어렵다는 이유로 ‘잔여 배출’에 대한 제거 수단을 찾는다. 동시에 소비자들은 그린워싱 논란에 민감해졌고, 기업들은 더 엄격한 검증과 투명성을 요구받고 있다.

환경과 공중보건 관점에서도 직접공기포집 논의는 넓게 읽힐 필요가 있다. 탄소는 지구 평균 기온을 끌어올리고, 폭염과 산불, 감염병 위험 같은 건강 위기를 키우는 요인으로 연결된다. 해양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산성화를 가속해 산호초와 어패류에 부담을 준다. 산호 생태계의 약화는 수산업 기반과 해안 보호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 결국 테티아로아에서 시작된 연구가 다시 ‘대기 탄소’로 돌아온 것은, 기후 위기가 바다와 육지, 산업과 생태계를 한 덩어리로 묶어놓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다만 직접공기포집이 식품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논의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분명해야 한다. 축산 중심 식단이 토지 이용 변화와 메탄 배출, 사료 생산에 따른 산림 훼손과 맞물려 기후 부담을 키운다는 연구 흐름 속에서, 대체단백질과 식물성 식품 확대, 음식물쓰레기 감축, 재생농업 도입 같은 ‘구조적 감축’이 우선 축으로 제시돼 왔다. 직접공기포집은 이런 변화가 충분히 진행되더라도 남는 배출을 상쇄하기 위한 보완 수단으로 논의될 때 정책적 정합성이 커진다.

Environmental Health News가 인용한 CNN 보도는 탄소 제거 산업이 지금 ‘성장통’ 구간을 지나고 있음을 전했다. 기술의 창의성은 이미 다양한 실험으로 폭발하고 있지만, 기후 목표에 의미 있는 규모로 도달하려면 비용, 검증, 수요, 규제라는 네 갈래의 벽을 넘어야 한다. 말론 브란도의 섬에서 출발한 직접공기포집은 그 벽을 넘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이며, 동시에 사회가 배출 감축과 제거 사이의 역할 분담을 얼마나 엄격히 설계할지 시험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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