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동물 복원이 기후해법이 될까: ‘야생동물 탄소저장’의 기대와 과학적 불확실성

코끼리와 고래를 지키는 일이 멸종을 막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기후위기 대응까지 돕는 ‘자연기반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대형동물이 몸에 탄소를 저장하고, 배설물과 이동으로 생태계의 탄소 순환을 바꾼다는 연구가 잇달아 나오면서다. 그러나 이런 기대를 ‘야생동물 탄소저장’이라는 기후전략으로 곧바로 포장하는 건 위험하다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실린 최신 리뷰는 코끼리와 고래 같은 대형동물 복원이 종 보전 차원에서 시급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기후 완화 효과를 돈으로 환산해 탄소크레딧 같은 시장수단과 연결하는 접근은 “고위험”이라고 지적한다. 탄소를 얼마나, 어디서, 언제, 어떤 속도로 줄일 수 있는지 불확실성이 큰데도 ‘기후해법’으로 과장되면 잘못된 확신과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취지다. 몽가베이는 이 논쟁을 ‘기후와 생물다양성의 접점’에서 커지는 새로운 과학과 정책의 긴장으로 전했다.

야생동물 탄소저장은 앞서 보도한 학대받는 인도 코끼리 위해 나선 폴 매카트니, 영국 농가 설문: 극한 기상 불확실성이 농업 경영을 흔든다…식량 안보 투자 요구 확산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야생동물 탄소저장’이 떠오른 배경: 숲과 바다의 탄소 이야기

기후정책에서 탄소 흡수원 논의는 오랫동안 숲과 토양, 해양 같은 ‘식물과 물리적 저장고’ 중심으로 설계돼 왔다. 열대우림 보전과 복원이 강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콩고분지의 숲은 막대한 탄소를 저장하는 것으로 추정돼, 국제사회가 산림파괴를 줄이는 정책을 기후목표와 연결해 온 배경이 됐다.

여기에 약 10여 년 전부터 동물이 탄소 순환에 끼치는 영향이 본격적으로 연구되면서 시선이 넓어졌다. 특히 늑대, 침팬지, 오랑우탄처럼 대형 포식자와 대형 영장류에서부터 코끼리, 그리고 버스 크기의 대왕고래류에 이르기까지 ‘큰 몸집’이 생태계 구조를 바꾸고 그 결과 탄소의 저장과 방출 경로까지 흔들 수 있다는 가설이 힘을 얻었다. 이 흐름 속에서 재야생화가 생물다양성 보전뿐 아니라 기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번 Current Biology 리뷰가 문제 삼은 지점은, 이런 가능성이 곧바로 정량적 기후성과로 환산돼 정책의 중심축으로 올라갈 만큼 충분히 검증됐는가 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대형동물 복원 자체는 필요하지만, ‘야생동물 탄소저장’을 즉각적인 탄소감축 수단으로 단정해 홍보하면 과학이 따라가지 못하는 영역까지 정책과 시장이 앞질러 갈 수 있다고 봤다.

코끼리와 고래는 어떻게 탄소를 ‘움직이는가’

코끼리와 고래가 탄소와 연결되는 방식은 단순히 ‘몸이 커서 탄소가 많이 들어 있다’는 수준을 넘는다. 대형동물은 살아 있는 동안 몸에 탄소를 저장하지만, 동시에 호흡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소화 과정에서도 탄소를 배출한다. 순효과는 생태계 조건과 개체수 밀도, 먹이망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코끼리의 경우 아프리카 대륙에서 과거 수세기 동안 개체수가 급감했다는 관측이 축적돼 있다. IUCN이 1970년대 아프리카 코끼리 개체수를 130만 마리로 추정한 뒤, 이후 연구들은 사냥과 서식지 감소로 사바나코끼리의 전체 규모가 70퍼센트 감소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숲코끼리는 90퍼센트 감소 추정이 거론된다. 이처럼 개체수 감소가 극단적이었던 만큼, 복원이 생태계 기능을 되돌릴 여지가 크다는 기대도 동시에 커졌다.

그러나 코끼리는 숲에서는 씨앗을 퍼뜨리는 핵심 종으로 작동해 산림 회복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반면, 초원과 숲 가장자리에서는 나무를 쓰러뜨리고 식생을 훼손하는 ‘생태계 공학자’이기도 하다. 이는 탄소를 저장하는 나무를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목본 바이오매스가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억제해 대형 화재 위험과 그에 따른 탄소 대방출을 낮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어느 경로가 우세한지는 지역과 기후, 토양, 코끼리 밀도에 좌우된다.

고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래의 몸은 그 자체로 탄소 저장고이며, 수십 년 이상 장수하는 종에서는 저장 기간도 길다. 또 ‘고래 펌프’로 불리는 가설처럼, 영양염이 풍부한 배설물이 식물플랑크톤을 활성화해 이산화탄소 흡수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 제시돼 왔다. 고래가 죽은 뒤 사체가 심해로 가라앉아 탄소가 장기간 격리되는 경우도 탄소 순환 논의에 포함된다. 다만 이런 효과가 해역별로 얼마나 발생하는지, 개체수 회복 속도와 결합될 때 언제부터 의미 있는 규모가 되는지는 불확실성이 크다. 리뷰는 바로 이 지점을 ‘야생동물 탄소저장’ 논의의 핵심 난제로 지목한다.

‘기후전략’으로 팔기엔 이르다: 50~100년 시간축과 불확실성

리뷰를 주도한 앤드루 에이브러햄 연구진이 강조한 건 속도와 검증의 문제다. 대형동물은 장수하고, 개체군이 회복된 뒤에도 서식지 구조와 토양, 식생 조성이 바뀌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논문은 동물 복원이 탄소 저장에 영향을 주더라도 그 효과가 50~100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2050년 넷제로 목표처럼 정책이 요구하는 단기 성과와 충돌한다.

이런 시간 지연은 단순한 연구자의 신중함을 넘어 정책 리스크로 직결된다. ‘야생동물 탄소저장’이 가까운 시일 내 탄소감축을 대체할 것처럼 과장되면 화석연료 감축 같은 핵심 과제가 뒤로 밀릴 수 있고, 나중에 기대했던 효과가 확인되지 않을 때 보전 자체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저자인 이선 듀발은 과학이 말하는 최선의 전략과 대중이 기대하는 서사가 어긋날 때, 수년 내 ‘효과가 없었다’는 식의 역풍이 불 가능성을 우려했다.

예일대의 오스월드 슈미츠는 몽가베이 인터뷰에서 동물 복원이 탄소 순환에 미칠 영향을 말하기 위해서는 ‘불확실성 계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동물 밀도, 즉 특정 경관에 동물이 어느 정도 규모로 돌아왔을 때 토양과 식생의 탄소가 늘어나는지 같은 정량 실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야생동물 탄소저장’은 가능성만으로는 정책의 숫자를 채울 수 없고, 얼마나, 어디서, 언제라는 3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는 요구로 수렴한다.

탄소크레딧의 유혹과 ‘역효과’ 경고

리뷰가 특히 민감하게 바라본 건 대형동물 복원을 탄소시장과 연결하려는 움직임이다. 탄소크레딧과 오프셋은 배출 감축이 어려운 부문에서 보완수단으로 활용돼 왔지만, 측정과 검증의 신뢰성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동물 개체군의 복원과 탄소효과는 산림보다 변수가 많아 추가성, 영속성, 누출 같은 쟁점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야생동물 탄소저장’이 충분히 규명되기 전에 금액으로 환산돼 거래되면, 보전의 우선순위가 생태계 건강이 아니라 탄소 숫자에 맞춰 재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특정 지역에서 코끼리가 나무를 쓰러뜨리는 효과가 단기적으로 관측될 경우, 탄소 성과를 이유로 코끼리 관리 방식이 왜곡될 위험도 상정할 수 있다. 고래 보전 역시 국제협력과 감시가 핵심인데, 탄소성과를 앞세운 단기 프로젝트 중심으로 흐를 경우 보전의 장기성과와 충돌할 수 있다.

과거 국제통화기금 관련 연구진이 코끼리 1마리의 기후가치를 175만 달러, 고래는 200만 달러로 평가한 추정은 ‘자연의 가치’를 강조하는 상징적 시도로 읽혔지만, 리뷰는 이런 숫자가 정책과 투자에서 과도한 확신으로 소비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슈미츠도 금액 추정이 대략적이어도 자연의 경제적 가치를 드러내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보면서도, 탄소투자 관점에서는 결국 정량의 정확도가 필수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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