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북극의 사미족 투쟁

노르웨이 최북단의 눈 덮인 광야에서, 얼어붙은 바람이 오랜 숲을 조성하고 순록 떼가 수천 년간 이어온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이 땅에서 복잡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가 최근 제시한 야심찬 기후 의제는 유럽 유일의 공인 원주민인 사미족의 오랜 권리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노르웨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위한 생명선으로 계획된 54km의 고전압 송전선이 있으며, 이는 동시에 사미족 문화의 섬세한 생존 구조를 위협하고 있다.

이 대립은 근본적인 보편적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 기후 변화를 억제해야 한다는 절박한 명령과 원주민의 조상 대대로 내려온 권리와 생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 북극은 유례없는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으며, 산업 개발 압력이 사미족 전통 영토에 가중되는 가운데 전 세계가 이 법적·윤리적 전장을 주시하고 있다. 이 사건은 국제적 선례를 만들 잠재력을 품고 있다.

에퀴노르 프로젝트: 기후 해결책인가, 문화적 위협인가?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거대 기업인 에퀴노르는 북극권 북쪽의 핀마르크 주를 가로지르는 54km 길이의 송전선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적은 LNG 플랜트의 가스 터빈을 재생 에너지로 구동하도록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이고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바렌츠해 연안에 위치한 해머페스트 LNG 시설은 약 650만 유럽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천연가스를 생산하며 막대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에퀴노르는 이 시설을 전기화하면 국가적·세계적 기후 노력 모두에 획기적인 진전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후 야망 아래에는 수천 년간 자연과 공존해 온 원주민의 현실이 존재한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일부에 걸친 사프미(Sápmi) 영토에 사는 사미족은 반유목 생활 방식으로 순록 사육에 의존한다. 순록은 고기뿐 아니라 의복용 가죽, 전통 공예품용 뿔 등을 제공하며, 사미족 정체성의 중심을 이룬다.

하지만 제안된 송전선은 중요한 순록 이동 경로를 가로지른다. 순록은 인공 구조물, 특히 탑과 소음 공해를 본능적으로 회피한다. 이로 인해 계절별 이동이 방해받고 있으며, 이는 이미 급속한 북극 온난화로 인해 더욱 불안정해진 상태다. 사미족에게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계 문제를 넘어 문화적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한다.

사미족

역사적 긴장: 침탈의 유산

노르웨이 개발 프로젝트가 사미족 이해관계와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0년대 악명 높은 알타 분쟁은 노르웨이 집단 기억에 깊이 새겨져 있다. 정부가 알타 강에 댐을 건설하려 하자, 사미 마을 침수 위기가 촉발되어 평화적 시위가 시작되었고 이는 스칸디나비아 최대의 원주민 권리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결국 정부는 프로젝트를 축소했지만 깊은 불신의 상흔을 남겼다.

최근에는 사미 영토 곳곳에 들어선 대형 풍력발전소들이 긴장을 재점화했다. 2010년 포센 지역에 대규모 풍력 단지가 건설되면서 방목지가 침해되었다. 소음 공해와 날리는 얼음 조각은 순록뿐 아니라 전통 목축의 고요한 환경마저 해쳤다. 2021년 노르웨이 대법원은 이 허가를 무효로 판결했으나, 풍력 단지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2024년 정부는 문화적 손실에 대한 보상으로 47만 3천 달러를 지급했다.

이런 약속 위반과 땅 사용 갈등의 역사는 에퀴노르 프로젝트에 대한 사미족의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 쟁점의 핵심에는 유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69조에 명시된 ‘자유롭고 사전적이며 충분히 정보에 기반한 동의(FPIC)’ 원칙이 있다. 이는 원주민의 토지에서 개발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그들이 충분히 정보를 얻고 자유롭게 동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노르웨이는 공식적으로 FPIC을 존중한다고 주장하지만 실행은 일관되지 않았다. 2021년 협의법 채택으로 절차가 강화되었지만, 포센 판결 등 법원 결정들은 현실적 부족함을 지적했다.

컬럼비아대 사빈센터의 마리아 안토니아 티그레 박사는 “강제력이 부족한 규범으로는 FPIC이 종이 약속에 그친다”며 “강력한 국제 협약과 엄격한 국내법이 있어야 이 권리가 진정 보장된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사미 의회 평의회는 2025년 4월 법적 대응 승인을 공식 요청했다. 그들은 이번 송전선 프로젝트가 FPIC과 노르웨이 헌법의 원주민 보호 의무를 모두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순록 역시 생태학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법적 원칙을 넘어 목축 관행 그 자체가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는데 순록 이동은 계절별 초지 변화, 적설 상태, 포식자 패턴에 따른 섬세한 조화로 이루어진다. 송전선 같은 대형 인프라가 이 경로를 단절시키면 목동들은 위험한 대안을 선택해야 한다.

핀마르크의 빙하는 급격히 후퇴 중이며, 이는 하류 범람과 늪지화를 초래한다. 이 습지는 순록에게 치명적인 발굽병을 유발한다. 이동 경로가 좁아질수록 이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두 배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다. 겨울철 강설 대신 비가 내리는 빈도가 증가하며, 이 비가 눈 위에 얼어붙어 순록이 주요 먹이인 지의류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른바 ‘얼음 갑옷 현상’은 순록 건강을 위협하고 사미 생계의 불안정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역설적으로, 기후 완화 프로젝트가 사미족이 직면한 기후 취약성을 악화시키는 셈이다.

정부의 입장과 원주민 투쟁

노르웨이 정부는 사미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이번 프로젝트가 1966년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이 규약은 원주민 문화 관행에 대한 일부 제한을 허용한다.

엘리사벳 세더 에너지 부장관은 “이번 송전선이 문화 관행을 불가능하게 만들 만큼 심각한 방해는 아니다”며 경제적·환경적 이익이 국지적 불편을 능가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단순한 기후 리더십이 아니라 유럽 에너지 안보의 핵심인 노르웨이 LNG 수출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해머페스트 시설의 전기화는 안정적 공급국으로서 노르웨이의 위상을 높이며 지역 일자리 창출도 약속한다.

이처럼 세계 에너지 정치, 국가 경제 이익, 원주민 권리가 뒤엉킨 이번 갈등은 복잡한 양상이다.

사미족의 곤경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캐나다 타르샌드까지 원주민이 국가 기후 전략에서 배제되는 세계적 패턴을 반영한다. 원주민 땅은 종종 녹색 에너지나 경제 개발 명분 아래 공터 취급된다.

티그레 박사는 “이 문제는 탄소 지표를 넘어선다. 대체 불가능한 문화유산과 지구 건강에 필수적인 생태계를 보호하는 문제”라고 강조한다. 원주민의 생태 보전 능력은 오랫동안 인정받아왔다.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인권뿐 아니라 기후 해결책의 장기적 효과성마저 약화된다.

2025년 중반 현재, 에퀴노르 송전선 공사는 법적 교착에 빠져 있다. 사미 의회의 도전은 국제 재판소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노르웨이의 ILO 169 이행 여부가 심층 심사를 받게 된다.

사미측 승소 시, 이는 원주민 토지권 법리에서 세계적 기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국가가 승리하면 세계 각국이 기후·경제 우선 논리로 원주민 반대를 무시하는 관행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법적 결과와 무관하게 사미족은 깊은 문화적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언어 부흥, 청년 목축 참여 확대, 구술 역사 디지털 보존 등을 통해 문화유산을 적극 수호 중이다.

핀란드 사미 연구자 테로 무스토넨은 “진정한 FPIC이 완전히 존중된 사례는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다. 그러나 사미 정신은 외부 압박 속에서도 적응하고 저항하며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누구의 기후 전환인가?

노르웨이 사례는 많은 선진국이 직면한 도덕적 모순을 보여준다: 탈탄소화가 과거 원주민을 착취하던 논리를 되풀이하지 않고 가능할까? 배출은 적더라도 강압적·배제적 기반 위에 세워진 녹색 인프라는 본질적으로 정의롭지 않다.

진정한 기후 리더십은 오랜 권력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 형평성은 부차적 고려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핵심 원칙이어야 한다. 투명한 참여 절차, 공정한 보상, 신성한 땅 존중, 강제력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표준이 되어야 한다.

사미족의 투쟁은 전 세계 기후 커뮤니티에 경고와 행동 촉구를 동시에 보낸다. 기후 진전의 진정한 척도는 대기 중 탄소 농도뿐 아니라 다양한 인권이 얼마나 성실히 존중되었는가에도 달려 있다.

전례 없는 지구적 위기 앞에서 행동의 긴급함이 조상 대대로 섬세한 생태와 공존해온 이들의 권리를 짓밟는 정당화가 되어선 안 된다. 사미족과 노르웨이 정부 간의 에퀴노르 송전선 분쟁은 기후 긴급성과 윤리적 통치의 균형을 시험하는 전형적 사례다.

이번 프로젝트가 진행되든 중단되든 법적 해석과 정치적 절충에 달려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남는다: 국가는 효율적일 뿐 아니라 정의로운 기후 해결책을 설계할 수 있는가? 고대 지혜와 현대적 회복력을 지닌 사미족은 지속가능성이 정의와 불가분하다는 점을 강력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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