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이 미국 자동차 배출을 붙드는 마지막 안전망

미국에서 자동차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연방 규제가 사실상 해체되는 흐름 속에서,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이 ‘마지막 기준선’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 기준을 완화하고 위반 페널티가 사라지면서, 자동차가 미국 온실가스 배출의 약 16퍼센트를 차지한다는 현실에 비해 정책 수단은 급격히 비어가고 있다. 이 공백을 메우는 캘리포니아의 규정은 전국 시장에 파급력을 갖지만, 동시에 행정부와 공화당이 정면으로 겨냥한 ‘취약한 표적’이기도 하다.

이 규정이 단지 한 주의 환경정책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시장 구조에 있다. 다른 주들이 캘리포니아 기준을 채택할 수 있고, 실제로 워싱턴 디시를 포함해 19개 주가 이를 따르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이들 지역은 미국 신차 판매의 40퍼센트를 차지했다. 제조사가 주별로 다른 차를 생산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은 사실상 전국 자동차의 최소 성적표 역할을 한다. 그러나 2035년 내연기관차 단계적 퇴출 계획은 이미 의회와 행정부의 조치로 막혔고, 남은 규정마저 법정 다툼과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은 앞서 보도한 과학자도 축을 다시 그리게 한 역대급 엘니뇨, 캘리포니아와 식량 체계에 던지는 경고, 탄소 오염 규제 철회가 남길 것: 과학이 말하는 건강 피해와 기후 위험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연방 규제의 후퇴와 ‘정책 공백’의 현실

Grist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9월 말 연비 요구 수준을 완화하는 최종 계획을 발표하며 자동차 배출 규제의 고삐를 더 풀었다. 상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 이유는 이미 의회가 연비 기준 위반에 대한 자동차 회사 페널티를 없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연방 차원에서 자동차의 탄소오염을 의미 있게 관리하는 정책은 거의 남지 않은 상태가 됐다.

교통 부문, 특히 승용차와 경상용차는 미국 배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력과 산업이 탈탄소화 속도를 내더라도 도로 위 차량이 계속 화석연료를 태우면 감축은 지연된다. 연방 정책이 후퇴하면 각 주의 대기질, 기후 목표, 그리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연료비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이 유지되는지 여부는 ‘환경정책 논쟁’에 그치지 않고 생활비와 산업 전략, 공중보건을 가르는 변수로 커졌다.

캘리포니아가 더 강한 기준을 만들 수 있었던 법적 예외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의 뿌리는 1950년대 남부 캘리포니아를 뒤덮었던 심각한 스모그 문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방 정부가 전국 기준을 세우기 전에 캘리포니아가 자체 차량 배출 기준을 먼저 만들었고, 이후 Clean Air Act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의회는 캘리포니아에 ‘특별 면제’ 성격의 권한을 부여했다. 이 권한 덕분에 캘리포니아는 연방보다 더 엄격한 배출 기준을 추진할 수 있었다.

중요한 쟁점은 캘리포니아가 연비 자체를 직접 규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다만 가솔린차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배출 규제는 결과적으로 연비 기준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이 간접 효과가 강력한 이유는 자동차 제조사가 복수의 규제를 동시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이 연방 기준이 느슨해질 때도 업계의 ‘최저선’을 정해왔다면, 그 자체가 미국 자동차 배출의 기준점이 된 셈이다.

다른 주들이 따라가면서 커진 시장 파급력

캘리포니아 기준의 영향력은 지리적 범위를 넘어선다. 다른 주가 캘리포니아 규정을 채택할 수 있게 설계돼 있고, 실제로 19개 주와 워싱턴 디시가 이를 선택했다. 2022년 기준으로 이 시장 규모는 미국 신차 판매의 40퍼센트에 이르렀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주마다 서로 다른 사양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시장이 캘리포니아 기준을 요구하면 전국 판매 차종 전체가 그 수준을 맞추는 유인이 생긴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은 주정부 규정임에도 기업의 제품 전략, 공급망 투자, 배터리와 전력 인프라 계획까지 흔든다. 이 파급력은 교통 분야를 넘어 에너지 전환과도 연결된다. 전기차 보급이 늘수록 전력 수요 구조가 바뀌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충전 인프라 투자가 맞물린다. 반대로 규제의 후퇴는 내연기관 판매 유지로 이어져 석유 수요를 장기간 붙들 수 있고, 이는 기후 목표뿐 아니라 대기오염 노출이 큰 지역 사회의 건강 격차 문제로도 번진다.

2035년 내연기관차 단계적 퇴출 계획의 좌절과 남은 규정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캘리포니아의 권한을 정면으로 겨냥해왔다. Grist에 따르면 2025년 의회는 양원을 통해 캘리포니아가 2035년까지 가솔린차 판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려던 계획을 막았다. 이 계획은 캘리포니아의 특별 권한이 있어야 가능했고, 캘리포니아는 이에 대해 소송으로 맞섰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롭 본타는 소 제기 당시 이를 캘리포니아의 ‘진보 선택’에 대한 보복 시도로 규정했다.

야심 찬 전환 계획이 막힌 지금 캘리포니아는 2026년에 종료될 예정이었던 이전 배출 기준을 계속 집행하려고 한다. 이 기준은 제조사가 배출을 계속 빠르게 줄이도록 강제하기보다는, 적어도 이미 달성한 효율 개선에서 뒤로 물러서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에 가깝다. 행정부는 이 기준마저 의회가 뒤집도록 요청했지만, 2026년 9월 초 연방 판사가 이를 막았다고 보도는 전했다. 즉,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은 ‘상처 입었지만 완전히 패배하진 않은’ 상태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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