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폭염이 바꾼 영국 바다의 ‘새 일상’…해양 폭염이 어종·서식지·어업을 흔든다

영국 남부 해역에서 대구는 사라지고 문어가 늘었다. 바다 수온이 오르자 낯익은 어종은 더 차가운 곳으로 밀려나고, 한때 드물던 ‘여름 손님’이 일상적으로 목격된다. 해양 폭염이 바다 생태계를 흔들면서 어업의 수익 구조와 해안 지역의 안전, 식탁 위 해산물의 구성까지 바꾸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Environmental Health News가 소개한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 해역의 해양 폭염은 더 자주, 더 오래 이어지는 양상으로 관측되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2025년을 ‘예외적’이라고 평가했고, 일부 해역에서는 연중 4분의 3이 폭염 조건에 해당했다. 2026년 역시 비슷한 신호가 이어지며 연구자들은 이를 ‘새로운 정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해양 폭염은 앞서 보도한 파이어샛 위성, 아마존 산불 대응의 새 무기 될까: 데이터는 늘지만 현장 장벽은 그대로, 에어컨 논쟁, 유럽 폭염이 바꾼 기준: 에어컨 확산과 탄소배출의 8가지 사실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해양 폭염은 무엇이며 왜 ‘새 일상’이 됐나

해양 폭염은 특정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가 일정 기간 지속되는 현상을 뜻한다. 대기에서의 폭염이 길어지면 바다도 열을 축적해 수온이 상승하고, 바다는 육지보다 열을 오래 머금는 특성이 있어 충격이 장기화되기 쉽다. 문제는 한 번의 이상 고온이 아니라, 바닷물의 기준선 자체가 온실가스 배출로 상승하면서 ‘극단’이 더 쉽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영국 사우샘프턴의 National Oceanography Centre 연구자인 조이 제이컵스는 해양 폭염이 연속된 해에 반복되며 강도도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맥락에서 해양 폭염은 단순한 기상 이변이 아니라, 해양 생태계가 적응할 시간을 빼앗는 구조적 변화로 읽힌다. 수온이 몇 도만 변해도 산란, 먹이사슬, 서식지의 경계가 연쇄적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는 어업과 관광, 해변 안전, 지역경제까지 확산된다.

냉수성 어종의 북상과 ‘익숙한 물고기’의 실종

브라이턴에서 낚시 전세선을 운영하는 선장 커트 랜더는 예전에는 1년에 수백 마리씩 잡히던 대구가 이제는 여름에 1마리, 2마리 잡히는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는 한 선장의 체감에 그치지 않는다. 제이컵스는 남부 해역에서는 냉수성 어종이 거의 보이지 않고, 더 차가운 바다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해 스코틀랜드에서 더 잘 자라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 이동이 일시적인지, 사실상 영구적인지 아직 단정하기 어렵지만, 해양 폭염이 반복될수록 ‘돌아오지 않는 이동’이 될 가능성은 커진다.

이런 변화는 단지 생태학적 사건이 아니라 식품 시스템의 변화다. 특정 어종이 지역에서 사라지면 어획 쿼터, 유통망, 가공산업이 함께 흔들린다. 소비자는 익숙한 생선의 가격 변동과 품목 변화로 이를 체감하고, 식당과 급식 등 대량 소비처는 대체 품목을 찾게 된다. 해양 폭염은 결국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생활의 질문을 정책과 시장의 영역으로 밀어 올린다.

따뜻한 바다의 승자들: 해양 폭염과 난수성 어종의 확산

냉수성 어종이 물러난 자리에는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어종이 들어오고 있다. 랜더는 최근 농어, 콤버, 트리거피시 같은 난수성 어종을 더 자주 낚는다고 전했다. 영국 남서부 해역의 현황을 다룬 보고서에서는 정어리와 멸치처럼 따뜻한 물에서 잘 자라는 종이 ‘선전’하고 있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올여름 영국 연안에서 개복치 목격이 급증한 것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랜더는 영국해협 항로 한가운데서 물 위에 옆으로 누워 지느러미를 퍼덕이는 개복치 두 마리를 봤고, 새가 기생충을 쪼아 먹도록 유인하는 행동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보던 종이지만, 올해는 해양 폭염의 영향으로 출현 빈도가 확연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변화는 어업이 ‘잡을 수 있는 것’을 바꿔 수익 구조를 재편한다. 지역 어선이 난수성 어종으로 전환하면 단기적으로는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지만,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해당 종을 지탱할지, 새로운 어획이 다른 종에 어떤 압력을 줄지는 별개의 문제다. 해양 폭염은 어획의 대상뿐 아니라, 바다의 ‘규칙’을 바꾸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문어, 해파리, 희귀 방문종…해양 폭염이 불러온 생태계 재배치

콘월의 팰머스에서 활동하는 다이버 조 리알레는 작은점박이고양이상어가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상어는 대략 16도에서 17도 수온을 선호하는데, 올여름 바닷물은 거의 매일 20도 수준이었다고 한다. 리알레는 이 상어들이 지중해에서처럼 더 깊고 차가운 곳으로 내려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수온 상승은 ‘사라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의 이동’을 만들 수 있고, 이는 모니터링과 보호의 사각지대를 키운다.

대신 문어는 눈에 띄게 늘었다. 이 종은 영국 토종이지만 평소엔 흔치 않게 관찰되는데, 2025년 1월 이후 데번과 콘월의 따뜻해진 바다가 조건을 맞추면서 급증했다. 문어는 통발에 갇힌 게와 바닷가재를 손쉽게 먹을 수 있어 어업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일부 어선은 늘어난 문어를 새로운 목표 어종으로 삼아 2026년 어획이 급증했다고 전해졌다. 문어가 늘면 이를 먹이로 삼는 포식자도 영향을 받는데, 이 흐름이 리소돌고래 같은 여름철 방문종 목격 증가와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해파리도 빼놓을 수 없다. 따뜻한 바다는 해파리 출현을 자극하지만, 제이컵스는 해파리는 ‘풍년과 흉년’이 있고 관측이 사람들의 해변 방문 증가에 의해 부풀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중해에서 주로 보이는 보라해파리의 증가 같은 변화는 해양 폭염과 연관될 여지가 크다. 더 극단적인 사례로, 영국에서는 매우 드문 방문종인 작은이빨모래호랑상어가 최근 몇 년 사이 해변에서 발견된 적이 있고, 2025년에는 카리브해와 지중해에 흔한 헤어컬러바다민달팽이가 처음 기록됐다. 종의 ‘도착’은 뉴스가 되지만, 그 정착이 생태계에 남길 흔적은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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