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열을 붙잡아 밤에도 식지 않고, 매연과 먼지가 떠다닌다. 이런 곳에서 자라는 가로수와 공원 수목은 시골 나무보다 더 빨리 시들 것이라는 통념이 강하다. 그런데 2001년부터 2022년까지 751개 도시의 식생 변화를 위성 데이터로 추적한 연구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내놨다. 다수 도시에서 도시 나무 회복탄력성이 주변 농촌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한 녹지 미관을 넘어선다. 폭염이 일상이 되는 시대에 도시 나무는 그늘로 체감온도를 낮추고, 토양이 빗물을 머금게 해 침수를 줄이며, 곤충과 새의 서식처를 제공한다. 또 도시농업과 옥상 재배처럼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이 확산하는 흐름 속에서, 식생이 견디는 힘은 먹거리와 공중보건, 기후 적응 정책까지 연결된다. 도시 나무 회복탄력성이 왜 더 높게 나타났는지, 그 배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도시 나무 회복탄력성은 앞서 보도한 기후위기 road trip 위기: 미국 국립공원 여행이 산불·가뭄·폭염에 흔들린다, 서울그린트러스트, 포르쉐코리아와 꿀벌정원 조성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위성으로 본 도시 나무 회복탄력성, 751개 도시에서 확인된 경향
연구진은 위성 관측을 바탕으로 2001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 751개 도시의 식생 변화를 분석했다. 지표는 식생의 녹색도 변화로, 폭염 같은 기후 스트레스가 닥쳤을 때 얼마나 덜 손상되는지, 그리고 손상 뒤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지를 함께 살폈다. 그 결과 4분의 3이 넘는 도시에서 도시 식생이 주변 농촌의 식생보다 기후 스트레스에 더 잘 대응하는 경향이 관측됐다. 더 나아가 약 3분의 1 도시에서는 ‘이중 이점’이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녹색도 감소 폭이 더 작았고, 회복 속도도 더 빨랐다.
그리스티가 소개한 이 연구의 핵심은 ‘도시가 더 가혹하니 도시 나무가 더 취약할 것’이라는 직관이 데이터 앞에서 흔들렸다는 점이다. 연구를 이끈 홍콩대학교의 생태학자 궈정페이는 도시 환경이 일반적으로 더 덥고 오염도 큰데도 도시 식생의 회복탄력성이 더 높게 나온 것은 놀라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도시 나무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뜻은 폭염과 가뭄의 충격이 반복되더라도, 일정 조건만 갖추면 도시의 녹지가 기능을 지속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극한기후 대응에서 도시숲을 ‘있으면 좋은 장식’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로 보는 관점과 맞닿아 있다.
도시가 더 덥고 더 더러운 것은 사실이다: 열섬과 야간 고온의 압박
도시 나무 회복탄력성 논의는 도시가 실제로 식생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건물과 도로는 낮에 흡수한 열을 밤에 천천히 내뿜어 도시 열섬을 만든다. 연구가 인용한 설명에 따르면 도심은 인근 농촌보다 기온이 최대 20도 화씨 정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이 현상은 사람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신체가 식을 시간을 잃고, 열 관련 질환 위험이 커진다. 최근에는 밤 기온이 낮보다 더 빠르게 오르는 경향도 지적돼 왔다.
식물에게도 고온은 스트레스다. 증산이 늘고 수분이 부족해지면 잎이 손상되거나 생장이 멈출 수 있다. 여기에 대기오염, 토양 압밀, 뿌리 공간 부족 같은 도시 특유의 문제가 더해진다. 어린 나무일수록 해충과 병해, 훼손에 취약하다. 이런 조건을 감안하면 도시 나무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결과는 역설처럼 보인다. 따라서 ‘무엇이 도시 나무를 버티게 하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도시 관리와 설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결정적 변수는 물이었다: ‘가로수 물주기’가 만든 장기 효과
연구진이 주목한 설명 변수는 물이다. 도시에서는 가로수 식재 직후 뿌리 활착을 돕기 위해 줄기 주변에 물주머니를 설치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공원과 녹지 관리 인력이 정기적으로 관수하고, 주택 정원에서는 호스나 점적 관개로 식물을 돌본다. 이처럼 인간의 의도적 관리가 도시 식생의 기본 체력을 끌어올린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도시의 물길 설계도 영향을 준다. 전통적인 도시 계획은 침수 방지를 위해 빗물을 빠르게 하수도로 보내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실제로는 지붕과 인도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나무가 있는 흙 패치로 모여 스며드는 경우도 많다. 불투수면이 많은 도시에서 이런 작은 토양 공간은 빗물을 붙잡는 ‘미니 저수지’ 역할을 한다. 그리스티 기사에서 언급된 Arbor Day Foundation의 도시산림 프로그램 매니저 에릭 노스는 도시 식생의 높은 회복탄력성이 사람의 관리나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짚었다.
가뭄과 폭염이 길어질수록 물은 식생의 생존을 좌우한다. 농촌의 나무는 관리가 덜한 상태에서 장기 가뭄을 맞으면 탈수에 취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도시는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는 구역이 존재하고, 급수 체계가 비교적 안정적인 곳도 있다. 도시 나무 회복탄력성은 자연조건의 우위라기보다, 관리와 인프라가 만들어낸 ‘회복의 여지’로 읽을 수 있다.
도심이 외곽보다 더 강했다: ‘관리의 밀도’가 만든 격차
흥미로운 점은 도시 내부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전체적으로 도시 식생이 더 회복탄력적이었지만, 그 경향이 도심 핵심부에서 더 강하고 외곽으로 갈수록 약해지는 패턴을 관측했다. 궈정페이는 도시 가장자리가 도심만큼 안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차이는 도시의 불평등한 관리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도심의 대표 공원과 가로 경관은 예산과 인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물 공급과 유지관리도 더 체계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외곽은 개발 압력이 혼재하고, 녹지가 파편화되며, 신규 조성지의 토양과 수분 환경이 불안정할 수 있다. 도시 나무 회복탄력성을 ‘도시 평균’으로만 이해하면 이런 내부 격차가 가려질 수 있다. 기후 적응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어느 지역의 나무가 더 취약한지, 물과 토양 인프라가 어떻게 분포하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