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패션’ 가치소비의 시작

숏패딩과 플리스가 트렌드가 된 이유

올겨울은 롱패딩 일변도였던 패션 시장을 대체할 만한 아이템으로 숏패딩과 플리스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 2일 AK몰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겨울 아우터를 구매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숏패딩은 전년 동기 매출 대비 113%, 플리스는 191%로 대폭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짧은 숏패딩은 몸을 다 가리는 롱패딩보다 색상과 디자인 측면에서 더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이 가능해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소재가 많이 들어가 가격이 비싸지는 롱패딩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명 ‘뽀글이’로 불리는 플리스는 외투 속에 따뜻하게 입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봄·가을철 단일 외투로도 입을 수 있어 직장인과 학생들 모두가 선호한다. 이같은 요소는 숏패딩과 플리스가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대표적인 이유다.

그러나 인기를 끌게 된 이면에는 ‘비건패션’이 숨겨져 있다. 의류업계에서는 친환경이나 동물 보호 등 윤리적 소비와 실천을 지향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숏패딩·플리스에도 ‘비건패션’ 철학을 담고 있다.

입는 채식주의 ‘비건패션’…’가치소비’ 자극

본래 ‘비건(Vegan)’이란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유제품과 달걀까지 먹지 않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여기서 파생된 ‘비건패션’은 가죽, 모피, 울 등의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동물학대 없는)’ 제품을 입는 것을 뜻한다.

단순히 먹는 데만 그치지 않고, 입는 것에도 ‘채식주의’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의복을 만드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동물의 털을 뽑거나 산 채로 가죽을 벗겨내는 등 학대를 가하는 것을 지양한다.

단순히 디자인과 기능만 보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과 사용 처분 등을 모두 고려한 책임 있는 소비를 함으로써 사회·환경적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른바 ‘가치소비’, 옷 하나를 골라도 동물보호와 환경을 고려한다는 이미지까지 얹어지면서 의류업계는 주목하기 시작했다.

RDS 인증, 라이브 플러킹 막는 윤리적 기준
PeTA에서 공개한 영상! 잔인하니 마음의 준비가 된 분만 재생하세요

겨울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다운 재킷(Down Jacket·패딩)’은 오리나 거위의 솜털을 충전재로 사용해 만들어진다. 이때 살아있는 거위의 가슴 털을 잡아 뜯는 ‘라이브 플러킹(live plucking)’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것이 한 동물보호단체의 조사로 드러났다.

식용으로 쓰이는 오리나 거위는 태어난 지 12주에서 16주 후에 도축되는데, 농장주의 입장에서는 동물이 살아있는 채로 반복적으로 털을 뽑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의류업계는 동물 학대를 자행하지 않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윤리적 기준을 세운다. 그 기준인 ‘RDS 인증’을 받은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한다.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인증’은 라이브 플러킹을 하지 않고 윤리적인 방법으로 털을 채취해 만든 다운 제품에 발행되는 인증마크다. 소비자는 ‘RDS 인증’을 확인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공동체를 위한 ‘가치소비’를 실천할 수 있게 됐다.

페트병, 환경을 파괴하는 ‘쓰레기’에서 ‘지속가능 소재’로

플리스(Fleece)는 천연 섬유인 양모 직물의 대안으로 개발돼 폴리에스터 원단 표면을 가공해 만든 보온 소재다.

양털처럼 뽀글뽀글한 형태여서 ‘뽀글이’라고도 불리는데, 실내용 방한복이나 겉옷 안에 받쳐 입는 내피 정도로 활용됐다. 올해는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재해색되며 단독 아우터로 자리매김했다.

플리스는 양털의 외관과 유사하게 구현돼 풍성하고 따뜻한 질감이 특징이다. 원단 사이에 공기층을 형성해 보온성이 뛰어나다.

이같은 특징을 바탕으로 의류업계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만든 플리스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소비자의 ‘가치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A업체에 따르면 친환경적인 플리스는 한 벌당 500㎖ 페트병 50개 정도가 들어가며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자원 약 59%, 온실가스 배출 약 67%가 감소된다. 또한 리사이클링 소재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 수 있는 표식이 부착돼 재활용 소재 비율을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어 현명한 소비를 돕는다.

페트병이 환경을 파괴하는 쓰레기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패션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아직 의류와 환경을 접목하는 게 일반적이진 않지만 서구권에서는 2000년대 이후로 계속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로, 앞으로는 관련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며 “서구권에서는 동물성 소재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싶어도 오히려 촌스럽다는 취급을 받는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의류와 환경을 동시에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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