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소 분뇨가 데이터센터의 ‘연료’로 팔리기 시작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산업이 전력망 부담을 줄일 대안으로 분뇨 기반 재생가스를 찾으면서, 축산 분뇨 처리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맞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연구자들은 이 흐름이 공장식 축산을 사실상 에너지 인프라에 묶어 두고, 오염을 다른 형태로 바꾸는 방식으로 비용을 지역에 떠넘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뉴욕주 슈토이벤 카운티의 한 대형 낙농장에서 분뇨와 음식물 폐기물을 함께 분해해 만든 가스가 현장에서 암호화폐 채굴 설비에 전기를 공급한다. 그 모델을 확장해 ‘소규모 데이터센터’를 농촌에 붙이겠다는 기업도 등장했다. 분뇨 바이오가스가 기후해법으로 인정받을지, 축산 시스템의 규모화를 더 자극할지 논쟁이 커지고 있다.
분뇨 바이오가스는 앞서 보도한 ‘가능주의자’, 7월 15일 개봉… 여성 비건들의 13년 동물권 운동을 기록하다, 돌, 파인애플 가죽 회사 제휴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분뇨 바이오가스와 데이터센터, 왜 지금 연결되나
분뇨 바이오가스는 소 분뇨 같은 유기성 폐기물을 산소가 거의 없는 조건에서 분해해 메탄을 포함한 가스를 만들고, 이를 연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이 가스를 정제해 재생천연가스라고 부르며 기존 천연가스 설비에 섞어 쓰거나 발전 연료로 사용해 왔다.
이 기술이 최근 데이터센터와 엮이는 이유는 ‘전력’ 때문이다. Grist가 전한 보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이미 미국 전력 사용의 4.9퍼센트를 차지하며, 2030년까지 이 비중이 2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전력망이 혼잡한 지역에서 전력 확보가 지연되거나, 규제와 주민 반발로 신규 전력 인프라가 늦어지는 상황을 우려한다. 그 결과 기존 인프라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당장 쓸 수 있는 연료, 즉 ‘드롭인’ 대안을 찾게 되는데, 분뇨 바이오가스가 그 후보로 부상했다.
뉴욕의 렌트 힐 낙농장 사례는 이 흐름을 상징한다. 약 4,000마리 규모의 젖소 분뇨와 지역 음식물 폐기물을 함께 처리하는 공동 소화조에서 가스를 만들고, 이를 현장 전력으로 전환해 암호화폐 채굴 설비에 공급한다. 운영사인 에그그리드 에너지는 지역에 전력과 컴퓨팅 관련 가치를 남긴다는 논리를 펴며, 분뇨 바이오가스를 농촌형 전력 모델로 홍보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과 연료 산업의 ‘연합’, 그리고 보조전원 시장
분뇨 바이오가스는 단독으로 데이터센터의 주 전력을 책임지기보다, 초기에는 보조전원이나 특정 부하를 담당하는 형태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에너지의 성격이 ‘대용량’이면서도 ‘상시 신뢰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오가스 업계는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안정적 공급에 분뇨 바이오가스가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바이오가스 협의회는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매우 배고파하는’ 만큼, 바이오가스가 만들어낼 수 있는 공급량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폐기물 처리와 에너지 산업, 가스 유통 기업이 함께 이해관계를 맞추는 구조도 만들어지고 있다.
Grist가 소개한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센터 보조전원에 재생천연가스를 활용하는 협업을 진행한 점이 거론된다. 또 뱅가드 리뉴어블스는 재생천연가스를 ‘컴퓨팅 시대의 연료’로 포장하며 시장을 넓히려 한다. 이 기업은 아직 데이터센터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토탈에너지스나 엔브리지 같은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왔고, 이들 기업은 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흐름은 데이터센터 전력난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폐기물 자원화’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결합해 확산된다. 다만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삼는 만큼,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지역 환경 부담이 어떻게 배분되는지에 대한 검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분뇨 바이오가스가 ‘기후해법’이 되기 어려운 지점
분뇨 바이오가스는 분뇨 저장 과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메탄을 포집해 연료로 쓰는 만큼, 이론상 기후에 유리한 선택처럼 보인다. 그러나 연구자와 지역 활동가들은 이 기술이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 대신 ‘화석연료 체계의 연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본다.
소화조에서 만든 재생천연가스는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에 섞어 쓸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전환 비용이 낮다. 그만큼 데이터센터 운영사나 연료 공급사가 지속가능성을 주장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연구자들은, 이런 드롭인 방식이 장기적으로 전력망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쟁점은 ‘오염의 형태 변화’다. 존스홉킨스대 공중보건 분야 연구진은 소화조가 단기적으로 메탄을 줄일 수 있어도 암모니아 배출 증가나 유해 부산물 같은 다른 오염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오염 스와핑’으로 설명했다. 분뇨 바이오가스가 기후정책의 지원을 받는 동안, 지역의 공기질과 수질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효과 자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세계자원연구소 연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소화조는 분뇨 저장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약 25퍼센트 정도 줄이는 데 그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비용 대비 기후 편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기후효과가 ‘있다’와 ‘충분하다’는 서로 다른 주장인데, 데이터센터처럼 수요가 큰 시장이 붙으면 이 논쟁은 더 커질 수 있다.
공장식 축산 확대 유인과 지역사회 부담, 동물복지 논쟁까지
분뇨 바이오가스를 둘러싼 가장 큰 비판은 ‘축산의 규모’를 더 키우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소화조와 재생천연가스가 새로운 수익원이 되면, 우유나 고기보다 분뇨가 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보조금 구조가 이 유인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공장식 축산에서 연간 9410억파운드의 분뇨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미 지역 대기와 수질에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이다. 소화조가 분뇨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소화 이후 남는 소화잔사는 액체 또는 고형물로 남아 비료나 깔짚 등으로 재활용된다고 하지만, 경제성과 환경성에서 난제가 따른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농무부 연구에서는 소화된 분뇨가 소화되지 않은 분뇨보다 더 오염적일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지역사회가 체감하는 피해는 냄새, 트럭 통행, 산업 폐기물 유입, 수질오염 위험 등으로 구체화된다. 위스콘신 린드에서는 대형 공동 소화조 사업이 지역 반대에 부딪혀 2024년 봄에 허가가 거부됐다. 주민 조직가들은 이런 시설을 단순한 ‘농업 부속’이 아니라 분뇨와 산업 음식물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정 시설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논쟁은 동물복지와 식품 시스템 전환의 관점에서도 연결된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의 사육밀도와 질병 위험, 항생제 사용, 분뇨 처리 부담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식물성 대체식품과 비건 시장 확대, 축산 감축을 포함한 지속가능 식단 전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분뇨 바이오가스 시장을 키우면, 축산업의 규모화와 장기 고착을 도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 전환이 동물복지와 지속가능한 식품 정책의 방향과 충돌할 수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