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이 석탄·가스 발전소의 탄소 오염 규제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후와 건강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행정부는 발전소 배출이 지구 기후에 ‘중대한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기후과학과 환경보건 연구는 탄소 오염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밀어 올리고, 그 결과가 다시 사람들의 호흡기·심혈관 질환, 폭염과 재난 피해로 되돌아온다는 경로를 오랫동안 축적해 왔다.
이번 조치는 규제 문구의 수정이 아니라, 배출 저감의 비용과 편익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 공중보건 위험을 어느 범위까지 정부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Environmental Health News가 전한 관련 보도에 따르면, 철회 대상은 2024년 바이든 행정부가 확정한 발전소 기후오염 기준으로, 석탄발전은 2039년까지 탄소 포집 기술로 배출 대부분을 잡아야 계속 가동할 수 있고, 신규 가스발전은 수소 같은 더 깨끗한 연료로의 전환을 요구받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탄소 오염은 앞서 보도한 트럼프 EPA 탄소 규제 폐지로 흔들리는 전력 부문 탈탄소, 석탄 퇴출은 더 멀어졌다, 캘리포니아 에너지 전환, 천연가스 의존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드는 이유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탄소 오염 규제 철회, 무엇이 바뀌나
미 환경보호청은 2026년 9월 14일 텍사스 휴스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에너지 관련 장관급 행사에서 규제 철회 방침을 공개했다. 이후 15일간의 공청회 절차와 45일의 의견수렴 기간이 예고됐다. 쟁점은 발전소의 탄소 오염을 ‘국내 정책으로 줄여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논리를 행정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발전 부문은 미국의 대표적 배출원으로 꼽힌다. 기사에 인용된 최신 수치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전력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은 14억 2700만 톤으로, 부문별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뉴욕대학교 School of Law 산하 Institute for Policy Integrity가 2025년 5월 낸 보고서는 미국 전력 부문을 하나의 국가로 보면 세계 6위 배출국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기준이 2035년 한 해에만 조기 사망 최대 1200명, 천식 증상 36만 건, 결석 4만 8000일, 결근 5만 7000일을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고, 향후 20년 동안 기후와 공중보건 순편익이 최대 37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규제 철회는 이처럼 예상되던 편익을 정책적으로 포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탄소 오염’은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자체만을 뜻하기보다, 그 배출을 허용하는 정책 환경이 동반 오염물질과 건강 부담을 함께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크다.
탄소 오염과 건강 피해, ‘불확실’이 아닌 ‘축적된 증거’
환경보호청은 건강 피해가 불확실하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쌓여 왔다고 말한다. 듀크대학교의 짐 장 교수는 탄소 오염과 발전소 오염물질이 심혈관 질환과 호흡기 질환, 천식 악화, 심장질환 악화와 연관되고, 사망 및 응급실 방문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규제가 느슨해지면 배출이 늘고, 그만큼 피해도 늘어난다는 인과가 환경보건 분야에서는 상식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발전소 주변 지역의 부담은 더 직접적이다. 기사에 따르면 발전소 인근 지역사회는 소득이 낮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 오염 노출과 건강 위험이 불균형하게 집중될 수 있다. 특히 석탄발전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 PM2.5는 다른 배출원에서 유래한 PM2.5보다 사망 위험과의 연관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왔다. 이는 탄소 오염 규제가 기후정책인 동시에 환경정의와 공중보건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책 논쟁의 아이러니는, 기사에 언급된 2025년 행정부 자체 분석에서도 규제 제거가 수천 명의 조기 사망과 수백억 달러 규모의 건강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즉 ‘불확실’이라는 표현은 과학의 공백이라기보다, 어떤 피해를 정책 판단에서 인정할지에 대한 선택에 더 가깝다.
기후 위험은 국경을 넘는다: 1.5도 목표와 발전 부문의 무게
탄소 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 오염 노출로 끝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구를 가열해 폭염, 산불, 해안 침식, 홍수, 허리케인 같은 극한 현상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부상과 사망, 의료 접근성 붕괴, 정신건강 악화, 식수와 식품 접근성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기사에서 장 교수는 피해가 지역 수준에 머물지 않고 전 지구적 수준으로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유엔이 경고하는 경로도 같은 맥락에 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 억제 목표를 사실상 초과할 가능성이 커졌고, 즉각적인 배출 감축과 대기 중 탄소 제거가 없다면 1.8도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발전소는 수명이 길고 투자 규모가 큰 인프라여서, 오늘의 규제 신호가 앞으로 수십 년의 배출 궤적을 고정시키기 쉽다. 시카고대학교 Institute for Climate and Sustainable Growth의 마이클 그린스톤 소장은 정책이 기후변화 영향을 ‘없다’고 가정할 수는 있어도, 대기와 기후는 그런 전제를 인정하지 않으며 더 거칠고 위험한 형태의 기후로 되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탄소 오염’은 단지 환경지표가 아니라 경제와 복지의 리스크 지표가 된다. 폭염으로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고, 재난으로 보험료와 공공재정 부담이 커지고, 농축수산물 생산이 흔들리며, 물가와 식품안보가 영향을 받는 경로가 이미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정책 롤백의 확장: 석탄 연명과 규제 체계의 후퇴
이번 철회는 단독 사건이라기보다 연쇄 조치의 일부로 소개된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2월 환경보호청은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토대였던 2009년 ‘위해성 판단’을 폐지했고, Clean Air Act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해석도 내놨다. 냉장고·에어컨 등에 쓰이는 오염 물질인 HFC 규제도 완화됐다.
석탄발전의 연명 조치도 병행됐다. 에너지부는 퇴출 예정이던 일부 석탄발전소의 계속 가동을 명령했고, 발전소의 수은 등 유해대기오염물질 기준으로 알려진 Mercury and Air Toxics Standards도 느슨해졌다고 기사에 적시됐다. 국방부에는 석탄 기반 전력 구매 확대가 지시됐고, 4개 주에서 6개 프로젝트에 1억 7500만 달러를 투입해 석탄발전소 업그레이드를 지원하도록 에너지부가 지시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책의 방향은 ‘에너지 비용’과 ‘전력 안정’이라는 구호로 포장되기 쉽지만, 석탄은 이미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은 데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부담이 외부비용으로 누적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규제가 완화될수록 이 외부비용은 의료비와 조기 사망, 결근과 결석 같은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