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탄지 복원’ 경쟁…마르기 전에 물을 되돌려 탄소를 잡는다

노스캐롤라이나 동부의 한 광활한 습지에서 시간과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쌓인 이탄이 배수로로 말라가면서, 가뭄과 산불에 취약해지고 그동안 땅속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이산화탄소로 빠져나올 위험이 커졌다. 이 땅을 다시 젖게 만들어 ‘탄소 저장고’로 되돌리는 이탄지 복원이, 기후 대응과 생태계 회복의 시험대로 떠올랐다.

벨헤이븐 인근 23제곱마일 규모의 이탄지에서 과학자와 투자자들이 수위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몽가베이가 전한 Associated Press 보도에 따르면, Pantheon Regeneration은 물길을 막아 지하수위를 올리고 배출을 줄인 뒤 탄소 크레딧을 판매해 복원 비용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이다. 목표는 버지니아에서 플로리다까지 이어지는 지역에서 이탄지 100만 에이커를 보전하는 것이다.

이탄지 복원은 앞서 보도한 세계 최대의 비건 바베큐 매장 오픈예정, 보전 정책의 빈칸, Indigenous food sovereignty가 지키는 생물다양성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이탄지 복원이 왜 ‘긴급 과제’가 됐나

이탄지는 물이 포화된 상태에서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하고 축적돼 만들어진 토양이다. 이 습한 조건이 유지될 때 이탄은 탄소를 오래 붙잡아 두지만, 배수로가 나고 땅이 마르면 상황이 뒤집힌다. 공기가 스며든 이탄은 분해가 빨라지고, 저장돼 있던 탄소가 이산화탄소로 대기 중에 방출된다.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의 3분의 1이 포화된 이탄지에 저장돼 있으며 이는 모든 숲이 저장하는 양보다 많다. 이 때문에 이탄지 복원은 단순한 지역 환경사업이 아니라, 탄소 감축의 ‘큰 레버’로 자주 거론된다.

노스캐롤라이나 사례에서 긴박함을 키우는 요인은 가뭄과 산불이다. 배수로로 수위가 낮아진 이탄지는 불이 붙기 쉬운 상태가 되고, 한 번 불이 나면 이탄층 자체가 연료가 될 수 있다. 산불이 커질수록 대기오염과 탄소 배출이 동반되고, 주변 농경지와 주거지에도 피해가 번진다. 결국 이탄지 복원은 기후변화 적응과 재난 위험 관리의 성격도 함께 갖는다.

벨헤이븐 인근 23제곱마일 프로젝트, 물을 되돌리는 방식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한 식재가 아니라 ‘수문 복원’이다. 배수로가 만든 인공적 물길을 조정해 수위를 회복시키고, 이탄층이 다시 젖은 상태로 유지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보도 사진 설명에 따르면 듀크대학교 연구진이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등 현장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탄지 복원은 토양과 수위, 식생의 변화를 장기간 관찰해야 하며, 수위를 조금만 잘못 맞춰도 주변 토지 이용과 충돌하거나 기대했던 탄소 효과가 흔들릴 수 있다.

이 지역은 농경지와 맞닿아 있다. 현장 사진에는 이탄지 숲 인접 농지에서 작업하는 농업 노동자도 등장한다. 이런 지점은 이탄지 복원이 현실에서 늘 부딪히는 과제를 보여준다. 습지를 더 젖게 만들면 생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인접한 농지 배수 체계와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 복원 설계는 기후 완화 목표뿐 아니라 지역 경제와 토지 이용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탄소 크레딧이 자금줄이 될까, 신뢰가 관건

Pantheon Regeneration은 수위를 복원해 배출을 줄인 뒤 탄소 크레딧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연 기반 해법이 시장과 연결되는 전형적인 경로다. 공공 예산만으로는 광범위한 습지 복원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고,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려면 정량화된 성과 지표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다만 탄소 크레딧은 신뢰의 산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얼마나 배출이 줄었는지, 복원 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다른 지역 피해나 배출 증가로 상쇄되지 않는지 같은 질문이 따라붙는다. 이탄지 복원은 수분 조건이 핵심이어서, 장기적인 수위 관리와 모니터링이 성패를 가른다. 시장이 원하는 것은 ‘측정 가능하고 검증 가능한 감축’인데, 자연 시스템은 변수가 많다. 그래서 이탄지 복원 프로젝트는 과학적 측정과 감시 체계를 얼마나 촘촘히 갖추는지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릴 수 있다.

서식지 회복의 의미, 기후만이 아니라 생물다양성 문제

이탄지 복원은 탄소 감축에만 초점을 맞추기 쉽지만, 원래 이 땅이 제공하던 서식지 기능을 회복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포화된 습지는 물과 영양분 흐름을 조절하고, 습지 식생이 자라며 다양한 야생동물이 의존할 공간을 만든다. 배수로로 수분이 빠지면 숲과 습지의 구조가 바뀌고, 그에 기대어 살아가던 종들이 영향을 받는다.

특히 북미 동부 해안 평야의 습지는 홍수 완충과 수질 정화 같은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이런 기능은 기후변화로 극한 강수와 가뭄이 반복될수록 더 중요해진다. 이탄지 복원을 둘러싼 투자는 탄소 시장뿐 아니라, 지역 생태계 안전망을 다시 세우는 비용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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