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에서 동물복지 제품들이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인권을 넘어 동물권까지 고려하는 윤리적 소비의식이 확산한 이유다. 꼭 비건이 아니라도 동물복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19일 이마트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동물복지 식품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3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물복지 계란의 매출은 50.2% 늘었다. 동물복지 계란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산란계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계란으로, 바닥면적 1㎡당 성계 9마리 이하의 사육 밀도를 포함한 약 140개의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같은 기간 동물복지 돼지고기 매출은 2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의 동물복지 닭고기 매출은 2018년과 지난해 모두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 동기 대비 20.5% 늘었다.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면 먹이와 사육시설 등 여러 평가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사후 관리도 꾸준히 신경 써야 하는 만큼 인증 농가 수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전체의 15% 수준인 144곳뿐이었고, 양돈과 육계 농가도 각각 18곳(0.3%), 89곳(5.9%)에 그쳤다.
동물복지 제품, 비싸도 인기
이처럼 동물복지 식품은 생산 과정이 까다롭고 공급량이 많지 않고 대체로 대체로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동물복지 식품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몇 해 전부터 비건을 비롯한 채식주의가 유행하고, 식용견 도살과 유기동물 안락사 사건 등이 화제가 되면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농림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식품을 사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9.9%를 차지했으며, 동물복지 식품을 구매한 사람의 25.3%는 동물복지에 기여하는 보람을 느꼈다고 답했다.
더불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생활 전반의 위생과 건강을 신경 쓰는 경향이 강해진 것도 동물복지 식품 인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물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코로나19 이후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매출 증가의 주요한 원인”이라며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란 동물을 먹는 것이 사람에게도 건강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