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 17번째 북극항 출항…기후변화 관측과 북극항로 실측 나선다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다시 북극해로 향했다. 극지연구소는 아라온호가 7월 11일 광양항을 출발해 83일간의 북극해 탐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항해는 아라온호의 17번째 북극항으로,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북극 해역에서 장기 관측 자료를 확보하고 북극항로 시대에 필요한 실측 데이터를 쌓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북극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해빙 감소, 해양순환 변화, 생태계 이동 같은 변화는 단기간 조사만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특히 거친 해상 환경과 해빙 탓에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같은 해역을 반복적으로 관측하고 자료를 누적하는 일이 과학적 해석의 핵심이 된다.

2026년 아라온호 북극항 탐사 항로 지도
2026년 북극항 탐사 항로. 아라온호는 베링해, 동시베리아해, 척치해, 중앙북극해 등 주요 해역을 조사한다. 자료=극지연구소

83일 북극항, 기후변화와 해저환경을 동시에 관측

이번 탐사에서 아라온호는 베링해, 동시베리아해, 척치해, 중앙북극해 등 북극 주요 해역을 항해한다. 목표는 북극의 기후변화와 해저환경을 조사하고,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실측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다. 북극항로는 해빙 감소로 이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운항에는 해빙 두께와 분포, 기상 조건, 해양환경 변화에 대한 고해상도 자료가 필요하다.

양은진 박사 연구팀은 지난해 해빙의 방해로 회수하지 못한 장기 계류 관측장비를 수거해 1년 치 북극해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 자료는 해빙 감소와 해양순환 변화, 북극 해양환경 변동을 이해하는 데 활용된다. 연구팀은 해빙 위에 3~4일간 배를 정박하고 해빙의 두께와 구조, 거칠기 등을 정밀 측정하는 현장 조사도 수행한다.

북극 해빙 위에서 관측 장비를 설치하는 아라온호 연구진
아라온호 연구진이 북극 해역에서 해빙·기상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극지연구소

대서양화와 척치 보더랜드, 북극 변화의 핵심 지점

북극해로 유입되는 따뜻한 대서양 바닷물이 늘어나면서 북극 바다가 대서양 환경처럼 변하는 ‘대서양화’ 현상도 주요 관측 대상이다. 대서양화는 해빙 감소와 해양 생태계 변화, 물질 순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최근 북극 과학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로 다뤄진다.

아라온호는 지난달 제5차 CAOFA 당사국 총회에서 공동과학연구 시범 해역으로 지정된 ‘척치 보더랜드’ 해역의 예비조사도 수행한다. CAOFA는 중앙북극해 비규제어업방지협정으로, 중앙북극해 생태계와 수산자원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높이고 무분별한 어업을 예방하기 위한 국제 협력 체계다.

홍종국 박사 연구팀은 중앙북극해 고위도 해역까지 진출해 해저 퇴적물 시료 채취를 목표로 세웠다. 이 시료는 과거 북극해의 장기 환경 변화와 진화 과정을 규명하는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척치해 일대에서 탄성파 탐사도 진행해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 지역을 명확히 할 계획이다.

아라온호 갑판에서 관측 장비 운용을 준비하는 연구진
아라온호 갑판에서 북극해 관측 장비 운용을 준비하는 연구진. 사진=극지연구소

북극항로 안전운항 위한 한국형 예측기술 첫 현장 탐사

이번 탐사는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가 추진하는 ‘북극항로 운영을 위한 실측 기반 통합 예측기술 개발(SAFE-SEA)’ 사업의 첫 현장 탐사이기도 하다. 북극항로가 현실적인 해상 교통로로 논의되려면 항로 주변의 해빙, 기상, 해양 조건을 예측할 수 있는 독자 자료와 기술 기반이 필요하다.

진경 박사 연구팀은 북극항로 안전운항에 필수적인 해빙·기상 자료를 수집해 AI 기반 해빙 및 항로 위험 예측 기술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자체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안전한 북극항로 운항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핵심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탐사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북극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북극항로 시대를 준비하는 의미 있는 탐사”라며 “아라온호가 확보할 현장 자료가 우리나라의 북극 과학 역량과 활용 가치를 높이는 튼튼한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극 변화는 먼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북극의 변화는 한국과도 연결된다. 해빙 감소는 해양순환과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북극항로의 가능성은 해운·물류·안전운항 기술의 문제로 이어진다. 동시에 북극 생태계와 해저환경 변화는 기후위기 시대에 국제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극지 환경을 관측하고 보호할 것인지 묻는 과제이기도 하다.

아라온호의 17번째 북극항은 단순한 항해가 아니라 기후변화, 해양과학, 해저환경, 북극항로 정책이 만나는 현장 조사다. 축적된 관측 자료가 늘어날수록 북극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그 자료는 향후 기후 대응과 해양 안전 정책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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