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캥거루 개체수 조절 논쟁, 기록적 캥거루 도살이 던진 질문

호주의 국가 상징인 캥거루가 이제는 ‘너무 많아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초지 보호를 내세운 정부의 캥거루 도살이 한 해 3500마리 이상으로 불어나며, 생물다양성 보전과 동물복지, 그리고 지속가능한 식품 소비까지 얽힌 ‘캥거루 개체수 조절’의 딜레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호주수도특별구에서는 2026년 6월 9일부터 7월 31일까지 15개 자연보호구역에서 동부회색캥거루를 대상으로 한 연례 도살이 진행돼 3500마리 넘게 죽었다. 정부는 ‘위기’로 분류되는 토종 초지 보전을 위한 불가피한 관리라고 주장하지만, 동물권 단체들은 새끼를 포함한 희생이 뒤따른다며 다른 통제 방식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한다.

캥거루 개체수 조절은 앞서 보도한 프라다, 캥거루 가죽제품 없애기로, 네팔 손실과 피해 기금 청구 2000만달러, 홍수 피해액의 0.7%에 그친 이유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늘어나는 캥거루, 상징의 역설이 된 ‘관리’ 문제

캥거루는 호주 전역에 분포하며, 붉은캥거루, 서부회색캥거루, 동부회색캥거루, 안틸로핀캥거루 등 주요 4종이 대표적이다. 호주 정부의 조사 추정치에 따르면 호주 캥거루 개체수 조절 논의의 전제가 되는 전체 개체수는 3000만에서 5000만 마리 사이로, 가뭄 같은 기후 조건에 따라 매년 크게 출렁인다. 한때 숫자가 줄어드는 시기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식 환경 변화와 포식자 감소가 맞물리며 특정 지역에서 ‘과밀’ 문제가 반복된다는 것이 관리 당국의 인식이다.

문제는 이 과밀이 단순히 동물 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초지 생태계에서는 캥거루가 집중적으로 풀을 뜯으면서 토양이 약해지고 식생 구성이 바뀌며, 곤충과 파충류, 조류 등 연쇄적인 서식 여건 악화가 일어난다는 연구들이 인용된다. 반대로 동물복지 단체들은 농경지 개간과 도시 확장, 가축 방목 같은 인간 활동이 더 큰 압력인데도 캥거루가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본다. 캥거루 개체수 조절은 결국 호주가 어떤 토지 이용과 보전 목표를 선택할지, 그리고 야생동물을 어떤 윤리 기준으로 다룰지에 관한 사회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호주수도특별구의 기록적 도살, 숫자와 논거

호주수도특별구는 면적 2358제곱킬로미터로 크지 않지만, 동부회색캥거루의 밀도가 높기로 알려져 있다. 추정치로는 이 지역에 동부회색캥거루가 12만2000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거론된다. 전국 동부회색캥거루는 10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특정 보호구역이 울타리와 도로, 도시 개발로 조각나면서 동물이 몰리는 양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현지 보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호주수도특별구 정부는 2009년부터 보호구역을 중심으로 캥거루 도살을 연례적으로 시행해 왔고, 2026년에는 15개 자연보호구역에서 3500마리 이상이 죽어 2022년 수치의 2배를 넘겼다. 정부는 ‘캥거루 개체수 조절’의 목적을 초지 보전으로 규정한다. 보전 당국은 모니터링 결과 과잉방목이 확인된 초지 비율이 2025년 44퍼센트에서 2026년 72퍼센트로 늘어 할당량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캥거루의 먹이 활동이 멸종위기 초지 군락과 토종 식물의 회복을 가로막는다는 판단이 정책의 근거가 된다.

현장에서는 멸종위기 식물인 캔버라 스파이더 오키드 같은 종이 개발과 서식지 훼손, 짓밟힘, 과잉방목의 복합 압력을 받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일부 보전 단체는 도살을 불편해하면서도, 울타리로 단절된 보호구역에서 캥거루가 특정 먹이원에 집중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관리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정말 캥거루 탓인가’라는 반론과 동물복지 쟁점

캥거루 개체수 조절에 반대하는 쪽은 과잉방목의 주범을 캥거루로 특정하는 것 자체가 과장됐다고 맞선다. 동물권 단체들은 소와 양처럼 발굽을 가진 가축이 토양을 더 강하게 훼손하고, 광범위한 목축과 토지 개간이 초지의 구조를 바꿔 놓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같은 초지라도 인간의 토지 이용 방식에 따라 식생과 생물다양성이 달라지는데, 정책 담론이 야생동물 수 조절로만 수렴된다는 비판이다.

논쟁은 과학적 근거의 해석에서도 드러난다. 반대 측은 CSIRO 연구를 근거로 호주수도특별구의 도시 인접 보호구역에서는 헥타르당 캥거루 1마리 수준에서 식생 다양성과 식물 건강이 더 높았고, 2마리나 3마리로 늘어나도 뚜렷한 악영향이 없었다는 결과를 거론한다. 즉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단순한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복지 쟁점은 더 직접적이다. 정부는 3월에서 7월 사이 암컷 포획을 제한하는 등 새끼 고아 발생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설명하지만, 2026년 도살 과정에서 1290마리 이상의 새끼가 죽었다는 수치가 알려지며 반발이 커졌다. 동물권 단체들은 통계의 크기만큼이나 도살이 가족 단위의 삶을 파괴한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캥거루 개체수 조절이 생태계 관리라는 공익 목표를 내세운다 해도, 실행 방식이 사회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난 대목이다.

왜 캥거루가 늘었나, 서식지 변화와 포식자 부재

과학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배경에는 인간이 바꿔 놓은 토지의 모습이 있다. 숲과 관목지대가 개간돼 트인 초지가 늘어나면, 캥거루에게는 먹이와 물을 얻기 쉬운 환경이 된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생태계 일부였던 원주민의 사냥 압력이 줄어든 점, 그리고 딩고 같은 천적이 제한된 점이 지역별 개체수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특히 딩고는 캥거루와 왈라비의 주요 포식자로 거론된다. 연구자들은 호주 전역에서 딩고가 제거된 경관에서 마크로포드류가 더 많아지는 경향이 비교적 뚜렷하다고 말한다. 다만 인과관계를 단순화하기는 어렵다. 딩고의 부재와 서식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 경우가 많아 어느 요인이 더 큰지 분리해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지점에서 캥거루 개체수 조절은 ‘개체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토지 복원과 포식자 관리, 인간 활동을 함께 묶는 통합 정책의 문제로 바뀐다. 초지 조각화, 기후변화, 도시 확장, 농업 생산이 맞물리며 특정 지역에서 캥거루가 과밀해지는 구조를 먼저 바꾸지 않으면, 도살만으로는 장기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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