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네오 숲 복원의 변수, 리아나 제거가 캐노피 높이를 3배 빠르게 키웠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숲을 ‘심는’ 일이 늘고 있지만, 보르네오의 벌목지에서 더 빠른 회복을 이끈 것은 묘목이 아니라 덩굴식물의 줄기를 끊는 작업이었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에서 리아나 제거를 시행한 구역은 묘목 식재만 한 구역보다 숲의 캐노피 높이와 탄소 축적이 3배 빠르게 증가했고, 나무가 더 빨리 자라는 것뿐 아니라 나무 폐사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림의 상징인 리아나는 꽃과 열매로 야생동물을 먹여 살리고 수관을 잇는 ‘자연 다리’ 역할도 하지만, 벌목이나 교란 뒤에는 밀도가 과도하게 높아져 나무의 성장을 억누를 수 있다. 이번 결과는 복원 사업이 탄소 흡수, 생물다양성, 지역 고용, 지속가능 임업을 동시에 달성하려 할 때 ‘리아나 제거’라는 비교적 저비용 관리가 어떤 조건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리아나 제거는 앞서 보도한 말레이시아 원주민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제임스 탈라리코는 비건이 아니다? ‘제임스 탈라리코의 비건 여자친구’가 던진 정치와 식생활의 쟁점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라이다로 본 복원 속도, 리아나 제거가 만든 격차

이 연구는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보르네오 현장 실험을 바탕으로 한다. 몽가베이에 따르면 연구진은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의 ‘사바 생물다양성 실험’에서 500헥타르 규모의 숲을 장기간 관찰했다. 대상지는 1980년대에 1차 선택벌채가 이뤄진 뒤 자연 회복 중인 2차림으로, 인근 다눔밸리의 원시림과 비교하면 수관이 낮고 리아나가 더 많은 상태였다.

연구진이 비교한 처치는 2가지였다. 2002년부터 일부 4헥타르 구획에 딥테로카르프 계열 묘목을 심는 ‘보강 식재’를 했고, 그중 일부 구획에서는 리아나 제거를 위해 리아나 줄기를 절단해 고사시켰다. 또 어떤 구획은 별도 개입 없이 자연 회복에 맡긴 대조군으로 남겼다.

핵심 측정 도구는 라이다였다. 2013년과 2020년에 항공 라이다로 숲의 3차원 구조를 지도화해, 같은 장소에서 7년 동안 수관 높이와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리아나 제거 구획은 수관이 더 빠르게 상승했고, 더 조밀하고 복잡한 캐노피 구조를 보였다. 연구진은 리아나 제거가 보강 식재만 했을 때보다 탄소 축적과 수관 높이 증가를 3배 빠르게 만들었다고 보고했다. 연평균 수관 높이는 리아나 제거로 추가로 27센티미터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의 특징은 단순히 ‘나무가 더 자랐다’는 관찰을 넘어, 라이다 자료로 숲 구조 변화를 정량화하고 처치 간 차이를 장기적으로 비교했다는 점이다. 복원 성과를 탄소량 산정에만 의존하면 현장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수관의 높이와 밀도는 탄소 흡수 잠재력과 서식처 복잡성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왜 리아나 제거가 듣나, 성장 촉진과 폐사 감소가 동시에

리아나는 스스로 서기 어려운 목본성 덩굴로, 나무를 발판 삼아 수관 상층으로 빠르게 올라가 잎을 펼친다. 교란 이후 햇빛이 들어오는 빈틈이 생기면 리아나는 더 빠르게 확산해 나무의 줄기와 가지를 감고, 지하에서는 물과 영양분을 두고 경쟁한다. 이 때문에 벌목지나 교란지에서는 리아나가 ‘구조적 기생자’처럼 작동해 나무의 성장과 생존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

이번 보르네오 연구가 제시한 메커니즘은 2갈래다. 첫째, 리아나 제거는 나무의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나무가 빛을 받는 공간을 확보하고, 리아나가 이용하던 자원 경쟁이 완화되면서 수관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둘째, 더 중요한 발견으로 연구진은 나무 폐사가 감소한 것도 수관 높이 증가에 ‘동일하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즉 숲이 빨리 커진 이유가 일부 나무의 폭발적 성장만이 아니라, 수관을 구성하는 나무가 더 오래 살아남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라이다 기반 분석은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는 데 유리하다. 현장 조사만으로는 넓은 면적에서 개체 수준의 폐사와 수관 구조 변화를 장기간 추적하기 어렵다. 보전단체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의 과학자 캐서린 핀레이슨은 몽가베이에 이번 연구가 동일한 물리적 조건에서 2개의 복원 방법을 장기간 비교한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고, 특히 나무 폐사처럼 전통적 조사로 잡기 어려운 지표를 라이다로 들여다본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리아나 제거의 효과가 모든 열대림에서 같은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리아나의 종 조성, 벌목 강도, 토양과 수분 조건, 수관 틈의 크기 같은 요소에 따라 경쟁 강도와 회복 경로가 달라진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동남아의 딥테로카르프 우점 열대림처럼 ‘키 큰 숲’에서, 수십 년이 걸리는 수관 회복을 앞당길 관리 수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비용과 정책 선택지, 묘목 식재 중심 복원에 던지는 질문

열대림 복원 논의는 대개 묘목을 얼마나 심을지에 집중해 왔다. 특히 동남아의 딥테로카르프 숲은 키가 100미터까지 자라는 거목이 많고, 선택벌채는 이런 거목을 겨냥한다. 문제는 딥테로카르프 종자가 토양에서 오래 버티지 못해 자연 갱신이 느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묘목을 키워 심는 보강 식재가 활용돼 왔다.

하지만 묘목은 수관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초기 수십 년 동안은 숲 구조 회복에 제한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그 공백을 메우는 ‘관리’의 가치를 부각한다. 연구진은 리아나 제거가 상대적으로 저렴했으며, 비용이 보강 식재보다 최대 10배 낮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제한된 예산으로 탄소 흡수와 구조 회복을 빠르게 만들려는 프로젝트라면, 같은 돈으로 더 넓은 면적을 다루는 전략이 가능해진다.

정책적으로는 복원 목표에 따라 조합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의 제1저자인 영국 브리스톨대 토비 잭슨은 연구 지역처럼 비교적 ‘가볍게’ 벌목된 숲에서는 리아나 제거만으로도 충분히 회복을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더 심하게 훼손된 지역에서는 보강 식재가 여전히 필요할 수 있다. 즉 ‘무조건 심기’가 아니라, 훼손 정도와 생태적 병목에 맞춰 리아나 제거와 식재를 혼합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 접근은 탄소시장과 기업의 산림 기반 상쇄 전략에도 직접 연결된다. 빠른 구조 회복은 탄소 축적의 속도를 높여 크레딧 산정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지속가능 임업 관점에서는 숲이 더 빨리 목재 가치와 기능을 회복해 추가적인 신규 벌목지 확장을 억제하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 핀레이슨은 재생이 빨라지면 같은 토지를 더 빨리 재벌채할 수 있어 신규 지역으로 벌목이 확산되는 압력을 낮출 수 있고, 장기적으로 경관 수준의 생물다양성에도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리아나 제거는 노동집약적 작업이어서 지역 일자리 창출과도 연동될 여지가 있다.

생물다양성과 동물 복지의 균형, ‘전면 제거’의 한계

리아나 제거가 탄소와 수관 구조에는 유리하더라도,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는 단순한 찬반으로 말하기 어렵다. 리아나는 열대림의 먹이망과 이동 경로에 깊이 관여한다. 열매와 꽃은 곤충, 새, 포유류의 먹이가 되고, 덩굴은 수관을 잇는 통로가 되어 오랑우탄 같은 동물에게도 이동과 채집에 도움을 준다. 이런 점에서 리아나를 대량으로 없애면 특정 종군의 먹이와 서식 환경이 변할 수 있다.

연구진도 이번 분석이 생물다양성을 직접 다루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라이다는 숲 구조를 정밀하게 보여주지만, 어떤 종이 늘고 줄었는지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잭슨은 재생림에서 모든 리아나를 자르는 방식은 ‘과도’할 수 있으며, 벌목 이전의 자연스러운 밀도에 가깝게 되돌리는 수준의 부분적 리아나 제거가 생물다양성에 더 ‘친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어떤 생물군을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 대목은 동물 복지와도 연결된다. 산림 복원은 대형 포유류와 조류의 서식처를 회복시키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특정 관리가 단기적으로 먹이원이나 이동 통로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리아나 제거를 실제 사업으로 확대하려면, 탄소 중심 지표뿐 아니라 야생동물의 이동, 번식, 먹이 가용성 같은 관찰이 병행돼야 한다.

핀레이슨이 참여하는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의 리아나 관련 파일럿은 이런 균형점을 찾는 시도다. 브라질, 페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리아나 제거를 표준화하고, 나무 성장과 탄소 축적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반응을 모니터링해 ‘어디를, 얼마나, 어떤 기준으로’ 제거할지의 운영 원칙을 만들려 한다. 예를 들어 특정 크기 이상의 리아나만 자르거나, 특정 서식처는 남겨두는 방식 등 다양한 설계가 논의된다.

동남아의 산림 복원은 팜오일 등 농업 전환, 벌목, 인프라 확장이라는 압력 속에서 속도와 타협의 문제로 다가온다. 리아나 제거는 빠른 구조 회복이라는 분명한 성과를 보여줬지만, 그 성과를 ‘지속가능성’으로 연결하려면 탄소, 생물다양성, 지역사회 노동, 장기적 토지 이용을 함께 설계하는 정책 프레임이 필요하다. 이번 보르네오 연구는 그 논의를 데이터로 앞당긴 사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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