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한 허리케인, 홍수, 산불, 가뭄 등 재난이 빈발하면서, 전 세계 경제가 2070년에서 2090년 사이에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의 보험수리학회(Institute and Faculty of Actuaries, 이하 IFo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배출을 감축하고 자연을 복원하기 위한 즉각적이고 과감한 조치가 없다면, 세계 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IFoA는 엑서터 대학교와의 협력 하에 작성한 보고서 ‘행성 파산(Planetary Solvency): 자연과 균형을 찾다’에서 이러한 경고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야기할 경제적 충격과 함께, 식량 및 에너지 공급 붕괴, 글로벌 무역 마비, 생태계 붕괴, 그리고 이를 동반한 정치·사회적 불안정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두 건의 미국 의회 보고서는 허리케인, 홍수, 산불 등의 재난이 빈번해지면서 기존의 보험 시스템이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험 업계가 이러한 재난을 감당하지 못하면 지역 사회의 복구 능력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경제와 사회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2070~2090년, GDP 50% 축소 가능성…기후 변화가 몰고 올 경제적 충격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처럼 기후 변화 대응이 지연될 경우 2070년에서 2090년 사이 전 세계 경제는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환경적 위기가 아니라 식량 시스템, 에너지 인프라, 무역 네트워크, 생태계 안정성 등 주요 시스템이 모두 붕괴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이 보고서는 기존 경제 모델이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다수의 경제 분석은 지구 평균 온도가 3°C 상승할 경우 세계 경제가 2% 정도 축소될 것으로 예측하지만, 이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리스크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 기후 변화 임계점: 작은 변화가 대규모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
- 기후 난민 증가: 거주 불가능한 지역에서의 대규모 이주,
- 자원 부족으로 인한 분쟁,
- 국가 기능 상실 및 정치적 불안정.

IFoA의 보고서는 기존 경제 모델이 기후 변화 리스크를 “정확히 잘못된 방향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더들이 이러한 위험을 간과하는 것은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보고서는 특히 ‘행성 파산(Planetary Insolvency)’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지구의 자연 시스템이 더 이상 인간 사회와 경제가 필요로 하는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엑서터 대학교의 기후 변화 및 지구 시스템 과학 의장인 팀 렌튼 교수는 “경제는 사회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고, 사회는 살 곳이 필요하다”며 “자연은 우리의 기반이다. 자연은 음식, 물, 공기뿐 아니라 에너지와 원자재를 제공하며 경제를 뒷받침한다. 이 기반이 무너지면 경제적 번영도 끝난다”고 지적했다.
만약 지구의 자연 시스템이 붕괴된다면, 인류는 식량 시스템 붕괴, 대규모 이주, 경제 시스템 붕괴, 정치사회적 불안정과 같은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
보험 시스템의 위기
기후 재난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강도가 강해지면서 보험 업계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 보고서들은 현재의 보험 모델이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험 모델이 무너진다’는 경고
보험 시스템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역 사회와 기업의 복구를 돕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허리케인, 홍수, 산불 등이 잇따르며 보험사의 비용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보험사가 특정 지역에서의 보험 제공을 중단하거나, 보험료를 크게 올리며 실질적으로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역 사회의 재난 복구 능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정부와 국민이 재난 비용을 떠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보험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경고하며, 보험 업계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가장 큰 장애물로 정치적 의지 부족을 꼽았다. 정치 지도자들이 여전히 단기적인 경제 성장에 매몰되어 있으며, 기후 변화에 대한 긴급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경제 모델은 자연 자원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 접근법은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 서비스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며, 지구 시스템의 한계를 무시한다.
보고서는 전통적인 GDP 중심의 경제 지표에서 벗어나, 환경 건강, 사회적 웰빙, 기후 리스크 대응 능력을 반영하는 새로운 지표를 채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
IFoA 보고서는 기후 변화의 최악의 결과가 아직 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제안한 주요 해결책은 아래의 내용과 같다.
탄소 배출 감속에 가속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화석 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대하며, 순배출 제로(net-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산림 복원, 토양 재생, 해양 생태계 복원 등 자연 시스템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건강한 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할 뿐 아니라 기후 조절, 물 정화, 식량 생산 등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보험 산업은 기후 변화에 맞춘 새로운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재난 복구 비용을 분담하거나, 혁신적인 위험 공유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GDP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제 지표를 도입하여 환경 건강과 지속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 보고서는 ‘지구 위험 대시보드’를 제안하며, 이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해 우선순위를 설정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기후 변화 대응이 계속 지연될 경우, 2050년까지 일어날 극단적 기후와 식량 부족 그로 인한 40억명 이상의 사망. 대규모 이주로 인한 사회적 불안정, 자원 부족으로 경제 시스템 붕괴, 생물 다양성 손실로 인한 생태계 기능 상실이 다가올 것이다.
시간이 촉박하다. 행동하지 않을 경우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도 크다. 이제는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깨닫고, 인류와 지구를 위해 지속 가능한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