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 남극의 게츠 빙하를 보호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석학들이 인천에 모였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2월 11일부터 3일간 인천 송도에서 ‘남극 게츠 빙하 국제 협력 연구 워크숍(GOAT, Getz-Ocean interactions: sentinel of Antarctic Transition to a warming climate)’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게츠 빙하의 가속화된 빙하 유실 원인을 분석하고,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이번 워크숍의 핵심 목표다. 세계적인 빙하 연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게츠 빙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탐구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남극 게츠 빙하의 급속한 유실과 그 심각성
남극 서부 아문젠해(Amundsen Sea)에 위치한 게츠 빙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취약한 빙하 중 하나다. 지난 25년간(1994~2018) 게츠 빙하의 유실 속도는 평균 23.8% 증가했으며, 총 315기가톤(Gt)의 빙하가 사라졌다. 이는 무게로 환산하면 에베레스트산 약 2개 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과학자들은 온난화된 해수의 침투를 게츠 빙하 유실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심층에서 올라온 따뜻한 해수가 빙붕 아래로 스며들면서 빙하를 가속적으로 녹이고, 이로 인해 빙하가 바다로 붕괴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의 빙붕이 무너질 경우, 남극 서부 전체 빙하의 연쇄적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해수면 상승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세계적 석학들이 남극 빙하 연구를 위한 국제 공동 연구 추진
이번 워크숍에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극지 및 빙하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스위스, 스웨덴, 뉴질랜드 등 8개국에서 온 연구진이 게츠 빙하의 변화 원인과 예측 모델을 논의하고,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참석하는 대표적인 연구자로는 다음과 같다.
- 후우 호르간(Huw Horgan)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박사
- 안나 월린(Anna Wåhlin)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 교수
- 다니엘라 리겟(Daniela Liggett) 뉴질랜드 캔터버리대학교 교수
이들은 남극의 빙하 변화를 연구하며,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는 과학적 연구를 정책 결정과 연계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다니엘라 리겟 교수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책임연구원은 “이번 워크숍이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빠르게 녹아내리는 남극 게츠 빙하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천 빙하’를 포함한 게츠 빙하 명명과 그 의미
게츠 빙하는 총 14개의 주요 빙하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9개 빙하는 ‘인천 빙하(Incheon Glacier)’를 포함해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이러한 명명 방식은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들의 이름을 빙하에 부여한 것이다. 인천은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48차 총회’를 개최한 도시로, 당시 발표된 보고서는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1.5°C와 2°C일 때의 차이를 분석한 중요한 연구였으며, 이후 탄소 감축 목표 설정과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에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인천은 ‘인천 빙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과학적 연구와 정책 대응을 연결하는 국제 협력 모델 구축
이번 워크숍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실제 정책 수립 과정과 연계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게츠 빙하의 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정책 결정자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빠르게 사라지는 남극 빙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극지연구는 기후변화 대응 행동 촉구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극지연구소는 앞으로도 범국가적인 협력으로 기후변화 대응 연구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제협력 연구 활성화를 넘어, 이번 워크숍이 빠르게 녹아내리는 남극 게츠 빙하의 현실을 대중에 알리고 국가정책과 연계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남극 빙하 연구의 중요성과 향후 과제
남극 빙하 연구는 단순히 자연과학적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기후 위기 대응과 해수면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연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게츠 빙하를 포함한 남극의 주요 빙하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한 변화는 지구 곳곳의 기후 패턴을 바꾸고, 특히 해안 지역에 거주하는 수십억 인구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도시 침수, 해안 침식, 식수 자원의 염분화, 생태계 변화 등 다양한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빙하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탐구가 아니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연구로 여겨진다.
앞으로 남극 빙하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방향이 필요하다. 먼저, 국제 공동 연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빙하의 변화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기이므로, 여러 나라가 협력하여 해양과 대기의 상호작용을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또한, 인공위성을 활용한 실시간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강화해 빙하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보다 정밀한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적 연구가 실질적인 정책 수립으로 이어지도록 기후 정책과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연구 결과를 단순히 학술지에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 결정자들에게 제공하여 구체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 사회가 적극 협력하여 탄소 배출 저감 정책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부문의 친환경 전환, 지속 가능한 개발 전략 수립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와 극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중 인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제이며, 각 개인과 사회가 지속 가능한 행동을 실천해야만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남극 빙하 연구를 통해 밝혀진 과학적 사실들을 보다 쉽게 전달하고, 교육과 홍보를 통해 일반 대중이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후 행동을 촉진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와 탄소 감축을 실천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번 워크숍이 남극 게츠 빙하 연구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략이 보다 구체화되기를 기대한다. ‘인천 빙하’를 포함한 남극 빙하 보호는 단순한 자연 보호를 넘어서, 지구 환경과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남극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결코 그곳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인 연구와 협력을 통해 남극 빙하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