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미국 최초 ‘환경 수수료’ 도입…관광이 환경 보호로 이어진다

하와이가 미국 최초로 ‘환경 수수료(green fee)’를 도입하며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오랜 시간 의회 설득에 나선 끝에 해당 법안에 서명하며, 관광으로 인한 환경 부담을 관광객이 일부 분담하는 구조를 공식화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이 제도는 호텔 및 단기 숙박객에게 기존 숙박세에 0.75%를 추가로 부과하는 형태로, 약 연 1억 달러(한화 약 1조 3천억 원) 규모의 재원을 창출할 것으로 주 정부는 전망했다.

이 수익은 해변 침식, 산호초 파괴, 가뭄 및 산불 같은 기후 재난에 대응하는 다양한 환경 복원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2023년 라하이나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 이후, 하와이의 기후 회복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되며, 이번 조치가 단순한 세금 인상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와이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지역 주민에게만 전가되어왔던 환경 회복 비용을 방문객도 일정 부분 분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년 약 1천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 중심 지역에서, 무분별한 자연 훼손과 자원 소모가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은 명확하다. 이에 따라, 관광 산업이 환경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관광 수익 일부를 다시 환경에 환원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그간 공항 도착 시 징수하는 관광세나, 유명 관광지 출입 시 이용료 징수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으나, 현실적인 시행 가능성과 법적 문제로 번번이 무산돼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 숙박세에 간단히 덧붙이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확보했고, 무엇보다 주요 호텔 업계 관계자들이 직접 법안 서명식에 참여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정책 추진의 동력을 확보했다. 아웃리거 호텔 그룹의 제프 와고너 대표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관광세 수익이 실제로 환경 보전에 쓰인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 이후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실제로 확보된 재원이 어디에 어떻게 투입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 계획이다. 아직까지 세부 항목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하와이 주정부는 오는 가을부터 관련 프로젝트 선정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며, 첫 세수는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확보된다.

다만 해당 그린피 수익은 별도의 특별기금이 아닌 일반기금으로 편입된다는 점에서, 재원이 환경 이외의 다른 분야로 유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린 주지사는 환경 재난 대응과 보존 사업을 주도할 관련 부서 및 관계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자금 배분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하와이의 주요 환경 단체들이 참여한 ‘케어 포 아이나 나우(Care For ʻĀina Now)’는 최근 연구를 통해 연간 최소 5억6천만 달러, 최악의 경우 17억 달러에 달하는 환경 보전 재정 격차가 존재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그린피 수익은 그간 부족했던 예산을 보완하는 동시에, 더 큰 규모의 환경 복원 프로젝트를 위한 채권 발행 기반으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조치는 하와이를 넘어 미국과 세계 각국의 관광지에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과 환경의 공존을 위한 선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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