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가 늘면 배출도 함께 늘어난다는 통념을, 인도가 2년 연속으로 깨고 있다. Carbon Brief의 최신 분석은 2024년 상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인도 전력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사실상 정체 상태를 유지했다고 전했다.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두 해 동안 석탄발전이 늘지 않았는데도 전력 소비는 증가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변화를 이끈 동력은 재생에너지의 ‘양적 폭발’이다. 같은 기간 인도의 전력생산은 7% 늘었지만 증가분 63TWh를 재생에너지가 전부 메웠다. 특히 태양광이 77GW 추가되며 전력수요 증가의 60%를 담당했다. 하지만 전력부문의 탄소배출이 멈춰 선 사이, 철강·시멘트 등 중공업 배출이 8% 늘어 전체 배출은 오히려 2026년 상반기에 3.7% 증가했다. 기후와 산업 경쟁력, 에너지안보의 줄다리기가 동시에 벌어지는 장면이다.
이 흐름은 전력시장의 숫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기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산업 구조, 연료 가격과 공급망 충격, 그리고 전력망과 저장장치 같은 인프라 투자의 속도가 인도의 배출 경로를 좌우한다. 나아가 철강·시멘트·비료 같은 소재와 농업 투입재의 탄소발자국은 식품 산업, 대체단백질과 비건 제품의 공급망 지속가능성에도 직결된다.
인도 전력부문 탄소배출은 앞서 보도한 트럼프 EPA 탄소 규제 폐지로 흔들리는 전력 부문 탈탄소, 석탄 퇴출은 더 멀어졌다, 리폼 UK 기후 허위 주장 45건 팩트체크가 던진 경고: 기후정책 흔들기가 에너지와 식탁에 미치는 파장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인도 전력부문 탄소배출, 늘지 않았지만 안심하기 어려운 이유
Carbon Brief가 소개한 Centre for Research on Energy and Clean Air 분석에 따르면, 인도 전력부문은 2025년 상반기 배출이 2.2% 감소했다가 2026년 상반기에는 2.3% 늘었지만, 2024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2년 전체로는 ‘정체’에 가깝다. 전력수요가 커지는 국가에서 전력부문 배출이 멈춘 것은 상징성이 크다. 석탄발전의 장기 추세를 고려하면 더 그렇다.
다만 이 정체가 곧 국가 배출의 정체를 뜻하진 않는다. 보고서는 2026년 상반기 인도의 전체 배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력부문 바깥에서 산업 배출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전력부문이 ‘버틴’ 만큼, 이제는 산업과 연료 전환이 정책의 중심으로 올라왔다는 신호로 읽힌다.
재생에너지 급증이 전력수요 증가분을 전부 메운 과정
2024년 상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인도의 총 발전량은 7% 증가했고, 늘어난 전력은 63TWh였다. 분석은 이 63TWh가 전부 청정전력으로 충당됐다고 설명한다. 태양광이 44TWh 늘었고, 풍력이 13TWh, 원자력이 7TWh, 수력이 8TWh 증가했다. 합치면 청정전력 증가가 70TWh로, 순수요 증가분을 웃돈다.
설비 확충 속도도 눈에 띈다. 2년 동안 태양광 77GW, 풍력 11GW, 수력 5GW, 원자력 0.6GW가 추가됐다. 태양광이 청정전력 확대의 중심이지만, 다른 비화석 전원도 발전 증가분의 40%를 기여했다는 점은 전원 다변화의 의미를 보여준다.
전력수요 증가의 배경에는 기상 요인도 있다. 2026년에는 엘니뇨 영향으로 몬순이 지연되고 폭염이 심해지며 냉방 수요가 커졌다고 분석은 짚었다. 기후변화가 전력피크를 키우는 상황에서, 청정전력 확충이 배출 억제와 동시에 ‘기후 적응’의 성격까지 띠게 된 셈이다.
그리드와 저장장치가 다음 병목, 인도 전력부문 탄소배출의 변곡점
청정전력의 양이 늘어도 전력망과 계통운영이 따라오지 못하면 재생에너지는 ‘발전했지만 못 쓰는’ 전력이 된다. 분석은 커테일먼트 문제가 특히 주 경계를 넘는 송전망에 의존하는 프로젝트에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5.3GW가 준공 기한을 놓쳐, 계통 접속권을 유지하기 위해 벌금을 내는 사례도 언급됐다.
저장장치는 이 병목을 풀 핵심 수단으로 제시된다. 국가 전력 계획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82GWh, 2031년부터 2032년까지 411GWh의 저장 용량이 필요하다고 봤다. 2026년 5월 기준으로 정부가 발주한 저장장치 입찰은 약 272GWh로, 양수 142GWh와 배터리 133GWh가 포함됐다. 그러나 현재 가동 중인 배터리 저장은 7.5GWh, 양수는 약 60GWh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석탄발전의 유연화도 중요한 변수다. 재생에너지 출력이 높은 시간에는 석탄발전을 더 빠르게 줄일 수 있어야 커테일먼트를 줄이고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석탄발전 유연화 계획이 규제 병목으로 1년 넘게 지연됐다는 점이 지적됐다. 인도 전력부문 탄소배출이 ‘정체’에서 ‘감소’로 넘어가려면 발전설비의 추가만큼이나 계통과 운영 체계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주별로 갈린 전환 속도, 구자라트가 보여준 방향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국적으로 균등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2024년 상반기 대비 2026년 상반기 화석연료 발전 감소는 일부 주에 집중됐다. 분석은 구자라트가 화석연료 발전 감소 폭이 가장 크고, 동시에 청정전력 확대 폭도 가장 컸다고 전했다.
구자라트 다음으로 청정전력 증가가 큰 곳은 라자스탄과 타밀나두로, 이들 역시 화석발전이 줄었다. 반대로 마디아프라데시, 서벵골, 펀자브 등 일부 지역은 지역 내 청정전력 확대라기보다 순수입 증가로 화석발전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은 설명한다.
또 카르나타카와 안드라프라데시는 전력수요보다 더 빠르게 청정전력을 늘려 전국적으로 화석발전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늘어난 전력의 상당 부분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면서 지역 내 화석발전은 증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전력망이 연결된 국가에서는 ‘어디서 생산했는가’와 ‘어디서 소비했는가’가 엇갈리기 쉽고, 이 구조가 정책 성과의 체감에도 영향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