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농업, 지구와 식탁을 함께 살리는 지속 가능한 해답

캘리포니아의 식용유 제조업체 라투랑젤(La Tourangelle)의 창립자 마튜 콜마이어(Matthieu Kohlmeyer)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가족기업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했다. 단순한 유기농을 넘어 ‘재생농업’이라는 철학을 실천하면서다. 소비자의 건강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고려한 이 접근 방식은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에 식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해바라기유 생산에 있어 기존의 산업농업 체계를 벗어나, 토양을 되살리고 생물다양성을 확대하는 재생농업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의 농업이 토양을 파괴하고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구조라면, 재생농업은 그 반대로 토양 속에 탄소를 저장하고 수질 오염과 토양 침식을 막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한 기업의 윤리적 선택을 넘어, 산업 전체에 전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후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른 재생농업

지금껏 농업은 기후변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화석연료 기반의 비료, 과도한 경운, 대규모 단일 작물 재배는 토양을 황폐화시키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해왔다. 그러나 재생농업은 이 모든 흐름에 제동을 거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생농업은 경운을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고, 땅을 비우지 않고 피복작물을 심으며, 다양한 작물을 순환 재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가축을 자연스럽게 방목하고, 퇴비와 유기물 중심의 비료를 활용한다. 이처럼 자연 생태계를 모방한 방식은 단지 작물을 재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토양을 다시 살아나게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재생된 건강한 토양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은 적절한 토지 관리만으로도 매년 2억 5천만 톤의 탄소를 토양에 저장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상당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재생농업은 수확량의 증가와 작물의 영양 밀도 향상이라는 실질적인 이익도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농가의 수익성까지 개선될 수 있어, 농민들에게도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된다.

재생 해바라기유의 성공, 새로운 유통 생태계 만든다

라투랑젤은 미국 전역에서 재생농업 방식으로 재배한 해바라기 씨앗을 공급받기 위해 수많은 유기농 업체들과 접촉했지만, 초기에는 단 한 곳도 없었다. 1억 에이커가 넘는 기름작물 재배 면적을 보유한 미국에서, 재생 방식으로 기름 작물을 생산하는 공급자가 없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그러던 중 콜마이어는 캘리포니아의 ‘파크파밍 오가닉스(Park Farming Organics)’와 손을 잡게 된다. 20년 이상 유기농과 재생농업을 실천해온 이 가족농장은 이상적인 협력처였다. 라투랑젤은 이들에게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고 30에이커의 해바라기를 재배했다. 그 첫 수확으로 만든 재생 유기 해바라기유는 2021년 초 시장에 출시됐다.

해바라기 작물은 뿌리가 깊고 토양에 다양한 미생물 군집을 형성해 토양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식물로 평가받는다. 이는 재생농업의 핵심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라투랑젤은 첫 생산 성공 이후 45에이커로 확장했고, 이어 2022년에는 66에이커, 2023년에는 250에이커를 목표로 재배 면적을 늘려갔다.

지금까지 이들이 판매한 재생 해바라기유는 45,000개가 넘는다. 월마트, 코스트코, 아마존 등 대형 유통 채널뿐 아니라 전 세계 30개국에 수출 중이다. 단순한 시도가 아닌, 하나의 유통 생태계를 새롭게 만든 셈이다. 콜마이어는 이 제품이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소비자 행동과 정책 변화가 결정적인 열쇠

재생농업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단지 농민의 결단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소비자의 의식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농민들이 재생농업으로 전환하려 해도 초기 비용과 기술 부족, 판로 미확보 등 다양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농업 정책, 특히 미국의 ‘Farm Bill’과 같은 제도적 틀이 재생농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형 식품 기업들도 이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펩시코는 2030년까지 1천만 에이커의 농지를 재생농법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3백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는 계획이다. 제너럴밀스, 네슬레, 켈로그, 다논 등도 재생농업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그린워싱’ 우려도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재생농업 인증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재생 유기 인증(ROC, Regenerative Organic Certified)과 사보리 인스티튜트의 ‘Land to Market’ 인증이다. 이들 인증은 단순한 재배 방식이 아닌, 실제 환경적 영향까지 측정해 신뢰를 제공한다.

소비자 역시 이런 인증 마크를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슈퍼마켓에 재생농업 제품 입점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매장에서 상품을 고를 때 ‘유기농’이나 ‘무첨가’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재생농업’ 마크가 붙은 제품을 찾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고, 기업이 공급하며,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재생농업은 단지 실험이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농업은 변할 수 있고, 식탁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우리가 매일 선택하는 한 끼 식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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