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에서 수확을 지키기 위해 비료를 더 넣을수록, 토양은 스스로 질소를 만드는 능력을 더 빨리 잃을 수 있다는 ‘역설’이 제기됐다. 중국의 쌀 생산 현장에서 흔한 질소 비료 과다 사용이 토양 미생물의 자연 질소 고정을 억누르고, 그 결과 다음 작기에는 더 많은 비료를 필요로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분석이다.
해법으로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덮개작물이다. 특히 콩과 덮개작물을 벼 재배 체계에 섞거나 윤작과 녹비 체계를 도입하면, 토양의 질소 순환을 보다 느리고 효율적으로 만들고 미생물 다양성을 높여 비료 사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농가가 덮개작물을 선택하려면 시장과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소 비료가 많을수록 ‘질소 고정’은 멈춘다
Food Tank가 소개한 Frontiers in Microbiology의 리뷰 논문은 중국 벼농사에서 높은 수준의 비료 투입이 토양 미생물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본다. 논문의 핵심은 질소 고정이다. 대기 중 질소를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자연 과정은 토양 생태계가 제공하는 대표적 서비스인데, 토양에 이미 질소가 과잉 공급되면 미생물은 그 일을 ‘할 필요가 없어져’ 활동을 줄일 수 있다.
중국과학원 토양과학연구소의 량위팅은 Food Tank에 “침수된 논에서 과도한 질소는 질소 손실과 아산화질소 배출을 늘리고, 질소 순환에 관여하는 미생물 과정을 교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산화질소는 온실가스로 분류되며, 논처럼 물 관리가 중요한 재배지에서는 배출과 수질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량은 화학 비료 투입과 대비되는 생물학적 질소 고정의 장점으로 ‘느리고 효율적인 질소 순환’을 꼽았다. 하지만 비료로 토양 질소가 풍부해지면 질소 고정 미생물은 활동을 낮춘다. 이 지점에서 덮개작물 논의가 시작된다. 덮개작물은 단순한 ‘추가 작물’이 아니라, 비료 의존을 키우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토양 관리 전략으로 읽힌다.
비료를 더 넣을수록 다음 작기가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
리뷰 논문이 설명하는 구조는 간단하지만 파급이 크다. 농가가 수확 안정성을 위해 질소 비료를 더 투입하면, 토양 미생물의 질소 고정 기능은 약화된다. 그러면 토양이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질소가 줄어들고, 다음 작기에는 같은 생산량을 위해 비료를 더 필요로 하게 된다. ‘비료를 줄이기 위해 비료를 쓰는’ 접근이 오히려 과다 사용을 고착시키는 셈이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교의 토양과학자 빔 더프리스는 Food Tank에 질소 문제를 “식량 생산에 필수적이면서도 많은 문제와 연결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해법으로 ‘덜 쓰기’를 강조하며 4R 원칙, 즉 적정량, 적정 비료 종류, 적정 시기, 적정 위치를 제시했다. 중국처럼 과비료 문제가 두드러진 지역에서는 특히 ‘적정량’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중국은 질소 비료의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며, 동시에 세계 주요 쌀 생산국이다. 이 구조는 세계 곡물 시장 안정과도 연결되지만, 비료 사용이 하천과 호소의 부영양화, 토양 산성화, 생물다양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 비용 역시 크다. 덮개작물은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농업 기술로서, 기후와 수질, 토양 건강 의제를 한 번에 건드린다.
덮개작물로 콩과 작물을 들이면: 토양 질소와 미생물 다양성 회복
호주 Commonwealth Scientific and Industrial Research Organization의 작물과학자 마크 피플스는 Food Tank에 작부체계 다양화가 비료 의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 곡물 위주의 고도로 전문화된 경관보다, 다양한 작물을 섞는 체계가 환경 성과와 회복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이때 덮개작물 가운데 콩과 작물은 핵심 카드로 거론된다. 콩과 덮개작물은 토양의 질소 이용 가능성을 높여, 벼 같은 화본과 작물의 비료 부담을 낮출 여지가 있다.
량위팅도 “조건이 맞는 지역에서는 벼 콩과 윤작이나 녹비 체계가 자연 질소 순환을 강화하고 미생물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건기에 콩과 작물을 심고, 우기에 벼를 재배하는 방식은 질소 고정 미생물이 농장에 유지되도록 도와 토양 양분 공급을 뒷받침할 수 있다. 덮개작물은 잡초 억제와 토양 침식 저감 같은 부수 효과로도 알려져 있지만, 이번 논의는 ‘질소 고정의 복원’이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미생물학적인 경로를 전면에 둔다.
이 접근은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투입재 절감’과도 연결된다. 화학 비료 생산은 에너지와 자원에 의존하며, 가격 변동은 농가 경영을 흔든다. 덮개작물 기반의 질소 관리가 자리 잡으면 농가의 비용 구조와 지역 생태계 부담을 동시에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
농가만의 결단으로는 어렵다: 시장 신호와 식생활 변화의 간극
덮개작물과 윤작이 과학적으로 설득력이 있어도, 실제 채택은 별개의 문제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 질소와 식품 전문가 패널 공동의장 아드리안 라이프는 Food Tank에 “변화할 힘이 항상 농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계약과 가치사슬에 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콩과 덮개작물을 늘리려면 그 작물의 수요와 거래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피플스는 소비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더 많은 소비자가 동물성 단백질을 찾는 반면, 정부는 곡물 생산과 비료를 보조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덮개작물 확산을 어렵게 만든다. 콩과 작물의 재배 확대는 단순히 농업 기술 문제가 아니라 식품 산업과 소비 트렌드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서 환경과 동물복지, 비건 산업과의 접점이 생긴다. 콩과 작물과 펄스 소비가 늘어날수록 식물성 단백질 시장은 확대되고, 사료 중심의 곡물 소비 구조가 완화될 여지가 있다. 더프리스와 라이프가 강조한 것도 단일 처방이 아니라 시스템 변화다. 더프리스는 Food Tank에 “식생활 변화, 식품 폐기물 감축, 순환농업, 개선된 농업 관행, 이 4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덮개작물은 그중 ‘개선된 관행’에 속하지만, 시장 수요와 정책이 함께 움직일 때 효과가 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