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1월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 기온이 관측됐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지난 1월 1일 장보고기지에서 영상 8.1℃의 기온이 기록되며, 기존 1월 최고 기온이던 2021년의 6.7℃를 1℃ 이상 초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1월 한 달 동안 일 최고 기온이 7℃를 넘은 날이 네 차례나 발생했으며, 월평균 기온 역시 영하 0.3℃로 역대 최고치였던 2020년 12월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남극 장보고기지, 눈 녹아 물웅덩이 형성…이례적 고온 현상 지속
장보고기지의 이상 고온 현상은 기지 내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제12차 월동연구대 총무 한지현 연구원은 “기지 주변에 쌓인 눈이 예전보다 확연히 줄었고, 특히 눈이 빠르게 녹으면서 건물 주변에 물이 고이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온 현상의 원인으로 △적은 적설량 △여름철 맑은 날씨 지속에 따른 지표면 가열 △푄 현상을 동반한 강풍 발생 등을 꼽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분석을 진행 중이다.

로스해 대기순환 변화, 남극 기온 상승에 영향 미쳤나
남극 장보고기지가 위치한 로스해 지역의 대기순환 변화가 이번 이상 고온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앞서 극지연구소 최태진 박사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장보고기지에서 수집한 기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로스해 대기순환의 변화가 푄 현상을 동반한 강풍 발생 빈도를 증가시켰으며, 이로 인해 겨울철 기온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여름철 고온 현상 역시 로스해 대기순환 변화와 관련이 있는지 추가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보고기지, 남극 동남극 기후변화 연구 거점으로 역할 강화
장보고기지에서 관측된 역대 최고 기온은 2022년 3월 18일의 8.8℃였다. 당시 남극해 동쪽에서 고온성 열파(heat wave)가 발생하면서 일부 지역의 기온이 평년 대비 30~40℃ 상승하는 이상 기온 현상이 관측된 바 있다.
장보고기지는 2014년 2월 12일 동남극 테라노바만(위도 74도)에 설립된 대한민국의 두 번째 남극 과학기지다. 남반구에 위치한 만큼 12월~1월이 여름철이며, 1년 중 가장 따뜻한 시기에 해당한다.
2014년 세계기상기구(WMO) 정규 관측소로 등록된 이후 10년 넘게 전 세계에 기지 주변 기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기후변화 풍향계 역할 더욱 중요”
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장보고기지는 동남극에 위치해 비교적 온난화 영향이 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예상치 못한 급격한 변화가 자주 관측되고 있다”며 남극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 풍향계로서 남극 기지의 역할을 되새기고, 기후변화 대응 등 연구소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보고기지는 오는 2월 12일 개소 11주년을 맞이한다. 연구진들은 이번 기지 개소 기념일을 맞아 지구온난화 속에서 남극 연구의 역할과 중요성을 되새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