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빙하, 높아지는 긴박감유엔, 첫 ‘세계 빙하의 날’ 개최

유엔이 2025년 3월 21일, 사상 최초로 ‘세계 빙하의 날(World Glacier Day)’을 개최하고, 지구촌의 급속한 빙하 소멸에 대한 전 지구적 경고와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유엔 본부 내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회의는 기후 위기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로서 빙하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한 국제적 전환점이 됐다.

유엔 총회 의장 필레몽 양(Philémon Yang)은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빙하가 모두 사라지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행사가 열린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실은 과거 식민지 해방을 논의하던 상징적 공간으로, 이번엔 지구 생태계 보존을 위한 새로운 국제 협력의 상징으로 재조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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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국가의 빙하보호 외교

개회식의 포문은 중앙아시아 산악 국가 타지키스탄의 외교부 장관 시로지딘 무흐리딘(Sirojiddin Muhriddin)이 열었다. 파미르(Pamir) 산맥에 위치한 이 나라는 중앙아시아의 수자원의 60% 이상을 빙하에서 공급받고 있으며, 빙하는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닌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타지키스탄은 국가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지만, 기변화로 인한 빙하 감소는 이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빙하 호수 붕괴로 다리와 도로 등 주요 인프라가 붕괴될 위험에 처해있다. 그리고 농업과 산업 생산에 필수적인 수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계절별 물 흐름이 불규칙적으로 변해서 기본적인 생존방식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과학자들이 전하는 빙하의 급변하는 상황


이어진 세션에서는 국제적인 빙하학자 및 기후 과학자들이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캐나다 정부의 과학 자문관인 션 마샬(Shawn Marshall) 박사는 최근의 빙하 변화 속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과학계조차 예측하지 못한 수준의 가속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마샬 박사는 ‘빙하 암흑화(glacial darkening)’ 현상에 주목했다. 이는 야생화재와 화석연료 연소로 생긴 검은 탄소 및 먼지가 빙하 위에 쌓여, 빙하의 태양광 반사 능력(알베도)를 낮추고 녹는 속도를 가속화하는 현상입니다.

“기온 상승보다도 빙하 두께 감소가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건 정말 예상 밖입니다.”

이러한 피드백 루프는 예측이 어렵고, 일단 시작되면 자율적으로 가속화되는 위험한 환경 시스템 붕괴를 의미한다.

콜롬비아 대학 기후 스쿨의 벤 올러브(Ben Orlove) 박사는 과학 지식과 함께 토착 지식(indigenous knowledg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올러브는 페루와 네팔의 토착 공동체들이 세대를 거쳐 지형, 식생, 물 흐름, 동물 행동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해온 사례를 소개했다.

“과학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지만, 시간적 깊이는 부족합니다. 반면, 토착 지식은 깊은 시간성과 지역성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그는 과학과 토착 지식의 융합적 접근이야말로 미래 기후 적응과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소국들의 기후 외교, 전 지구적 의제 이끌다

바베이도스 대표는 “우리 섬에는 눈이나 빙하가 없지만, 그곳에서 녹은 물이 결국 바다로 흘러 들어와 해안 침식을 일으킨다”며 빙하와 해수면 상승의 연결고리를 강조했다.


파키스탄은 일부 빙하가 안정된 ‘카라코람 역설(Karakoram Anomaly)’을 소개하며, 지역적 예외가 전 지구적 대응을 회피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자국 일부 지역에서 관찰된 독특한 현상—빙하가 오히려 안정적이거나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 패턴에서 벗어난 예외적인 지역 기상현상일 뿐이며, 전 지구적 대응의 필요성을 되려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SIPA의 다니엘 노이옥스 교수는 “타지키스탄이나 키리바시 같은 작은 국가들이 국제 기후 외교에서 도덕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웨슬리언 대학교(Wesleyan University)의 수잔 오코넬(Suzanne O’Connell) 교수는 빙하 호수 붕괴로 인한 재난 위험을 다룬 최신 보고서를 소개하며, 보험 산업 및 금융 분야와 협력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Project Pressure라는 NGO는 우간다의 세 개 남은 빙하를 시각화하고 지도화하여, 전 세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유엔 세계 빙하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었다. 과학과 외교, 지역 공동체의 지혜가 만나는 행동의 시작점이었다.


산악 국가의 빙하에서 녹은 물은 해안 국가의 해수면을 높인다. 빙하 보호는 일부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 문제문제로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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