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재생 패션의 전환점

2025년 10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UCLA 주관의 프리츠커 환경 천재상(Pritzker Emerging Environmental Genius Award) 시상식에서, 인도네시아의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 수카치타(SukkhaCitta)의 창립자 데니카 리아디니 플레시(Denica Riadini-Flesch)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수상자인 그녀는 오랜 시간 인도네시아 농촌 여성과 협력하며 ‘재생적 패션’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현실로 구현해냈다. 특히 이번 수상은 그녀의 철학과 실천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상징한다.

프리츠커 상은 건축분야로 유명하지만, 이 상은 환경과 관련해 40세 미만의 젊은 환경 혁신가를 발견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젊은 리더에게 이 상을 수여한다. 이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40세 미만의 환경 리더를 대상으로 한 주요 상으로, 2017년에 시작되어 올해(2025년)로 9번째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카치타는 “밭에서 옷장까지(Farm to Closet)”라는 철학 아래,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서 자연을 되살리고 여성과 지역 공동체를 중심에 세우는 공급망을 구축했다. 대형 공장이 아니라 마을 단위로 운영되는 ‘루마 수카치타(Rumah SukkhaCitta)’에서는 여성 장인들이 전통 직조 기술과 생태 교육을 통해 생계를 꾸리며 동시에 문화와 환경을 지켜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이상주의가 아닌 실질적인 성과도 뒷받침된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수카치타는 인도네시아 내 황폐화된 토지 약 15만평 이상을 복원하고, 500만 리터 이상의 유독 염료 폐수를 차단했으며, 참여 여성의 평균 소득을 60% 이상 끌어올렸다. 이와 동시에 전통 직조 방식 15가지 이상을 복원하며 지역 문화 유산까지 보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데니카는 한때 자카르타의 경제학자였다. 개발도상국의 성장을 연구하던 그녀는, 오히려 그 개발의 결과로 고통받는 농촌 여성들의 현실과 마주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누군가는 이 불공정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그녀를 패션이라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이끌었고, 그렇게 수카치타는 탄생했다. 자연과 여성, 전통과 경제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다는 증거를 만든 셈이다.

재생 패션의 변화

수카치타의 접근 방식은 기존의 패션 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규모 생산, 대량 소비, 폐기로 이어지는 선형 모델이 아니라, 순환과 복원을 지향하는 구조이다. 인도네시아 전통 농법인 ‘텀팡 사리(tumpang sari)’를 통해 여러 작물을 함께 재배하며 토양의 건강을 회복하고, 인디고나 마호가니 잎과 같은 천연 염료로 물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로 공정을 운영한다. 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환경을 파괴하는 대신 회복과 치유의 방식으로 재설계된 것이다.

2025년 기준으로, 수카치타는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500명 이상의 여성에게 생태 교육과 디지털 기술, 기업가 정신 등을 가르쳤으며, 그 중 상당수가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특히 청년층의 도시 이주 현상이 두드러졌던 시골 마을들에서 오히려 40% 이상의 청년이 다시 돌아와 수카치타의 네트워크에 합류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러한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는다.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는 수카치타를 두고 “윤리적 선택이면서도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증명한 사례”라며 높이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패션을 넘어 식품, 화장품, 제약 업계에서도 수카치타의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파타고니아 프로비전스와 닥터 브로너스는 재생 농업 원료 공급 방식에 관심을 표명했고, 러쉬(Lush)나 에이솝(Aesop)과 같은 천연 화장품 브랜드는 수카치타의 천연 염료 공급망을 실험하고 있다.

이렇듯 수카치타는 이제 단순한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재생 산업 전환의 중심에 있다. 이들이 제안하는 것은 옷 한 벌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 시스템과 세계관이다. 그리고 그것은 중앙화된 공장 시스템이 아닌, 흙과 공동체, 전통 지식을 기반으로 한 분산형 시스템 위에 세워진다.

새로운 미래를 짓는 패션

데니카는 이 모델을 인도네시아를 넘어 글로벌 스케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녀는 “2050년까지 3억평의 땅을 복원하고, 1만 명의 여성을 경제적 주체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카치타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추진 중이다.

수카치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재생 산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식 공유 허브를 구축해, 전 세계의 토착 지식과 지속가능 기술을 연결하고자 한다. 또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과 협력하여 ‘재생 패션 인증(RFC)’을 개발하고, 윤리적 브랜드와 소비자 간 신뢰의 가교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국제 자금 조달을 위해 세계은행과 GEF(글로벌 환경 기금)등과의 협업으로 더욱 광범위한 토지 복원 프로젝트를 시행하려 한다.

또한 수카치타는 재생 농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염료 공급, 천연 소재 연구, 친환경 제조 공정 등 다양한 연관 산업으로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단지 옷을 만들고 파는 것이 아니라, 재생 기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들의 비전이다.

그녀는 현재 임신 7개월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곳곳을 다니며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생태 전환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그녀는 말한다. “우리가 진짜로 필요한 것은 더 빠른 패션이 아니라, 더 느리고 더 신성하며 더 재생적인 창조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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