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TikTok)에서는 이제 단순한 댄스나 챌린지 영상보다, 화장품과 함께 아침을 준비하는 ‘겟레디위드미(Get Ready With Me)’ 콘텐츠가 더 큰 화제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 영상이 일종의 일상기록처럼 받아들여지며, 영상 속 인플루언서가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과 루틴이 하나의 공식처럼 복제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행이 단순히 놀이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진은 틱톡에서 청소년이 자주 노출되는 스킨케어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해당 영상들에 등장하는 수백 개의 제품 중 다수가 성장기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3세 사용자 계정을 시뮬레이션해 ‘For You’ 피드를 분석했으며, 총 100개의 영상에서 260개의 제품이 확인됐다.
연구에서 조사한 20개 제품은 청소년 피부에 유해할 수 있는 성분을 다수 포함하고 있었고, 일부 영상은 한 루틴에 무려 21가지 자극성 성분이 혼합된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가장 흔하게 등장한 성분은 시트릭산을 포함한 AHA(알파 하이드록시산) 계열과 향료(Fragrance)였다. 이 성분들은 성인 피부에는 비교적 안전할 수 있지만, 보호막이 덜 형성된 어린 피부에는 붉어짐, 가려움, 자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자외선에 민감한 성분을 사용하는 영상에서도 선크림이 등장한 비율은 겨우 25%에 그쳐, 실외 노출 시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도 높다.
왜 문제가 심각한가?
피부 발달 환경의 관점에서 청소년은 피부 세포가 빠르게 성장하고, 구조적으로 더 연약하다.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지질층 때문에 흡수율이 높고, 자극에 취약하다. 그리고 알고리즘 영향력 관점에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달리, 틱톡은 짧고 임팩트 있는 콘텐츠로 확산력이 크다. 알고리즘이 중심 사용자(13세 청소년)에게 최적화되면, 위험한 루틴이 반복적으로 노출되게 된다.
영상 속 크리에이터들은 제품이 좋다는 주관적 추천만 있지 성분 안전성 해설과 적절한 사용빈도, 노화방지와 민감성 차이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런 이유로 청소년은 피드를 그대로 따라하기에 몰두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다단계 스킨케어 루틴을 ‘정상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반복 시청을 통해 “예뻐지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각인되고, 이 과정에서 성분 안전성이나 사용 빈도에 대한 인식은 거의 사라진다. 문제는 이러한 루틴을 따르는 청소년들이 제품 라벨보다는 틱톡 콘텐츠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피부는 흡수율이 높고 민감하기 때문에, 고농도 화학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EWG(미국 환경 워킹 그룹)는 자사의 Skin Deep®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제품 성분 안전 등급을 제공하고 있으며, EWG Verified® 마크가 있는 제품만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더불어 패치 테스트를 생활화하고, 저자극 클렌저와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를 중심으로 한 최소 루틴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 학교 교육과 부모의 역할도 강조된다. 학교 보건 시간에 스킨케어 안전 교육을 포함하고, 가정에서도 피부 타입별 유의점과 안전 성분에 대해 함께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유행을 막는 대신, ‘피부를 아끼는 똑똑한 루틴’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조언한다. 지금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청소년 건강을 위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