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토지가 이산화탄소 흡수를 거부하다

작년 여름은 관측 이후 가장 더운 해였다. 2023년, 국제 연구팀의 예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토지에 흡수된 탄소의 양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탄소 흡수원의 붕괴는 기후 모델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변수로, 지구 온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구 환경의 변화

열대우림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로 불리며,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그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지구의 바다, 숲, 토양과 기타 천연 탄소 흡수원은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의 약 절반을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이러한 중요한 과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연구팀의 예비 연구 결과, 이 기간 동안 토지에 흡수되는 탄소량이 급감한 것은 숲, 식물과 토양이 탄소를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기후 시스템의 회복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다.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의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숲과 토지 등 육상 생태계는 탄소 저장·흡수 능력을 잃어가고 있고, 바다도 불안정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900년부터 바다는 지구 과잉열의 90%를 흡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그린란드 빙하와 북극 빙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멕시코 만류가 교란되고, 바다가 탄소를 흡수하는 속도는 느려졌다. 이는 바다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후모델의 한계와 자연의 흡수력

현재의 기후모델은 자연의 흡수 능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구축됐다. 그러나 자연의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이러한 모델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자연 흡수원 변수에 대해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필리프 시아 프랑스 기후와 환경과학 연구소 연구원은 “2023년 대기 중 CO2 축적량은 매우 높으며 이는 육상 생물권에 의한 흡수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자연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자연생태계가 기후위기로 붕괴되면 인간이 탄소를 감축한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엑세터대 지구시스템연구소의 앤드류 왓슨 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기후예측모델은 탄소흡수원의 기능이 100년에 걸쳐 서서히 퇴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 영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탄소흡수원의 붕괴는 이 예상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탄소흡수원은 나무, 습지, 토양 내 미생물, 플랑크톤, 산호 등 자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요소를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자연의 탄소흡수원이 지난 60년간 인간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56%를 흡수한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자연의 탄소흡수원은 그 기능이 빠르게 퇴화되고 있다.

지구 시스템의 불안정성

올 7월 공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대비 86%나 증가한 것으로 관측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기간에 전세계 탄소배출량은 0.6%밖에 늘어나지 않은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의 탄소흡수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실제로 생태계 곳곳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균열이 생기면서 탄소흡수원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던 세계 각지의 열대우림들은 벌목과 농지개간으로 탄소배출원으로 역할이 바뀐지 오래다. 특히 올해는 역대급 가뭄으로 아마존강의 수위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가뭄과 폭염으로 산불이 도처에서 발생하면서 탄소흡수원 생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해양환경도 위태롭다. 바다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낮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동물성 플랑크톤은 한밤에 해저에서 올라와 식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다시 바다 깊은 곳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탄소가 포집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많이 녹으면서 바다가 더 많은 양의 햇빛에 노출돼 동물성 플랑크톤의 수직 이동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바다의 탄소포집능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흡수원이 제기능을 잃으면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도 차질을 빚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림벌채율이 가장 높은 핀란드는 산업부문 탄소배출량을 43%까지 저감했음에도 최근 자국 탄소흡수원인 이나리(Inari) 지역 인근의 숲을 밀어버리는 바람에 국가 탄소배출량은 줄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요한 로스트롬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는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면서 탄소배출을 조용히 카펫 아래로 밀어넣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 안락함에 취해 실제 위기를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화하는 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질문

앤드류 왓슨 교수는 “자연의 탄소흡수원이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에 대한 논의는 항상 뒷전으로 미뤄왔다”면서 “하지만 탄소흡수원이 언제까지 남아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제는 변화하는 기후에 따라 탄소흡수원 기능이 멈췄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질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탄소 ‘순 제로’에 도달하는 것은 자연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기 중 탄소를 대규모로 제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지구의 광활한 숲, 초원, 습지, 바다만이 인간의 탄소 오염을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2023년 기준, 그 양은 374억 톤에 이르렀다. 자연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감소하는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으나,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이나 대형 산불 등이 지속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모델의 재검토와 함께 자연의 흡수 능력을 복원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과 탄소 배출 감소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국제 사회의 협력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며, 개인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

기후변화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후 위기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그 해결을 위한 전 세계적인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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