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비 규제 완화의 진짜 비용: 운전자 부담과 탄소배출이 함께 늘어난다

미국 정부가 연비 규제 완화를 통해 새 차 가격을 낮추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운전자가 체감하는 총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중동 분쟁 등으로 국제 유가가 출렁이는 상황에서 차량 효율을 떨어뜨리면, 구매 단계에서 아낀 돈이 주유소에서 더 크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비 규제 완화는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직접적인 후퇴로 평가된다. 운송 부문은 미국 온실가스 배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효율 기준이 느슨해지면 내연기관 차량이 더 오래 도로에 남고 석유 의존이 강화된다. 이는 대기오염, 건강 피해, 에너지 안보와도 얽혀 있어 단순한 ‘차값’ 논쟁을 넘어선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연비 규제 완화는 앞서 보도한 트럼프 시대, 캘리포니아 청정차 규정이 미국 자동차 배출을 붙드는 마지막 안전망, 호주 정부, 배양육 스타트업에 10만 호주달러 지원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차값 1300달러 인하’ 논리와 빠진 계산: 유가와 운행비

Environmental Health News가 인용해 전한 DW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교통당국은 ‘Freedom Means More Affordable Cars’ 구상 아래 연비 규제 완화를 발표하며 향후 5년간 납세자가 1380억달러를 절감하고 신차 평균 가격이 1300달러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심 논리는 자동차 업체가 고연비 차량 개발과 라인업 전환에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 그 비용이 차량 가격에 전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계산이 연료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연비 규제 완화로 차량 효율이 낮아지면 같은 거리를 달리기 위해 더 많은 휘발유가 필요해진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공급을 압박하며 유가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구매 시점의 ‘할인’보다 장기간의 연료비 증가가 가계 지출에 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앞단의 절감은 과도한 연료비로 먹히고 뱉어진다”며 연비 기준이 운전자에게 수백억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을 가져왔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연비 규제 완화가 실제로 ‘더 싼 차’를 제공하더라도, 운전자 입장에서는 주유 빈도와 지출이 늘어 총소유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AFE 기준 후퇴: 2031년 평균 35마일 퍼 갤런으로 낮아져

이번 연비 규제 완화로 미국의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즉 CAFE 기준은 2031년 차량 판매 차종의 평균 연비가 약 35마일 퍼 갤런 수준이면 충족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는 이전 목표였던 50마일 퍼 갤런 대비 약 3분의 1 낮아진 값으로 전해졌다.

이 기준은 2024년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업데이트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저배출 차량 생산을 유도하는 정책 신호로 작동해 왔다. 미국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은 해당 기준이 유지될 경우 25년 동안 700억갤런의 연료를 절감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연비 규제 완화는 이와 같은 장기 절감 전망 자체를 뒤흔든다.

비영리 단체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는 과거 CAFE 규정이 2010년 이후 소비자들이 주유 비용으로 약 3210억달러를 아꼈다고 주장해 왔다. 즉 연비 기준은 환경 규제인 동시에 가계 지출을 줄이는 소비자 보호 장치로 기능할 수 있었는데, 연비 규제 완화로 정책의 무게추가 ‘초기 가격’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소배출과 대기오염의 비용: 운송 부문 후퇴가 남기는 흔적

연비 규제 완화가 불러올 가장 큰 외부비용은 탄소배출 증가다. DW 보도는 완화되기 전의 규칙이 유지됐다면 2050년까지 7억1000만메트릭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을 수 있었으며, 이는 휘발유 승용차 1억650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영국의 기후 싱크탱크 Carbon Tracker의 에너지 수요 책임자 벤 스콧은 운송 부문이 미국 온실가스의 약 28퍼센트를 차지하는 만큼, 연비 규제 완화는 단기 기후 목표에 위험한 후퇴라고 말했다. 효율이 낮은 내연기관 차량이 더 오래 도로에 남아야 하는 구조가 강화되면, 탄소 감축 속도는 더뎌지고 산업 전반의 전환 비용은 커질 수 있다.

탄소배출은 기후위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휘발유와 경유를 더 태우면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대기오염은 호흡기 및 심혈관계 건강에 부담을 주는 환경보건 이슈로 이어지며, 특히 교통량이 많은 도심과 물류 거점 주변 주민들에게 위험이 집중될 수 있다. ‘차값 인하’로는 환산하기 어려운 건강 비용이 정책 변화의 그늘에 놓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석유 의존 강화와 에너지 안보: ‘더 싸게’가 ‘더 취약하게’ 될 때

미국은 세계 최대 휘발유 소비 국가로, 하루 2000만배럴의 석유를 소비하며 이는 전 세계 소비의 약 20퍼센트에 해당한다고 DW는 전했다. Center for Biological Diversity의 Safe Climate Transport Campaign 책임자 댄 베커는 운송 부문이 석유를 가장 많이 쓰는 분야이기 때문에, 강한 자동차 기준이 오염과 석유 사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연비 규제 완화는 석유 수요를 되레 고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석유 시장은 지정학적 충격에 민감해 가격이 급등락하기 쉽고, 수입 의존도가 높을수록 경제는 외부 변수에 흔들린다. 즉 연비를 낮추면 소비자는 단순히 더 많이 지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에너지 안보가 취약해질 수 있다.

UCS의 차량 분석가 데이브 쿡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년도에 경량 및 중대형 차량의 온실가스 기준을 없앤 조치에 더해, 이번 연비 규제 완화가 ‘더 큰 후퇴’를 누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자동차 업계에 미국이 석유 사용을 극대화해 석유 기업의 이익을 늘리려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정책 신호가 효율 경쟁을 약화시키면, 전력 기반 이동수단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환이 늦어질 위험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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