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이 1.5도 목표를 ‘넘지 않고’ 지키는 길은 사실상 닫혔다고 못 박았다. 수십 년의 미흡한 기후 대응으로 1.5도 상한선을 일시적으로 넘는 ‘1.5도 초과 상승’은 이제 피하기 어렵고, 문제는 얼마나 높이 넘고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로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UNEP의 2026년 배출 격차 보고서는 세계가 1.5도 초과 상승을 최소화하고 세기 말까지 1.5도로 되돌아오는 ‘복귀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출량은 정체 조짐을 보이지만 각국 공약과 정책은 필요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에너지와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농축산과 식품 소비, 토지 이용과 산불, 탄소 제거 기술과 생물다양성의 충돌까지 얽히면서 ‘1.5도 초과 상승’은 사회 전체의 비용과 윤리, 시장의 전환을 동시에 요구하는 과제가 됐다.
1.5도 초과 상승은 앞서 보도한 탄소 오염 규제 철회가 남길 것: 과학이 말하는 건강 피해와 기후 위험, 부산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협상 돌입…생산량 제한 여부가 쟁점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UNEP가 말한 ‘1.5도 초과 상승’의 의미와 왜 지금 바뀐 목표가 나왔나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기회 상실’이라는 표현이 가리키는 목표의 재정의다. UNEP는 1.5도를 한 번도 넘지 않는 경로, 또는 초과 폭이 매우 작은 경로는 이미 현실에서 멀어졌다고 봤다. 과거 시나리오는 2020년 전후부터 즉각적인 대규모 감축이 시작된다는 가정을 깔았지만, 실제 세계 배출은 계속 증가했고 그 전제 자체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UNEP는 2025년부터 매우 강력한 감축이 시작된다는 ‘새 세대 경로’를 중심에 놓았다. 여기서 말하는 ‘가장 낮은 1.5도 초과 상승’ 경로는 세기 중반 무렵 지구 평균기온이 1.7~1.8도로 정점을 찍고,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를 포함한 조치로 온도를 낮춰 2100년에는 1.5도로 돌아오는 그림이다. UNEP는 이를 파리협정의 장기 온도 목표와 ‘정합적’인 경로로 규정하면서도, 동시에 초과 상승의 크기와 기간을 줄이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강조한다.
이 논의는 정책 언어도 바꿨다. 보고서는 2025년 브라질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합의 패키지가 처음으로 1.5도 초과 상승 가능성을 공식 문서에 인정했고, 그 규모와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한 흐름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1.5도 초과 상승’은 단순한 과학 용어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실패를 인정한 뒤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목표 체계를 재정렬한 표현에 가깝다.
2025년 배출은 ‘정체’에 가깝지만, 1.5도 초과 상승을 막기엔 턱없이 부족
UNEP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58.4GtCO2e로, 2024년보다 0.16GtCO2e 낮았지만 불확실성이 커서 배출 추세의 방향을 단정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2025년 배출이 2024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둔화한 것도 사실이다. 1990~2015년 평균 증가율이 연 1.7%였던 반면 2016년 이후에는 연 0.8%로 낮아졌다.
그러나 정체는 감축과 다르다. 보고서는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2024년 대비 0.4~1.1% 소폭 증가했다고 본다. 아산화질소와 불소계 가스 배출은 더 높은 증가율을 보였지만 총량에서 비중이 작아 전체 추세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메탄은 같은 기간 대체로 정체였다.
토지 이용과 토지 이용 변화, 산림 부문 배출 감소가 일부 상쇄 역할을 했다. UNEP는 산불 배출 감소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 나타났고, 엘니뇨 종료와 연결됐을 가능성을 언급한다. 다만 ‘슈퍼 엘니뇨’가 진행되면 2026년에 토지 부문 배출이 다시 늘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가 산불과 토지 탄소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상황에서, 토지 부문을 ‘안전한 상쇄 카드’로 보는 접근 자체가 위험하다는 함의가 읽힌다.
국가별로는 미국 배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보고서는 2025년 미국이 133MtCO2e 늘었고, 전력 수요 증가와 석탄발전의 ‘반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추운 겨울에 따른 난방 수요, 가스 가격, 전력 수요 확대 같은 시장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유럽연합, 인도, 러시아,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평탄한 흐름이었다.
2030년과 2035년 격차: 현 공약은 1.5도 초과 상승 최소화 수준에 못 미친다
보고서는 각국이 제출하는 2035년 목표, 즉 3차 국가결정기여를 점검한다. 제출 마감은 2025년 2월이었지만 95% 국가가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후 2025년 9월 뉴욕 회의와 2025년 11월 제30차 당사국총회 등을 거치며 제출이 늘어 2026년 9월 1일 기준 124개국이 3차 국가결정기여를 냈고, 이는 전 세계 배출의 75%를 포괄한다고 UNEP는 밝혔다.
문제는 수준이다. UNEP는 1.5도 초과 상승을 가장 낮게 억제하는 경로에 맞추려면 2025년 대비 전 세계 배출이 2030년까지 18%, 2035년까지 45% 줄어야 하며, 동시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2040년에는 69% 감축, 이산화탄소 순배출 제로는 2050년 전후가 목표가 된다.
하지만 현재 각국 공약이 모두 이행되더라도 2025년 대비 감축은 2030년에 5~8%, 2035년에 11~15% 수준에 그친다는 게 보고서의 계산이다. 이는 1.5도 초과 상승의 크기와 기간을 줄이는 데 필요한 감축 속도에 한참 못 미친다. 2도 목표 경로조차 2025년 대비 2030년 11%, 2035년 24% 감축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시한다.
보고서가 강조하는 또 다른 지점은 ‘정책 진전’이 아니라 ‘정책 변화’로 격차가 좁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UNEP는 2030년 이행 격차가 전년보다 줄었지만, 이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반영된 결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즉 수치 개선이 실제 감축 강화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주요 20개국 가운데 유럽연합과 영국,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이 현 정책의 감축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자국의 넷제로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보고서는 덧붙인다.
지금의 경로가 가리키는 2100년 기온: 2.8도에서 2.1도까지, 그래도 1.5도 초과 상승은 남는다
UNEP는 단순 기후모형인 FaIR를 활용해 정책 시나리오별 세기말 온난화 수준을 제시했다. 현행 국가 정책만 유지될 경우 2100년 온난화는 2.8도(66% 확률)로 추정되며 3.4도를 넘을 가능성도 10%로 제시된다. 무조건적 국가결정기여가 모두 이행되면 2.7도, 조건부까지 포함해 모든 국가결정기여가 이행되면 2.6도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국가결정기여 이행과 넷제로 목표 달성이 모두 이뤄질 경우에도 2100년 2.1도 수준(66% 확률)로 제시된다. UNEP는 이 경우에도 ‘가장 낮은 1.5도 초과 상승’ 경로보다 0.25도 높다고 지적한다. 말하자면 약속을 다 지켜도 1.5도 초과 상승을 최소화하는 수준에는 모자라며, 약속의 이행과 함께 공약 자체의 상향 또는 초과 이행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보고서는 지연의 비용을 직설적으로 제시한다. 감축 전환이 늦어질수록 온난화의 정점이 높아지고, 복귀를 위한 탄소 제거 의존이 커진다. UNEP는 5년 지연마다 0.1도씩 추가된다는 경고를 내놨다. 1.5도 초과 상승의 규모와 기간을 줄인다는 목표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을 수치로 못 박은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