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곳곳이 기록적 폭염을 겪는 가운데, 일부 매체와 정치권에서 ‘대기오염 감소가 폭염을 만들었다’는 식의 해석이 확산됐다. 공기를 깨끗하게 하면 오히려 더워진다는 메시지는 기후정책과 탄소중립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파장이 작지 않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프레임이 핵심을 비켜간다고 지적한다. 대기오염을 줄이면서 에어로솔의 냉각 효과가 약해져 더위가 더 두드러질 수는 있어도, 유럽 폭염 원인은 온실가스가 지구를 전반적으로 덥힌 데 있다는 것이다. Carbon Brief의 팩트체크는 ‘원인’과 ‘영향’의 구분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잘못된 정치적 해석이 어떤 비용을 낳는지 짚는다.
유럽 폭염 원인은 앞서 보도한 프랑스 6월 폭염으로 육계 최대 300만 마리 폐사, 기후위기와 공장식 축산의 취약성 드러나, 북미를 뒤덮은 산불 연기, 갈색탄소가 드러낸 2026년 대기질 위기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대기오염 감소가 폭염을 초래’라는 헤드라인이 만든 오해
2026년 여름 유럽은 연속적인 고온으로 피해와 사망 보도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의 일부 매체는 새로운 연구를 인용하며 ‘오염 감소가 폭염을 유발했다’는 취지의 제목을 내걸었다. 이후 기후회의론 성향 정치인과 논평가들이 이를 공유하며 탄소중립 정책이 오히려 온도를 올린다는 주장으로 연결했다.
문제는 표현의 강도다. 폭염을 ‘대기오염 감소가 초래했다’고 단정하면, 대기질 개선 자체가 기후위기를 만든다는 인상을 준다. Carbon Brief가 인용한 과학자들은 이 프레이밍이 ‘잘못’이라고 말한다. 폭염은 특정한 기압 배치와 대기 순환에서 발생하며, 최근 폭염이 더 잦고 강해진 이유는 100년 전보다 훨씬 따뜻해진 기후 배경, 즉 온실가스에 의해 상승한 평균 기온 위에서 극한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럽 폭염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과학과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경계에서 벌어진다. 대기오염 저감이 기후정책의 일부로 이해되기 쉬운 만큼, ‘오염을 줄이면 더 뜨거워진다’는 단순 구호는 정책 신뢰를 흔들고 시민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연구가 본 것은 ‘폭염’이 아니라 ‘유럽 여름의 빠른 온난화’
논란의 출발점이 된 연구는 유럽의 ‘최근 폭염’ 자체를 분석한 것이 아니라, 유럽의 여름 기온이 북반구 중고위도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장기 경향을 설명하려 했다. 연구는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실렸고, 에어로솔과 대기 순환의 연결고리를 모형 실험으로 따졌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따뜻해지는 대륙’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다면 유럽 폭염 원인을 이해하려면, 단지 기온 상승만이 아니라 지역적 요인과 대기역학적 변화를 함께 보아야 한다. 연구는 이 과정에서 에어로솔 변화가 제트기류의 굴곡과 정체를 촉진할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Carbon Brief가 인용한 노르웨이 CICERO의 Bjørn Samset 교수는 지역 기후 변화를 이해하려면 온실가스, 에어로솔, 토지 이용 변화, 자연 변동성 등 여러 요인을 함께 봐야 하며, 특히 ‘대기오염이 대기 순환에 미치는 효과’는 오랫동안 규명하기 어려운 주제였다고 설명했다. 즉 이 연구는 ‘오염이 원인’이라는 정치적 문장으로 환원하기보다, 복잡한 상호작용을 더 정교하게 해석하려는 과학적 시도에 가깝다.
에어로솔 감소는 ‘냉각 마스킹’이 걷히는 과정일 뿐
사람이 배출한 에어로솔은 주로 화석연료 연소에서 나온 미세 입자이며, 햇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하고 구름 형성과 밝기에 영향을 주면서 지구 온난화를 일정 부분 ‘가려’ 왔다. 이 때문에 대기오염이 심했던 시기에는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가 실제보다 덜 드러나는, 이른바 냉각 마스킹이 나타난다.
유럽은 20세기 후반부터 대기질을 개선해 왔고, 그 과정에서 에어로솔이 줄며 과거의 냉각 효과가 약해졌다. 그러면 같은 양의 온실가스 온난화가 더 ‘선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ETH Zurich의 Erich Fischer 교수는 Carbon Brief에 “폭염은 고기압계에 의해 발생하며, 지금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온실가스가 유발한 온난화로 100년 전보다 훨씬 따뜻해진 기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온실가스가 유발한 여름 온난화가 오염 에어로솔에 의해 일시적으로 가려졌다가, 에어로솔이 감소하며 유럽 여름에서 그 전모가 드러난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구분은 유럽 폭염 원인 논쟁의 핵심이다. 에어로솔 감소는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온실가스 온난화가 체감되는 방식을 바꾸는 요인이다. Samset 교수도 “대기오염은 지구 온난화를 만들거나 없애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완화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는 역설이 존재한다. 에어로솔은 기온을 잠깐 누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키운다. Fischer 교수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대기오염으로 매년 700만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언급하며, 대기오염 저감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기후와 건강, 두 축의 정책 목표를 분리해 사고할수록 오해가 줄어든다.
제트기류와 로스비파 정체, 폭염의 ‘지속 시간’을 키울 수 있다
연구는 에어로솔 감소가 폭염을 강화하는 경로를 2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더 많은 햇빛이 지표에 도달해 직접적인 가열이 커지는 경로다. 다른 하나는 대기 순환, 특히 제트기류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로다.
연구진은 9개 기후모형의 수백 회 시뮬레이션을 사용해, 에어로솔 감소가 ‘준정상 로스비파’의 빈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로스비파는 제트기류의 거대한 굴곡인데, 때로는 이동이 느려져 특정 패턴이 한 지역 위에 오래 머문다. 이런 정체는 날씨 시스템을 한곳에 ‘붙잡아’ 두어, 고온이 며칠이 아니라 더 길게 이어지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유럽 폭염 원인=대기오염 감소’라는 결론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 폭염이 어떤 대기 패턴에서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패턴이 왜 더 자주, 더 오래 나타나는지에는 온실가스 증가, 해양과 대기의 자연 변동성, 토양 수분과 같은 지역 요인도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연구는 그중 에어로솔이라는 퍼즐 조각을 추가한 것이지, 기후변화의 주된 동력을 교체한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