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전 세계 단백질의 보고이면서 동시에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다. 수온 상승과 생태계 교란, 연안 공동체의 생계 불안이 겹치는 상황에서 ‘블루 푸드’가 미래 식량의 해법인지, 또 다른 갈등의 불씨인지가 빠르게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육상 농업이 가뭄과 홍수, 토지 경쟁에 흔들릴수록 물에서 나는 먹거리의 역할은 커지지만, 바다는 무한한 창고가 아니라는 현실이 정책과 소비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런 긴장 속에서 Food Tank는 2026년 9월 25일 뉴욕에서 Climate Week NYC 2026 공식 일정으로 ‘Water and Blue Foods Summit’을 연다. Future Food Institute, Monterey Bay Aquarium, Venice Climate Week와 공동 개최하는 이번 행사는 해양과 수산업, 수자원, 공중보건, 기후, 글로벌 정의를 한 무대에 올려 ‘물의 정치’와 ‘바다 먹거리의 미래’를 동시에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루 푸드는 앞서 보도한 위미트, 버섯통살치킨 활용한 덮밥 3종 출시, 기후금융이 좌우하는 칠레 에너지 전환, 스탠리 파크 펠로가 읽는 투자 지형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블루 푸드가 무엇이며 왜 지금 주목받나
블루 푸드는 바다와 강, 호수 등 수생 생태계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어업과 양식 전반을 포괄하는 담론으로 쓰인다. 단순히 생선을 더 먹자는 주장이 아니라, 물과 식량체계가 서로 얽혀 있다는 사실을 전면에 놓는 접근이다. 물은 식품 생산뿐 아니라 공중보건, 생태계 서비스, 지역 경제와 공동체의 안정성까지 관통한다. Food Tank가 이번 서밋을 ‘물과 블루 푸드’로 묶어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후변화가 가속화될수록 블루 푸드의 의미는 커진다. 육상에서는 가뭄과 폭우, 토양 황폐화로 생산 변동성이 커지고, 식량 가격이 흔들리면 도시와 저소득층이 먼저 충격을 받는다. 이때 수산물과 해조류 같은 블루 푸드는 단백질과 미량영양소 공급원으로 기대를 모은다. 동시에 남획, 서식지 파괴, 어획 과정의 혼획, 양식의 오염 문제 등 기존 수산업이 안고 있던 지속가능성 논란도 함께 커진다. ‘바다에서 더 가져오자’는 접근이 아니라 ‘바다를 회복시키면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가’가 질문이 된다.
소비 트렌드 측면에서도 블루 푸드는 두 갈래로 움직인다. 하나는 건강과 단백질을 내세운 수산물 수요, 다른 하나는 동물복지와 생태 우려를 이유로 한 비건과 채식 지향의 확대다. 이 간극은 정책과 산업에 압력을 준다. 지속가능한 수산 인증, 투명한 공급망, 대체 해산물과 같은 새로운 시장이 커지는 배경에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어떤 생태계를 남길 것인가’로 연결된 현실이 있다.
Climate Week NYC 2026에서 다루는 쟁점: 물 위기와 ‘워터 뱅크럽시’
Food Tank에 따르면 ‘Water and Blue Foods Summit’은 글로벌과 미국 국내 관점을 모두 다루며, 블루 커뮤니티와 블루 푸드, 어업은 물론 물 위기와 ‘워터 뱅크럽시’라는 표현으로 요약되는 수자원 한계 문제까지 논의한다. 워터 뱅크럽시는 물 수요가 공급 능력을 앞지르고, 시스템이 지속가능성을 잃어가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지칭할 때 사용된다. 물 부족과 수질 악화는 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산업에도 직격탄이 된다. 하천 유량 변화는 연안 생태계를 바꾸고, 오염은 어장과 양식장의 안전성을 위협하며, 물 분쟁은 지역 갈등을 키운다.
이번 서밋이 갖는 의미는 ‘해양’만이 아니라 ‘물의 거버넌스’를 식량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린다는 점이다. 물을 에너지, 생태계, 정신 건강과 장수 같은 인간 건강과 연결해 바라보자는 ‘Planet Aqua’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 있다. Future Food Institute의 사라 로베르시 대표는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논의를 뉴욕으로 이어가며, 물을 1년에 한 번 행사로만 다룰 주제가 아니라 재생과 번영, 지구 돌봄을 위한 일상적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프레임은 정책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물과 식량의 결합 문제는 정부의 기후적응 전략, 해양보호구역 설계, 어업 관리, 수질 기준, 그리고 금융의 투자 기준까지 영향을 미친다. 서밋에 지속가능 금융 담당자가 참여하는 것도, 블루 푸드가 생태와 산업, 자본의 교차점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지속가능한 해산물’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공공정책과 기업 책임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중해의 침입종 사례가 보여주는 기후 리스크
Monterey Bay Aquarium의 웬디 노든은 기후변화가 해양을 바꾸며 전 세계 연안 공동체에 도전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중해에서 따뜻해진 바닷물이 블루 스위밍 크랩의 확산에 영향을 미쳤고, 이 침입종이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며 지역 어업과 생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 제시됐다. 이는 블루 푸드 논의가 단지 ‘생산을 늘리자’가 아니라, 변화하는 바다에서 생태계 안정성과 지역 경제를 함께 지키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지점은 일부 국가들이 이 도전을 사람과 환경 모두에 이익이 되는 기회로 전환하려 한다는 대목이다. 침입종 대응은 보통 제거와 통제가 핵심이지만, 먹거리로의 활용이 결합되면 새로운 시장과 지역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관점이 등장한다. 다만 이런 전환은 섣부른 ‘상업화’로 끝날 수 없다. 침입종을 소비 대상으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유통을 통해 확산 위험을 키우지 않는지, 어획 압력이 토착종에 전가되지 않는지, 식품 안전과 추적 가능성이 담보되는지 같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블루 푸드를 둘러싼 정책과 과학의 역할이 큰 이유다.
동물복지와 윤리 논쟁도 비껴가지 않는다. 어획과 양식의 방식에 따라 수생 동물의 스트레스와 고통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이는 비건 산업과 대체 단백질 시장의 성장과도 연결된다. 소비자는 같은 ‘해산물’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 블루 푸드는 결국 환경과 윤리, 경제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사회적 합의의 문제로 확장된다.
누가 논의에 참여하나: 과학, 정책, 금융, 도시가 한자리에
Food Tank가 공개한 연사 명단은 블루 푸드가 다층적 의제임을 보여준다. Monterey Bay Aquarium의 글로벌 해양보전 담당 부사장 젠 케머리와 웬디 노든을 비롯해, 유엔 식량농업기구 농식품 경제 부문 디렉터 다비드 라보르드, 유엔대 물환경보건연구소 디렉터 카베 마다니가 참여한다. 지속가능 금융을 다루는 BNP Paribas의 사리셔 만, 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의 캐슬린 맥데이빗, Marine Stewardship Council의 로라 맥디어리스 등 인증과 금융, 산업 규범을 다루는 인사들도 포함됐다.
정책 현장에서는 뉴욕주 농업시장국의 해산물 코디네이터 조슈아 페리가 이름을 올렸고, 지역 리더로는 이탈리아 폴리카 시장 스테파노 피사니, 베네치아 시장 시모네 벤투리니가 참가한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레일라 나기, Food Tank의 대니얼 니런버그, Devex의 케이트 워런 등 미디어와 의제 설정을 담당하는 인물도 함께한다. 셰프이자 지속가능성 분야에서 활동해온 바턴 시버가 포함된 점은, 블루 푸드가 연구와 정책만이 아니라 실제 식문화와 소비 선택을 통해 구현된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가 모이는 행사는 블루 푸드를 둘러싼 책임의 분산 구조를 드러낸다. 과학은 생태 변화와 위험을 설명하지만, 규제와 시장 규범이 따라오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은 구호로 남는다. 반대로 투자와 인증이 앞서도 현장의 어민과 연안 공동체가 배제되면 정의로운 전환이 되기 어렵다. 블루 푸드를 ‘지속가능한 미래 식탁’의 축으로 삼으려면, 기후적응과 생태 회복, 지역 생계, 소비자 신뢰를 묶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서밋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