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국경을 넘다

지난 7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는 중요한 국제 포럼이 열렸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 이하 MSF)와 국회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기후위기, 국경을 넘다: 기후·보건 그리고 한국의 역할”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각계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를 펼쳤다.

이 포럼은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서, 기후변화가 어떻게 전 지구적 보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국제 사회의 협력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발제와 토론을 통해 전해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잠재적 위협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의 생존 문제라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기온 상승이나 이상기후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전염병의 확산, 식량안보 위협, 물 부족, 강제 이주, 의료 시스템의 붕괴 등 전방위적 위협으로 이어진다. 특히 중·저소득 국가에서 이러한 영향은 더욱 치명적이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하고 자원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작은 기후 충격에도 보건 위기가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MSF의 제사 폰테베드라 스위스 의료 총괄은 기조 발표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인도주의적 위기는 결코 별개의 현상이 아닙니다. 기후위기는 질병의 양상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구호 활동을 펼치는 지역에서 명백하게 체감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는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작물이 자라지 못하고, 이는 아동 영양실조의 급증으로 이어진다. 또 남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해수면 상승과 폭우로 인해 거주지를 잃은 수백만 명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고, 이로 인해 수인성 질병과 호흡기 질환이 창궐하고 있다.

한국의 역할

이번 포럼의 핵심 중 하나는 한국의 국제적 역할 확대에 대한 논의였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지속가능발전인도주의포럼 공동대표)은 개회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선 국제보건과 인도주의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연대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은 OECD 가입국으로서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KOICA(한국국제협력단), GCF(녹색기후기금) 등 국제협력 관련 기관들의 활약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도 KOICA 이연수 처장과 GCF의 패트릭 지통가 선임전문가가 패널로 참여해 각 기관의 기후·보건 연계 전략을 공유했다.

이진원 WHO 아시아태평양 환경보건센터 과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각국의 역량 차를 극복하는 국제 협력이 핵심입니다. 한국은 기술력과 보건의료 경험을 바탕으로 중저소득국의 기후보건 회복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포럼에서 또 하나의 큰 화두는 ‘국경을 초월한 협력 모델’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그 자체로 이러한 연대의 상징이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MSF는 국적, 인종, 종교를 초월해 가장 필요한 곳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내부 구조도 재정비하고 있다.

폰테베드라 총괄은 “MSF는 단순한 구호 활동을 넘어, 현장 기반의 데이터 분석과 조기 경보 시스템을 통해 기후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체적인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설정하고, 친환경 이동수단과 의료 장비를 도입해 지속가능한 구호 활동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현미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부회장은 과학기술 기반의 지원 전략을 제안했다. “기후변화는 과학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데이터 분석, 위성 감시, 저비용 진단기술 등 첨단 기술이 인도주의적 의료 현장에 접목되어야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고 밝혔다.

포럼의 마지막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됐다. 기후위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 가장 외면받고 있는 지역에서 그 영향은 이미 파국적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어떤 국가도 혼자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사회가 기후와 보건 문제에 있어 보다 전방위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연대 기반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포럼 참가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한국 내 인식 확산과 국제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후속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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