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의 무게로 전 세계 농업 지형이 재편되는 가운데, 대한민국 역시 농업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수확량 감소, 토지 황폐화, 가격 급등 현상이 이제 한반도 전역에서도 뚜렷하게 관측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지난 30년간 10년마다 0.2°C씩 상승해 왔으며, 2024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14.5°C를 기록했다. 이러한 급격한 기온 상승은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사과, 배, 포도와 같은 온대 작물의 재배 면적이 30~35% 감소했으며, 이는 아열대화된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이상기후로 인한 수확 시기 혼선과 생산량 불안정으로 인해 한국은 OECD 국가 중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전 세계인이 하루 평균 120칼로리를 덜 섭취하게 될 것이라는 글로벌 연구는 한국 농업에도 심각한 경고를 던진다. 주요 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한국 농민들은 고온과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성 감소와 국내 자급률 저하에 따른 수입 의존도 증가와 같은 두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예를 들어, 사과 주산지인 경상북도는 개화 이상과 열 스트레스로 인해 최대 40%까지 수확량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미국, 인도,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대규모 농업국들은 기후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만회하고자 경작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림 파괴 및 탄소 배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식량 생산의 비용을 수입 가격 상승으로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1992년부터 2020년 사이, 이러한 국가들이 주도한 경작지 확장은 기후 변화로 인한 비효율성 보완을 위한 토지 전환의 결과이며, 동시에 탄소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무역 구조 변화와 국제 농업 경쟁
일부 지역의 농업 생산성이 하락하면서, 다른 지역은 국제 식량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는 무역 균형과 한국의 식량 안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UC 데이비스의 기후적응연구센터 공동 소장인 에르완 모니에는 해당 연구들이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다만, 향후 유전자 편집과 같은 혁신 기술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한계도 지적했다.
또한, 농민들이 기후 변화에 따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옥수수·콩 재배 농민들은 낮은 수익성을 감수하며 기존 작물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수익성과 회복력이 높은 대체 작물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은 불필요한 추가 경작지 확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모니에는 이러한 연구들이 비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 지구적 식량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부터 현실적인 논의와 농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아래에서부터의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는 학계 논문 발표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글로벌 및 국내 연구결과는 신속한 적응과 행동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기후 회복형 작물 유전자 연구 및 R&D 가속화, 생태농법 및 도시농업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 확대, 기술 및 식량안보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 강화.
기후 변화는 단지 위협만으로만 받아들여선 안된다. 이걸 농업 혁신의 전환점이자 기회로 받아들여 정책, 지역 적응 전략, 농민 중심으로의 해법이 동시에 이뤄져야 지속가능한 미래 농업이 가능해 질 것이다. 지금이 바로 기후 회복형 농업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