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커뮤니티와 함께 만드는 기후 해법

기후 변화의 영향이 전례 없이 빠르게 심화되면서, 전 세계의 도시들은 이제 기후 위기의 전선이자 해결책이 모색되는 실험실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 인프라, 혁신이 밀집된 도시들은 고온과 극한 기후, 그리고 구조적인 환경 스트레스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한편, 동시에 공정하고 포용적인 기후 대응 전략을 시도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도시 중심의 기후 대응 움직임의 중심에는 환경 정의와 공동 거버넌스 모델을 이끄는 학자, 쉘라 포스터(Professor Sheila Foster)가 있다. 그녀는 현재 컬럼비아 기후학교(Columbia Climate School)에 소속되어 있으며, 사회적 약자 커뮤니티, 특히 역사적으로 소외된 집단들이 자신들의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정책과 회복 전략을 어떻게 직접 설계하고 주도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녀는 단지 도시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와 협력해 기후 해결책의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고 그것을 현실에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포스터 교수의 연구는 도시 기후 적응 정책에서 ‘공정성’이 반드시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에너지의 3분의 2를 소비한다. 이로 인해 도시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주체가 되었고, 그만큼 기후 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과 소외된 지역은 열섬 현상, 침수,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이들 도시 커뮤니티는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동시에 해결책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주류 환경운동은 유색인종과 저소득층 커뮤니티를 변두리로 밀어냈다. 이들은 산업 오염, 유해 폐기물, 열악한 주거 환경 등으로 인해 환경 피해를 가장 많이 받아왔지만, 친환경 전환에서 소외돼 왔다. 포스터 교수는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공동 거버넌스(co-governance)’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정부와 주민이 동등하게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의견을 듣는’ 수준을 넘어서 주민이 기후 정책의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이런 커뮤니티에 사는 사람들은 이미 해법을 알고 있다. 다만 그들의 해결책이 확산되려면 법적,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는 커뮤니티 토지 신탁(Community Land Trust) 확장을 통해 기후 위기 지역에서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거나, 저소득 지역 내 녹지 공간 확보를 위한 녹색 구역 정책 등을 제안해 왔다. 또한 환경영향평가(EIA)에 공정성 지표를 포함시켜, 개발로 인해 어떤 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는지를 명확히 평가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각 도시 기후 대응 예시

이러한 노력은 이미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실행되고 있다.

뉴욕시 – 사우스 브롱크스와 이스트 할렘 지역은 지역 조직과 정부가 함께 회복력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이곳은 기후 재난 시에는 응급 서비스를, 평상시에는 교육 및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는 다목적 센터를 설립했다. 이 허브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설계되었으며 에너지 시스템부터 프로그램까지 지역의 필요에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적인 지원을 돕지만 이 모든 활동의 중심은 커뮤니티 기반이다.

뉴올리언즈 –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뉴올리언스는 지역 커뮤니티 중심의 녹색 인프라 구축을 추진했다. 포스터 교수의 연구는 침수 취약 지역을 우선한 빗물 관리 프로그램에 기여했으며, 레인 가든, 침투 도로, 바이오 스웰 등의 설계에 지역 주민이 참여했다.

로스엔젤레스 – 로스앤젤레스는 바텀업(하향식) 접근으로 기후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SCOPE(조직화 및 정책교육 전략센터)와 같은 단체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포스터 교수의 통찰은 이들 단체가 법적으로 보호받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적 정책 설계에 반영되었다.

물론 이러한 공동 창조 모델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정부 기관의 경직된 관료 체계, 장기적 자금 부족, 주민 참여를 명목상으로만 수행하는 ‘형식적 참여’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포스터 교수는 이러한 점을 ‘공정성 위장(equity-washing)’이라 표현하며, 진정한 권한 이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이 구축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한다.

한편, 포스터 교수는 대학과 연구 기관의 역할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컬럼비아 기후학교에서 커뮤니티 중심의 연구 협업을 이끌고 있으며, 법학과 학생들이 지역 조직에서 실제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누구나 기후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유받을 수 있는 시스템 등을 구축해오고 있다. 대학이 지식을 생산하는 기관을 넘어, 실질적인 시민 파트너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포스터 교수의 비전은 단순히 기후 재난을 견디는 도시가 아닌, 위기 이후 더 강하게 회복하며 모두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도시를 꿈꾼다. 그녀는 도시를 ‘기후 공유지(climate commons)’로 바라본다. 즉, 사람들이 함께 환경을 가꾸고, 정책에 참여하며, 자원을 필요에 따라 공정하게 나누는 공동체적 공간으로 도시를 재구성하자는 것이다.

이는 이상적인 공상이나 미래 유토피아가 아니다. 오히려 수십 년간의 학문, 시민운동, 지역 커뮤니티의 현장 경험이 만들어낸 실현 가능한 대안이다. 이러한 도시에서는 회복력이 단지 재난을 ‘버티는’ 것을 넘어, 그 이후 더 나아가 ‘성장하고 번영하는’ 힘이 된다.

기후 대응의 최전선에서 과학과 정의, 정책과 공동체가 만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이 흐름은, 단지 도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살아갈 지구의 미래를 위한 변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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