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브래스카에서 데이터센터가 쓰는 물이 얼마나 되는지, 주정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문제로 떠올랐다. 농업용수 의존도가 큰 주 전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이 지역 물 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이 통과됐다.
새 법에 따라 데이터센터는 연간 물 사용량과 전력 수요 등 운영 정보를 주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정보가 ‘블랙박스’였던 산업을 제도권 감시 아래로 끌어들이려는 조치다. 네브래스카는 데이터센터가 몇 곳인지 공식 집계조차 없는 상태였고, 지금까지 알려진 물 사용량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공개한 수치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은 앞서 보도한 청정전력, 2025년 세계 신규 에너지 최대 공급원…에너지 전환의 속도와 한계, 기후변화 물가 상승, 생활비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청구서’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가뭄의 주에서 커지는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 논쟁
이번 공개 의무화는 네브래스카가 직면한 물 환경의 불안정성과 맞물려 있다. 물 가용성은 지역마다 크게 다르고, 농업 중심의 경제 구조 때문에 물 배분 문제는 곧 생계와 직결된다. 이런 조건에서 신규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 냉각을 위한 물 수요가 더해져 지역의 체감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주민과 연구자, 규제 당국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그간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 논쟁을 키운 요인 중 하나는 정보 비대칭이다. 기업이 공개하지 않으면 지역사회는 실제 사용량과 증가 추세를 파악하기 어렵고, 장기 물 수급 계획도 불투명해진다. 네브래스카 물에너지환경부의 제시 브래들리 국장은 관련 법 통과 뒤, 주정부가 먼저 자료를 확보해 정보 공백을 확인하고 향후 계획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공개된 데이터가 정책 논쟁의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다.
이 쟁점은 단지 특정 산업의 입지 논란을 넘어선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고온이 잦아질수록 물 수요는 늘고, 물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더 어려워진다. 지역 단위에서 물은 농업 생산량과 식품 가격, 가축 사육의 규모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곡물과 사료, 축산물 공급망을 통해 소비자 물가에도 연결된다. 반대로 식물성 식품과 대체 단백질 시장이 성장하며 물 집약도가 높은 축산 중심 식단을 줄이려는 소비 트렌드도 확산하는데, 이런 변화 역시 ‘한정된 물을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공식 집계도 없었다…기업이 공개한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은
Grist 보도에 따르면 네브래스카는 주 내 데이터센터가 총 몇 곳인지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이 공개한 수치만으로도 물 사용의 규모와 변동성이 드러난다.
구글은 네브래스카에 3곳의 데이터센터 부지를 두고 있으며, 2025년 네브래스카 데이터센터들이 약 7억 3200만 갤런의 물을 소비했다고 밝혔다. 또 알파벳 산하인 구글은 데이터센터에 따른 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타의 경우 사피 카운티에 있는 400만 제곱피트 규모 데이터센터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해마다 2670만 갤런에서 3750만 갤런을 지역 상수 공급에서 취수했다고 전했다. 같은 시설이라도 연도별로 편차가 존재한다는 점은, 기상 조건과 운영 방식, 냉각 전략에 따라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수치가 사회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비교 기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업 관개가 물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이 전체 사용량의 비중으로는 상대적으로 작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절대량과 시기, 지역적 편중이다. 특정 관개 구역이나 상수 시스템, 지하수 관리 구역에서 이미 할당이 꽉 찬 상태라면, 추가 수요는 곧바로 다른 사용자에게 제약으로 전가될 수 있다. 공개 의무화는 이런 충돌을 ‘감’이 아니라 수치로 토론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냉각 기술이 갈림길…물 절약과 전력 부담의 교환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설비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며, 이를 위해 냉각에 물을 사용한다. 대표적 방식인 증발 냉각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물 사용량이 크다. 반면 공랭식 칠러 시스템은 물과 화학 냉매, 혹은 둘 모두를 ‘폐쇄 순환’으로 돌리는 구조를 활용해 수년간 보충 없이 운영될 수 있어 물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물 절약형’이 곧 ‘환경 최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폐쇄 순환 방식은 물 사용량을 낮추는 대신 더 많은 전력을 쓰는 경향이 있고, 전력 생산 역시 물을 필요로 할 수 있다. 즉 물 발자국과 에너지 발자국이 서로 맞물린다.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의 공학 교수 에릭 마사넷은 어떤 방식이 최선인지에 대해 데이터센터 설계와 지역 기후, 물과 전력의 가용성, 사회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술 선택이라도 지역 조건이 다르면 환경 부담이 이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글은 지역별 물 가용성에 따라 냉각 시스템을 선택한다고 밝혔고, 데이터센터 건설 전후로 지역 유역을 평가한다고 했다. 메타의 사피 카운티 데이터센터는 증발 냉각과 폐쇄 순환 냉각을 함께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공개 의무화는 이런 선택이 실제로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과 전력 수요를 어떻게 바꾸는지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 논쟁은 식품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논의와도 닿아 있다. 물과 전력은 냉장 유통, 가공, 저장 등 현대 식품 공급망의 핵심 투입 요소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면 전력 단가와 계통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식품 제조비와 물류비에도 간접 영향을 준다. 물을 절약하려다 전력을 더 쓰는 선택이 지역의 전력 믹스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질 수도 있어, 탄소와 물을 함께 보는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도시 밖으로 번지는 개발…농업용수와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의 충돌
데이터센터는 전통적으로 도시권에 많이 지어졌지만, 광섬유 등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개발이 교외와 농촌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 데이터센터연합의 주 정책 담당 부회장 댄 디오리오의 설명이다. 이는 네브래스카 같은 주에서 갈등의 결을 바꾼다. 교외와 농촌은 물 공급 인프라가 도시만큼 여유롭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일부 지역은 이미 물 공급이 충분치 않거나 할당이 모두 소진된 곳도 있다.
네브래스카는 관개가 물 사용의 중심이다. 이 구조에서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이 추가되면, 물 배분을 둘러싼 지역 의사결정이 더 복잡해진다. 네브래스카대 링컨 캠퍼스의 물 분야 확장 교육자 크리스털 파워스는 기후변화로 가뭄과 고온이 심화되며 물 정책과 할당이 핵심 의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파피오 미주리 강 자연자원지구의 존 윙클러 총관리자는 물이 불안정한 곳에 산업 시설을 배치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개발 유치가 곧 지역의 장기 위험관리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특히 물이 부족해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은 농업 생산 현장이다. 곡물과 채소 생산량 변화는 식품 산업 전반에 파급되고, 축산업에서는 사료 가격 변동과 축산 규모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폭염과 물 부족은 사육 환경을 악화시켜 동물의 스트레스와 폐사 위험을 높일 수 있어, 물 관리가 생태와 산업의 교차점에 놓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