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주택이 기후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시애틀 유권자들은 2023년 새로운 공공 주택 개발 조직을 설립하는 안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사회 주택(Social Housing)’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회 주택은 시장 논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공 소유의 저렴한 임대 주택을 제공하는 모델로, 중·저소득층에게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제 유권자들은 새로운 고민에 직면해 있다. 사회 주택 개발 조직이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며, 다가오는 투표에서 이 개발 조직을 어떻게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 운동가들과 사회 정의 단체들은 사회 주택이 단순한 주거 복지를 넘어 기후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택 부족, 그리고 사회 주택이 필요한 이유

시애틀에는 이미 몇몇 공공 주택 개발 기관이 존재하며,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대책만으로는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애틀과 그 인근 지역에서는 2044년까지 약 64만 개의 신규 주택이 필요하지만, 현재 예상되는 공급량은 약 14만 개가 부족한 상태다. 더욱이 기존의 저렴한 주택 프로그램은 연방 세금 공제를 기반으로 개발되며, 일반적으로 15~30년이 지나면 시장 가격으로 전환되는 문제가 있다.

사회 주택 개발 모델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대안이다. 공공 소유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주거 안정성 보장이 핵심 목표이며, 특히 시애틀의 사회 주택 모델은 소득 혼합형 주거 방식을 도입해 광범위한 소득 계층이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사회 주택은 단순한 주거 공급 모델이 아니다. 기후 변화 대응의 일환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회 주택이 기후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이유

사회 주택이 기후 변화 대응 모델로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사회 주택 개발 조직이 친환경 건축 기준을 적용하도록 의무화되었기 때문이다.

시애틀 사회 주택 개발 조직은 모든 신규 건축을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기준으로 설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란 고단열 벽, 밀폐형 창문, 공기 정화 시스템 등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건축 방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은 일반적인 저렴한 주택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30~35% 절감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난방 및 냉방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패시브 하우스 건축 방식은 기후 재난에도 강한 특징을 가진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한 지역의 모든 건물이 불에 탔으나, 패시브 하우스 기준으로 지어진 단 한 채의 집만이 살아남은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밀폐형 공기 정화 시스템은 산불 발생 시 유해한 연기와 미세먼지가 건물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주므로, 대기오염으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두 번째 이유는 도시 밀도를 높임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 주택은 단순한 건축 기술을 넘어 도시 계획과 연계하여 온실가스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사람들이 직장, 학교, 상점 등 생활 필수 시설과 가까운 곳에 거주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차량 이동을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도시 밀도를 두 배로 높이면 교통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5%, 가정 에너지 사용에 따른 배출량은 약 50%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공동 주택(아파트, 타운하우스)이 단독 주택보다 에너지 효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미 시애틀에는 Community Roots Housing과 같은 공공 주택 개발 기관이 존재하며, 이들은 기존의 에너지 효율 기준을 초과하는 방식으로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운동가들은 시애틀 사회 주택 개발 조직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면, 기존의 공공 주택 개발 기관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기후 친화적 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 주택 개발 재원,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다가오는 투표에서 유권자들은 시애틀 사회 주택 개발 조직을 어떻게 재정적으로 지원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되었다.

첫 번째 방안(1A)은 연봉 100만 달러 이상의 기업 임원들에게 추가 급여세를 부과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연간 약 5천만 달러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10년간 약 2,000개의 사회 주택을 건설할 수 있다.

반면, 두 번째 방안(1B)은 기존의 대기업 세금을 활용하여 사회 주택 개발에 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지원 대상이 중위소득의 80% 이하 가구로 제한되며, 결과적으로 기존의 저소득층 주택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한계를 가진다.

기후 운동가들은 1A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기업의 부유한 임원들에게 추가 세금을 부과하여 사회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보다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사회 주택, 도시 정책 변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시애틀에서 진행 중인 사회 주택 프로젝트는 단순한 주거 공급 정책이 아니라, 기후 대응과 주택 위기를 함께 해결하려는 실험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뉴욕시는 최근 조닝 개혁을 통해 15년간 82,000채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며, 캘리포니아는 단독 주택 지역 내 이중 필지 개발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미국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730만 개의 저렴한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 및 사회복지 예산 삭감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 정부 차원에서 기후 변화와 주택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환경 및 주택 운동가들은 이번 시애틀 투표가 사회 주택이 기후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후 대응과 주택 정책은 이제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차원에서 기후 변화와 사회 정의를 함께 해결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 티파니 맥코이(House Our Neighbors 공동대표)

다가오는 시애틀 투표가 사회 주택 모델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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