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오염을 키우고, 또 해결한다

최근 발표된 국제 보고서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과 인체 건강 피해의 비용을 전 세계 시민이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지출은 ‘순수 원료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버진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되는 막대한 보조금이며, 두 번째는 이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과 오염, 그리고 건강 피해를 복구하고 치유하는 데 쓰이는 공공 재정이다.

이번 연구는 Eunomia Research & Consulting과 Quaker United Nations Office(QUNO)가 공동으로 수행했고, Minderoo 재단이 후원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플라스틱 위기를 악화시키는 재정적 역설을 정밀하게 분석하며, 그 구조적 문제를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준다.

2024년 단 한 해 동안, 세계 각국 정부는 총 8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버진 플라스틱 생산에 투입했다. 버진 플라스틱(Virgin Plastic)이란 재활용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원유나 천연가스를 직접 화학 공정으로 전환해 만든 ‘신규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이는 플라스틱 제조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환경 부담이 큰 형태로, 석유 정제와 가스 추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크고, 원료 생산부터 제품 완성까지 전체 수명주기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버진 플라스틱은 기계적으로 재활용된 플라스틱보다 약 2.2배, 식물성 바이오 플라스틱보다 약 2.7배나 더 탄소집약적이다.

이러한 산업 구조는 재활용 원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폐기물 감축을 위한 정책 효과를 무디게 한다. 동시에 환경 지속 가능성은 뒷걸음치고, 인류의 건강 피해는 가속화된다. 더 심각한 점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경우 2050년에는 이 보조금 규모가 매년 1,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세계 납세자에게 전가되는 이중 부담 구조를 보면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플라스틱과 인체 건강 부문 책임자인 사라 던롭 교수는 “공적 자금이 버진 플라스틱 생산을 떠받치는 데 쓰일 뿐 아니라, 그로 인한 환경·건강 피해 복구 비용까지 납세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보조금이 플라스틱을 더 싸게 만들고 생산량을 늘리지만, 그 뒤처리는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구조다.

보고서는 전 세계 70개 이상 플라스틱 원료 생산국의 보조금 체계를 분석했으며, 특히 HDPE, LDPE, LLDPE, PP, PET, PVC, PS라는 7가지 주요 폴리머에 주목했다. 이들은 식품 포장, 음료병, 배관, 비닐봉지 등 산업과 일상생활 전반에 쓰인다. 하지만 환경과 인체 건강 측면에서는 가장 오래 남고 가장 해로운 오염원이다.

보조금은 세금 감면, 저리 대출, 에너지 요금 인하, 공장 확장 지원금 등 여러 형태로 제공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보조금 규모는 재생에너지나 지속 가능한 농업 지원금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 결국, 국가 재정이 환경 문제 해결이 아닌 오염 확대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을 철회하면 소비자 가격이 오른다는 주장이 자주 나오지만, 보고서는 이 주장에 반박한다. Eunomi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탄지르 초드허리는 “버진 플라스틱 원료 보조금을 폐지하면 생산 유인이 줄고, 보건 시스템 부담이 완화되며, 환경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소비자 가격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설명한다. 원료 가격이 최종 제품 가격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기 때문에 보조금 철회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플라스틱이 초래하는 보이지 않는 건강 피해는 심각하다. 미세플라스틱과 화학 첨가물은 음식, 식수, 대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한다. 연구에 따르면 호르몬 교란, 불임, 발달장애, 암 등과의 연관성이 있다. 이로 인해 의료비가 폭증하고 공공의료 재정은 더 큰 압박을 받는다.

플라스틱의 환경 피해는 해양 쓰레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토양 오염을 유발해 농작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하천과 배수로를 막아 홍수 위험을 높이며, 야생동물을 질식시키고 생태계를 붕괴시킨다. 생산과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역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이 모든 피해는 결국 경제 손실로 이어진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 역시 문제다. 버진 플라스틱이 값싸게 공급되는 한, 재활용 원료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시장 왜곡은 재활용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지속 가능한 소재 개발을 어렵게 만든다. 보조금을 전환해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과 재활용 인프라 강화로 투자 방향을 바꾼다면 순환경제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번 보고서 발표 시점은 제네바에서 열리는 글로벌 플라스틱 협약 최종 주간 협상과 맞물린다. 이 협약은 파리기후협약처럼 법적 구속력을 갖춘 플라스틱 오염 저감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 보조금 개혁은 협상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보고서는 버진 플라스틱 생산 보조금 폐지, 지속가능한 소재 연구개발 재정 투입, 재활용 인프라 강화, 일회용 플라스틱 수요 감소를 위한 대중 인식 개선 등 네 가지 권고 사항을 제시한다. 이는 환경 보호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보고서는 버진 플라스틱 생산 보조금 폐지, 지속가능한 소재 연구개발 재정 투입, 재활용 인프라 강화, 일회용 플라스틱 수요 감소를 위한 대중 인식 개선 등 네 가지 권고 사항을 제시한다. 이는 환경 보호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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