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말부터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 지방이 기록적인 홍수 사태를 맞아 국가적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전례 없는 몬순 폭우와 인도 측 댐의 뚜렷한 방류가 겹치며, 수틀레지·체나브·라비 강이 사상 최고 수위로 범람했다. 사태 발생 후 지금까지 약 2백만 명 이상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며, 1,400개 이상의 마을이 침수되어 주민들이 대피 캠프로 몰려들고 있다. 전례 없는 수위 급등에 대응해 주요 제방 일부가 사전 파괴되었고, 체나브 강 인근에서는 급히 제방을 파괴해 물길을 돌리는 비상 조치가 시행되기도 했다.
이 재난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농업 기반 붕괴, 인도적 위기, 식량 안보 불안 그리고 기후 위기 심화의 총체적 징후로 평가된다. 상류지역의 인도 댐 방류와 맞물린 강수 증가로 인해, 펀자브 지방은 “펀자브 역사상 전례 없는 홍수”라는 최고위급 지표를 경신했다
대규모 대피 속 구조 및 보건 대책 시급
신속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여전히 혼란 상태에 빠져 있다. 50만 명 이상의 주민과 4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대피했고, 900여 개의 구호 캠프가 운영 중이며 약 800척 이상의 보트와 1,300여 명의 구조 인력이 투입되어 사상 최대 규모의 구출 작전을 벌이고 있다. 라호르 등 대도시까지 수해가 확산되며 접근 가능한 의료 시설과 구호 인프라마저 압도당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펀자브 야당 지도자는 중앙 및 지방 정부가 농민을 방치했다며 보상금(1에이커당 약 6,750루피)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농작물·가축 보상, 보험 제도 개선, 홍수 대비 인프라 투자의 시급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라비 강 인근 중대 종교시설인 카르타르푸르 사히브 일부가 침수돼 종교적·문화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기후 불평등의 축적된 결과
이 사태는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파키스탄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국내 전체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0.1% 미만이지만, 극단적 기상 이변과 빈번한 수해, 가뭄, 폭염, 빙하 해빙 등으로 인해 상위권의 기후 취약국으로 분류되어 왔다. 특히 히말라야 빙하의 급속한 해빙은 북부 지역의 홍수와 산사태 피해를 악화시키며, 이번 사태의 자연적 배경으로 자리했다.
경제적으로도 치명적이다. 2022년 홍수 당시 경제적 손실이 GDP의 약 4.8% 수준에 이르렀고, 이번에도 농경지 수십만 에이커가 파괴되며 피해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과 국제기구는 이번 펀자브 수해를 통해 다시금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 회복 지원, 기술 공유, 책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IMF는 이미 기후 대비 역량 강화를 위한 14억 달러 추가 지원을 승인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단순한 복구를 넘어, 장기적 회복력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단순히 제방을 높이거나 구호물자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형 인프라 구축, 조기 경보 시스템 강화, 국가 간 물 관리 체계의 현대화 등이 포함된다. 무엇보다 피해국의 목소리를 국제사회가 진정성 있게 듣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