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을 채식주의자라 칭하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자신을 비건(채식주의자)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지난 10년 대비 360%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도대체 이 ‘채식’이란 걸 최초로 시작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최초의 현생인류가 호모 사피엔스라면 최초의 비건은 호모 비건??
영국의 고고학자 리처드 릭키 박사에 의하면 우리의 선사시대 조상들은 식물을 기반으로 음식을 섭취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맨손으로는 고기를 뜯을 수 없고 자를 수도 없다. 그리고 맨손으로 선사시대 시절의 야생동물들을 사냥하기에도 터무니 없이 힘이 부족했을 것이다.”
이 이론은 우리가 고기 대신 잡곡이나 견과류로써 영양을 대체할 수 있다는 시사점이 있다. 선사시대의 인류들은 사냥 기회가 없을 땐 온전히 채식기반으로 생활 할 수 밖에 없었고 농경이 시작된 이후에도 채식기반이 이어졌으며 고기는 축제나 중요한 의식에서 쓰이는 귀한 제물이었다.
생물학에서도 인류와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와의 상관관계 연구를 통해 3천만년 동안 이루어진 인간의 채식 기반의 소화 기관으로의 진화 형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소위 ‘비거니즘 veganism”채식주의’라고 하는 실천원칙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동양의 힌두교도와 불교신도들, 자이나교도들은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생명을 해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그들의 믿음은 아주 견고 했는데 실수로 벌레를 밟아 죽이지 않기 위해 빗자루를 가지고 다닐 정도였다. 그리고 입을 가리는 무슬림의 옷차림은 입속으로 어떠한 벌레를 삼키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한다.
그 외 동양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동물을 제물삼아 제사지내는 것을 금기시 한다던지, 수도승들로 하여금 계란을 먹지 않도록 하는 등 육식을 금하는 문화가 존재해왔다. 그리고 서양의 고대 그리스 문화에서도 이러한 채식주의에 가까운 윤리적 관습을 엿볼 수 있다.
18세기의 유명한 철학자인 제레미 벤담은 “문제는 그들이 존재가치가 있느냐 혹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들도 인간 처럼 고통을 느끼느냐? 가 문제다.” 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채식주의의 문화적인 토대는 그를 지칭하는 단어가 없었을 뿐 역사 속에서 계속 존재해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명칭은 어디에서 왔나? 그것은 ‘베지터리언’이라는 단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단어를 누가 먼저 사용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마치 종이는 어디에서 누가 발명했나라는 질문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 현대의 비건 운동의 시초로 여겨지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 이 도널드 왓슨이라는 사람이다.
1944년, 평범한 목공인 도널드 왓슨이라는 사내와 그의 아내는 “Beginning and end of vegetarianism” 이란 단어를 만들어냈는데 어린시절 삼촌의 농장에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돼지를 목격하고 이 이후로 채식주의자가 되어 채식주의 관련한 단체 및 저널 활동을 했다. 고기는 물론 몸에 해로운 술이나 담배도 일절 하지 않았고 95세까지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25명의 독자에 불과한 초기에 비교해 현재는 영국의 대다수 비건’채식주의자’들이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또, ‘비건VEGAN’이 하나의 큰 문화산업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은,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 등 많은 셀렙들이 비건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며 선도하고 있으며 다양한 캠페인과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대중들이 채식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시도가능한 환경이 도래한 것이다.
누가 처음 채식을 시작햇느냐의 역사적 사실을 정의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확실한 건 채식주의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래서 최초의 비건이 누구냐고? 비건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냐고?
결론인즉슨,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인류 최초부터 우리는 필요에 의해 채식 기반의 식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진화론적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고대에서는 종교적인 관념의 영향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닌 경우에는 육식을 금기시 했으며 근대로 문명화 될 수록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베지테리언’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고 그 이후로 점점 더 많은 이들에게 채식의 윤리적 선택에 대한 설득력이 강화되면서 지금의 비거니즘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비거니즘은 우리의 뼛속 깊이 입력된 유전 정보이자 앞으로 진화해나가야 할 윤리적 실천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시작해서 도널드 왓슨까지 이 썰을 한번에 풀기에는 너무나 범위가 광활하여 나눠서 앞으로 두번에 나눠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고대 사람들에게 채식은 어떤 의미였을까? 궁금한 사람 손~!
기사 참조 : 영국 인디펜던트 – https://www.independent.co.uk/life-style/who-were-the-world-s-very-earliest-vegans-a766883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