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알약이 등장했다. 주사로만 맞던 GLP-1 비만 치료제가 이제 ‘알약’ 타입이 되면서 우리의 삶에 더 깊이 스며들 것이다. 2024년 10월 15일 한국에 정식 출시된 이후 얼마 되지 않고 이 약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우리의 일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더 적게 먹게 만드는 약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장바구니에서 스낵과 탄산음료가 빠지고, 대신 요거트·과일·소고기·프로틴 제품이 들어온다. 과자에 쓰이던 돈이 고단백 식품과 건강, 그리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이동하고 있다.
위고비를 포함한 GLP-1 계열 약물은 지금, 개인의 체중을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과 자본의 방향까지 다시 짜고 있다. 식품·외식 기업의 메뉴 전략, 제약·헬스케어의 비즈니스 모델, 정부의 의료비 정책, 그리고 우리가 외식할 때 고르는 한 접시의 구성이 모두 이 약을 기준으로 재정의되는 중이다. 이 글은 바로 그 구조적 변화를, 소비·산업·정책·메뉴라는 네 개의 축에서 따라가 보려 한다.

소비 패턴: 칼로리에서 단백질로, 싸구려 간식에서 ‘기능성’으로
GLP-1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덜 먹는다’보다 ‘다르게 먹는다’에 가깝다. 장바구니를 보면 스낵, 초콜릿, 달달한 디저트, 탄산음료 같은 고칼로리·저영양 가공식품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대신 요거트, 신선 과일과 채소, 닭가슴살·소고기 같은 고단백 식재료, 프로틴바·단백질 음료·비건 단백질처럼 기능성 이미지가 강한 제품이 늘어난다.
중요한 건 음식을 섭취하며 지불하는 지출이 줄어든 게 아니라, 같은 돈을 어디에 쓰느냐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자나 스낵에 쓰던 돈이 좋은 식재료로 옮겨갔다. 이 변화는 편의점·대형마트의 매대 구성, 신제품 출시 방향, 광고 메시지까지 단계적으로 재편하게 만든다. 싸고 달고 기름진 제품으로 매출을 키워온 과거 공식이 점점 힘을 잃고, ‘단백질, 포만감, 건강, 기능성’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 캐시카우로 올라오는 구조다.
GLP-1 시장 자체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폭발하고 있다. 주사제에서 알약으로, 고가 자비 부담에서 보험·국가지원으로 넘어가는 순간 이 시장은 단순히 ‘신약 히트’를 넘어서 거대한 구독형 헬스케어 비즈니스로 바뀐다.
핵심은 이 약이 일회성 솔루션이 아니라는 점이다. 복용 중에는 식욕과 체중이 조절되지만, 중단하면 1~2년 안에 체중이 상당 부분 되돌아가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시 말해 효과를 유지하려면 몸이 아니라 약을, 의지력 대신 호르몬을 붙잡고 가야 한다. 자연스럽게 한 번 사서 끝이 아니라 매달 결제하는 체중 관리 서비스로 작동하게 된다.
여기에 보험과 정책이 올라탄다. 비만이 습관 문제가 아니라 경제·보건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부와 보험사는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비만을 방치해서 발생하는 당뇨·심혈관 질환·관절 질환·입원·수술 비용
vs
GLP-1 약값을 매달 지원해주는 비용 중 어느 쪽이 싼가?
만약 약값을 대신 내주는 편이 국가적으로 더 싸다는 결론이 나면, 공보험과 민간보험이 비만 치료제 보장을 확대하게 되고 시장은 곧바로 대중화 단계로 넘어간다. 이렇게 되면 GLP-1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인프라에 가까워진다.
이 과정에서 경제 전체에도 레버리지가 걸린다. 비만율이 낮아지고 대사 질환이 줄어들면 노동시장 참여율이 올라가고 조기 은퇴와 병가가 줄며 전반적인 생산성이 개선된다. 일부 분석은 이런 변화를 통해 국가 GDP 성장률을 0.4~1%포인트까지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체중 감량이 개인의 삶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한 나라의 성장률 변수로 편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자본의 이동: 칼로리 비즈니스에서 건강·기능성·활동성으로

GLP-1은 먹는 행태를 바꾸면서 돈이 모이는 업종도 함께 갈아엎고 있다. 한쪽에서는 시가총액이 증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밸류에이션이 치솟는다. 먼저 타격을 받는 쪽은 명확하다.
스낵·가공식품: 칩, 초콜릿, 쿠키, 가공육, 설탕·시럽 덩어리 음료처럼 ‘싸고 맛있게 칼로리 공급’에 특화된 상품들은 GLP-1의 정면 타깃이다. 소비자가 배고픔 자체를 덜 느끼고, 칼로리에 민감해질수록 이 카테고리는 수요가 줄어든다.
패스트푸드: 싸고 빨리, 배부르게 먹이는 모델은 ‘많이 먹지 않는 사람들’에게 설 자리를 잃는다. 방문 빈도도 줄어들고, 주문량도 줄면서 구조적인 매출 압박을 받는다.
일부 주류: GLP-1 복용자는 술과 당류 섭취를 조심하게 되므로, 습관적 맥주·칵테일 소비 같은 영역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대로 수혜를 받는 쪽은 건강, 기능성, 활동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묶인다.
제약·바이오: GLP-1 계열 약을 개발한 빅파마는 물론, 차세대 대사질환 치료제를 연구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에 장기 자본이 몰린다.
건강·기능성 식품: 고단백 요거트, 프로틴바, 단백질 파우더, 저당 간식, 식이섬유/장 건강/대사 건강을 내세운 제품들이 ‘새 스낵’ 포지션을 차지한다. 과자에서 소고기로, 설탕에서 단백질로 돈이 이동하는 구체적인 경로다.
스포츠·피트니스: 몸이 가벼워지는 사람들은 더 잘 움직인다. 헬스장, PT, 요가·필라테스, 러닝·하이킹, 고기능성 운동복과 운동화, 액티비티 중심 여행 등 ‘몸을 쓰는 경험’은 자연스러운 다음 소비 목적지가 된다.
패션·뷰티: 사이즈가 바뀌면 옷장을 다시 채워야 한다. 체형 변화는 곧 새 옷, 새로운 스타일, 자기 관리 욕구로 이어지며 패션·뷰티 업계를 자극한다.
항공·운송: 장기적으로 보면 승객 평균 체중 감소는 항공사의 연료 효율과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은 변화처럼 보이지만, 전체 인구가 가벼워지는 효과는 산업 단위로 보면 적지 않다. 승객의 전체적인 체중이 줄어들면 비행기의 연료 소비량도 줄어든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칼로리를 팔던 산업에서 건강·기능·경험을 파는 산업으로 자본이 이동하는 중’이다. GLP-1은 이 이동 속도를 크게 당겨놓은 촉매제다.

외식과 메뉴 전략: ‘덜 배고픈 손님’을 위한 레스토랑 디자인
그렇다면 이제 외식 지출에 대해서 다시 정의해봐야 한다. 외식의 목적은 이제 배 터지게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분위기를 느끼고 특정 음식과 경험을 향유하는 장소가 된다. 배고픔이 아니라 경험이 동기가 되기 때문에 외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싸고 많이 먹게 하는 컨셉 대신 비싸더라도 질 좋은 재료, 잘 설계된 코스, 좋은 서비스와 분위기를 제공하는 곳이 살아남는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메인의 중심은 탄수화물이 아니라 단백질로 이동한다.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해산물·두부·콩 같은 단백질 원료가 메뉴의 주인공이 된다. 조리법 역시 튀김이나 설탕·버터 위주의 소스에서 벗어나, 그릴·직화·훈연·찜처럼 맛은 살리되 칼로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
배가 금방 차는 손님에게 큰 접시 하나는 부담이다. 대신 여러 가지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스몰 플레이트, 하프 사이즈 메뉴, 공유 가능한 플래터가 힘을 얻게 된다. 코스 요리를 운영하는 식당이라면 총 칼로리는 낮지만 만족감은 높은 코스 설계가 중요한 차별점이 된다.
예전에는 기본으로 딸려 나오던 밥, 빵, 면, 감자 등 탄수화물이 선택 옵션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다. 기본 구성은 고기·채소·쌈 중심으로 두고, 손님이 원할 때만 소량의 밥이나 빵을 추가하는 식이다. 밥 리필 무한 대신 탄수화물 최소/중간/많이 같은 선택지를 주는 구조가 자연스럽다.
일부 식당은 ‘High Protein’, ‘Low Sugar’, ‘GLP-1 Friendly’ 같은 태그를 붙이기 시작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라벨이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실제 레시피와 식재 설계가 변한 결과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불신을 산다.
결국 GLP-1 시대에 식품·외식 업계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로 정리된다.
사람들이 예전만큼 배고프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팔아서 살아남을 것인가?
이 질문에 먼저, 그리고 솔직하게 답을 찾아가는 기업과 레스토랑이 앞으로의 승자가 될 것이다.
